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눈으로 먹는 음식’ 시대 도래

김영호 기자 | 기사입력 2020/09/24 [14:36]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눈으로 먹는 음식’ 시대 도래

김영호 기자 | 입력 : 2020/09/2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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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다는 것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드는 것을 나이를 ‘먹는다’라고 한다. 인사말 대신 ‘밥은 먹었어?’라고 묻기도 하고, 다음에 한번 보자는 말을 ‘다음에 밥 한번 먹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2016년, 세계 22개국의 2만 7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시장조사기관 GfK의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이 요리에 소비하는 시간은 일주일 평균 3.7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세계 평균 6.5시간의 절반 수준이다.

 

이 지표만 본다면 우리는 먹는 것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지 않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이며, 먹는다는 것의 의미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불교에서는 밥을 먹는 것이 곧 ‘공양’(供養) 즉 ‘받들고 베푸는 일’이라고 가르친다. 입으로 음식이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있었으며, 얼마나 많은 자연의 혜택을 받았는지 가슴 깊이 새기는 일인 것이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단장 진화 스님은 먹는 행위를 수행의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먹는다는 것은 본능적 욕망에 의해 다른 존재를 섭취하는 행위다. 그렇게 섭취한 에너지로 우리는 새로운 생각, 새로운 일을 벌인다. 따라서 불교에서는 모든 음식을 ‘건강하고 평화롭게’ 먹기를 지향한다.

 

기독교에서는 먹는다는 행위를 ‘희생’을 전제한다고 본다. 서울신학대 이신건 박사는 '기독교사상'(2010년 7월호)에서 먹는 것이란 소통과 나눔의 미학이라고 보고 있다.

 

함께 음식을 먹는 행위는 소통이며 곧 ‘사랑’이고, 동시에 음식을 위해 자기를 헌신하는 다른 생명을 먹는 거룩한 의식이다. 이 모습이 잘 드러난 것이 예수가 죽기 전 자신의 몸을 음식으로 내놓는 행위다. 

 

성경 창세기 9장 3절에는 “모든 산 동물은 너희의 먹을 것이 될지라, 채소 같이 내가 이것을 다 너희에게 주노라”라고 적혀있다. 이 역시 음식을 먹는 것이 신의 선물을 받는 거룩한 일임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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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식예찬(1848)' 속표지에 딸린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의 초상화.  

 

또, 프랑스의 법관이자 미식가인 브리야사바랭(Brillat-Savarin 1755~1826)은 저서 ‘미식예찬’을 통해 “그대 무엇을 먹는지 말하라, 그러면 나는 그대가 누군지 말해보겠다”라고 말했다. 내가 먹을 것을 결정하는 만큼, 그 먹을 것에는 그 사람의 성격과 성질이 투영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푸드 포르노’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음식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BBC 에서는 피자가 오늘날 SNS(인스타그램)에서 언급이 가장 많이 되는 것을 조명하며 오늘날 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조사했다.

 

사람들은 음식 사진 찍는 것을 즐긴다. 심지어 맛은 상관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다보니 모든 유명한 음식점의 음식은 SNS에 업로드 될 정도로 크고, 예쁜 것이어야 한다. 음식 스타일리스트 나탈리 셀던은 “음식 사진은 클수록 좋다”라고 말했다.

 

이제 사람들은 ‘먹는 것’을 통해 의미를 찾기보다는, 음식 그 자체를 과시하며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음악이 ‘귀로 듣는 음악’에서 ‘눈으로 듣는 음악’의 시대로 왔듯이, 음식 역시 ‘눈으로 먹는 음식’의 시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이는 ‘먹방’과 ‘쿡방’의 성행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스트리머가 먹는 음식과 셰프들이 만든 음식으로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식사에서 의미를 찾지 않게 되었다. 그저 더 자극적인 음식을 찾고, 자기 과시의 수단으로 음식을 소비한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배달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폭식하는 사람, 거식증에 걸린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 모든 것이 발달한 미디어와, 세상이 살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잠시 미디어에서 벗어나 불교, 혹은 기독교의 가르침처럼 먹는 행위와 먹는 음식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하고 즐겁게 먹는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건강하고 맑은 정신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

 

[백뉴스(100NEWS)=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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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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