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조차 희미한 치매 환자의 강력범죄, 처벌받아 마땅할까?

치료적 사법의 도입, 후속 조치의 필요성 증대

이승열 기자 | 기사입력 2020/12/18 [21:27]

기억조차 희미한 치매 환자의 강력범죄, 처벌받아 마땅할까?

치료적 사법의 도입, 후속 조치의 필요성 증대

이승열 기자 | 입력 : 2020/12/1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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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치매를 앓던 60대 남성 A씨가 어린 손자들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살해한 것이다. 그러나 A씨는 구치소로 면회를 온 자녀에게 “엄마는 왜 오지 않았냐”며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에서 인지기증 등의 이유를 들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감형했다.

 

위 사건처럼 치매 환자가 살인을 저지르는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일은 의외로 비일비재하다. 2016년에는 치매 초기 증세를 보이던 여성 B씨가 남편의 목을 찌르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남편이 지팡이로 본인의 목을 툭툭 쳤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때도 재판부는 A씨와 비슷한 사유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 B씨에게 선처를 베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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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건처럼 비극적인 사건들은 치매 환자의 공격적 증상으로부터 기인했다고 말할 수 있는데, 한국치매협회는 사소한 일상 활동조차 스스로 해내지 못할 때 타인으로부터 비판 받을 경우 이러한 증상이 발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공격성을 보이는 치매환자에 대한 대처 방법, 김은주).

 

그렇다면 재판부는 어째서 A씨와 B씨를 용서했을까? 판결문을 봤을 때 두 재판부는 공통적으로 피고인의 오랜 치매 경력과 범죄 이전 보였던 폭력적 이상 행동들에 주목했다. 기억과 인지능력을 상실함과 동시에 자아가 사라지는 치매 환자의 특성을 재판부가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형법 10조 2항 ‘심신장애로 인해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는 내용과도 맞닿아 있다.

 

또한, 재판부는 누구보다 큰 상처와 고통을 받았을 가족들의 심리상태에도 주목했다. 그들은 자신의 부모가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선처를 구했다. A씨의 자녀는 “어머니가 살아 계셨다면 아버지(A씨)를 용서했을 것이 분명하다”라며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얼마나 마음이 찢어지는 일일지 우리는 가늠조차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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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항상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이유가 어떻든 범죄는 범죄이다. 언제까지나 재판부가 올곧은 잣대 없이 이들을 판결할 수는 없다. 그들에 대한 판단 기준도 불명확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최근 ‘치료적 사법’이라는 개념이 국내에 새로 등장했다. ‘치료적 사법’이란 재판부가 사건 해결에만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교화 혹은 재범 방지의 역할도 맡아야 한다는 사회적 주장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지난해 9월 A씨의 보석 심사에서 국내 사법 역사상 최초로 치료적 사법 판결이 떨어졌다. 해당 재판을 맡은 정준영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1부 부장판사는 “시범적으로 치료법원 개념으로 진행하고자 한다”며 “A씨가 심신미약 상태이며, 그 상태가 악화돼 현재 중증 알츠하이머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보석 허가 이유를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은 멀다. 치료적 사법 판결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A씨의 치료가 병행돼야 하지만, 이처럼 공격적인 성향의 치매 환자를 수용할 시설은 국내에 충분하지 않다. 충청남도 공주시에 국내 유일의 정신질환 범죄자 치료 시설인 국립법무병원이 존재하기는 하나, 시설이 낙후하고 의료 인력이 환자 수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찌감치 치료적 사법 제도를 도입한 미국은 주 단위로 사법부와 변호인, 전문 의료인이 합심해 적절한 치료 방법을 논의함으로써 재범 방지를 도모하고 있다. 영국 역시 2천여 명이 넘는 직원과 의료진을 법원과 연계된 병원에 투입해 환자의 치료를 돕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도 돌봄의 연장선에서 한 번쯤은 고려해 볼 문제가 분명하다. 

 

[백뉴스(100NEWS)=이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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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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