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수놓은 ‘트로트’, 왜 우리는 트로트에 열광했을까?

각 세대에게 다양한 매력을 어필…트로트에 주목하게 만든 원동력

백진호 기자 | 기사입력 2020/11/02 [15:12]

2020년 수놓은 ‘트로트’, 왜 우리는 트로트에 열광했을까?

각 세대에게 다양한 매력을 어필…트로트에 주목하게 만든 원동력

백진호 기자 | 입력 : 2020/11/0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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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영 중인 영화 '미스터트롯: 더 무비' © 제공: (주)영화사 그램 

 

11월의 문이 열렸다. 2020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연초부터 코로나19 때문에 뒤숭숭하게 시작했던 2020년 경자년이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연말에는 한 해를 돌아보면서 주요 이슈 등을 정리하곤 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나는 해인 만큼 별다른 이슈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올 한 해 동안 우리를 울고 웃게 한 이슈가 분명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바로 ‘트로트’일 것이다.

 

트로트는 일제강점기에 일본 엔카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대중가요로, 일명 ‘뽕짝’이라고도 불린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엔카의 번역·번안을 거쳐 1930년을 전후한 시기에 국내 창작이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1930년대 중반에 대중가요 양식으로 뿌리를 내렸다. 신민요와 함께 일제강점기 대중가요의 핵심을 이루기도 했지만, 1960년대 이후 스탠더드 팝이나 포크 등이 강세를 보이면서 쇠락을 겪었다. 그럼에도 트로트는 새로운 양식과의 혼용을 통해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했고, 그 결과 트로트 대유행이라는 꽃을 피웠다.

 

트로트 열풍의 시작은 TV조선의 ‘미스트롯’이었다. 미스트롯이 히트를 친 후에는 MBC ‘놀면 뭐하니’의 ‘유산슬’이 트로트 열풍을 견인했고, TV조선의 또 다른 트로트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이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리고 공중파·종편 가릴 것 없이 트로트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거나 방영할 예정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넘버즈 제68호(목회데이터연구소, 2020년)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9월)’으로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가 뽑혔다. 해당 프로그램은 미스터트롯의 인기에 힘입어 1위에 오른 이래로 5개월째 1위를 지켰다(한국갤럽,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2020. 9. 29,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전화 조사, 2020. 9. 15~17).

 

사랑의 콜센타 출연진이 나오는 ‘뽕숭아 학당’도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2위에 올랐다. 트로트 프로그램이 1위와 2위를 모두 차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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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회데이터연구소의 '넘버즈 68호'에서 캡처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1위와 2위'  © 출처: 목회데이터연구소

 

트로트 부상의 이유 중 하나로는 40대 이후의 세대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가 증가한 점을 들 수 있다. 최근 3년간 30대 이하 연령대의 문화예술 행사 관람은 90%대에서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지만, 40대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계속 증가했다(한국갤럽,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2020. 9. 29,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전화 조사, 2020. 9. 15~17).

 

또 문화생활에 관심이 많은 중장년층 중에서 50~60대가 ‘신중년층’으로 떠오른 것도 트로트 열풍에 기여했다. 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가수가 나오면 젊은 세대 못지 않은 열정을 보이면서 팬클럽 활동을 한다. 이 같은 신중년층이 트로트 열풍을 몰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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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회데이터연구소의 '넘버즈 68호'에서 캡처한 '연령별 문화 예술 행사 관럄율'  © 출처: 목회데이터연구소

 

한편 트로트를 중장년층만의 핵심 문화콘텐츠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트로트는 중장년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10~20대도 트로트에 열광했다. 미스터트롯의 본 방송 시청 경험을 보면, 50대의 55%가 시청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다. 이어서 10대와 20대가 각각 52%와 49%를 기록하며 두 번째와 세 번째로 높은 시청 경험을 보였다(SM C&C 틸리언 프로, ‘대한민국의 2020년 트로트 열풍, 2020. 4. 21, 전국 14~59세 남녀 1,165명, 온/모바일 조사, 2020.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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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회데이터연구소의 '넘버즈 68호'에서 캡처한 '미스터트롯 본 방송 시청 경험'  © 출처: 목회데이터연구소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서는 ‘20대’의 미스터트롯 데이터 점유율이 45%로 가장 높았다(전체 데이터 점유율 47%). 다음으로 높은 세대는 10대로, 10대의 미스터트롯 데이터 점유율은 25%였다(전체 데이터 점유율 43%). 이어서 30대(22%/전체 데이터 점유율 7%), 40대(7%/전체 데이터 점유율 2%), 50대(2%/전체 데이터 점유율 2%)가 뒤를 이었다(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트로트는 장년층 전유물? 이제는 옛말···20~30대 미스터트롯 포스팅 70% 육박’, 2020. 2. 18). 

 

통념과 달리 10~20대가 트로트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는 10대와 20대가 트로트라는 장르를 새롭고 신선하게 바라보면서 나타난 결과로, 트로트를 향한 이들의 관심이 높음을 알 수 있다.

 

30대의 전체 데이터 점유율은 7%였지만, 미스터트롯 데이터 점유율은 22%로 3배나 더 높았다. 이는 10대부터 30대까지의 젊은 세대가 트로트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걸까? 기본적으로 신중년층은 트로트로부터 편안함과 추억을 느끼는데, 이는 익숙함으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실제로 ‘트로트의 매력(연령별)’을 묻는 질문에 50대의 37.8%가 ‘친근한 멜로디’라고 답했다(SM C&C 틸리언 프로, ‘대한민국의 2020년 트로트 열풍, 2020. 4. 21, 전국 14~59세 남녀 1,165명, 온/모바일 조사, 2020. 3. 31).

 

20~30대도 50대처럼 트로트의 매력으로 ‘친근한 멜로디’를 꼽았다(20대 26.2%, 30대 25.6%). 하지만 중장년층과 차이를 보인 부분도 있었다. 가장 큰 차이는 20대와 30대에서 ‘매력적인 가사’와 ‘노래/가수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50대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20대와 30대가 매력적인 가사를 지목한 비율은 각각 10.5%, 12.6%였다. 반면 50대에서는 8.0%가 나왔다. ‘노래/가수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20대와 30대에서 9.5%, 10.5%를 기록한 반면에 50대에서는 5.2%에 그쳤다.

 

트렌드가 주목받는 데에는 복고, 즉 레트로도 한몫을 했다. ‘복고 문화 경험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상위 6개/복수 응답)’을 조사한 결과, ‘현실을 잊게 해준다’가 1위에 올랐다(46%)(트렌드모니터, ‘복고문화 관련 인식조사’, 2015. 9. 30, 전국 만 19~59세 남녀 2,000명, 온라인 조사, 2020. 7. 21~24).

 

해당 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차이가 있다. 50대에서는 ‘현실을 잊게 해준다(50%)’, ‘삶에 또 다른 에너지를 준다(48%)’, ‘현재 삶에 위로를 준다(48%)’ 순으로 나타났지만, 20대에서는 ‘삶에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46%)’가 1위였다.

 

레트로 문화 가운데 트로트가 각광을 받게 된 이유는 사람들이 레트로 문화 중에서 ‘노래’를 가장 선호하기 때문이다. ‘가장 선호하는 복고 문화/콘텐츠(상위 6개, 복수 응답)’ 조사에서 ‘복고 노래(옛날 노래)’가 1위(54%)를 기록했다. 2위와 3위에 오른 ‘복고 시대 드라마’(43%)와 ‘복고 시대 영화’(43%)보다 11%p 더 높았다.

 

‘트로트는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장르이다’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0%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35%였다(SM C&C 틸리언 프로, ‘대한민국의 2020년 트로트 열풍, 2020. 4. 21, 전국 14~59세 남녀 1,165명, 온/모바일 조사, 2020. 3. 31).

 

트로트를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에서 10대와 20대는 49%, 30대는 58%, 40대와 50대는 49%를 기록했다.

 

트로트는 모든 연령대의 공감과 사랑을 받으면서 가족 간의 연결을 돕고 있기도 하다. 트로트를 주제로 이야기를 한 대상에서 가족(부모님/자녀, 42%)이 가장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10~20대에서는 거의 절반(48%)이 가족(부모님/자녀)과 함께 트로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트로트가 단절되어 있던 가족 간의 소통에 기여를 한 셈이다.

 

올 한 해 트로트가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중장년층에게는 익숙함과 추억을, 10대에서 30대까지의 젊은 세대에게는 흥미와 호기심을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트로트가 각 세대에게 각기 다른 매력 포인트로 어필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다양한 연령층이 트로트에 대한 사랑과 지지를 보내면서 방송사들의 트로트 프로그램 제작 경쟁이 치열해졌다. 게다가 올 추석에는 ‘가황’ 나훈아의 공연이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면서 트로트 열풍에 또 한 번 불이 붙었다.

 

그동안 트로트가 특정 세대에게만 사랑받던 장르에 국한되어 있던 것보다는 나은 현상이지만, 과함은 모자란 것과 매한가지다. 경쟁적으로 제작한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이전보다 트로트를 접할 기회가 늘어났지만, 형식이 유사하다면 어떨까? 보는 이들이 금세 식상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현재 방영 중이거나 앞으로 방영할 트로트 프로그램들은 시청자에게 익숙함과 함께 색다름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만 한다.

 

또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송가인, 임영웅 등을 이을 수 있는 새로운 슈퍼 스타가 나와야만 한다. 일부 슈퍼 스타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도 좋지는 않지만, 슈퍼 스타가 있을 때와 없을 때 나타나는 대중의 반응은 천지차이다. 

 

대중은 슈퍼 스타의 노래도 좋아하지만, 그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과 세계관까지 사랑한다. 그리고 이 같은 애정이 팬덤으로 이어지고, 팬덤이 해당 장르의 성패에도 기여를 하는 만큼 가창력과 함께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연을 가진 슈퍼 스타를 발굴해야만 할 것이다.

 

어찌 보면 트로트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지금의 인기를 기반으로 롱런할지 아니면 반짝 피었다가 시들 것인지의 갈림길 말이다. 부디 트로트가 관계자들이 함께 힘을 모으고 지혜를 짜내 내놓은 결과에 힘입어 롱런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백뉴스(100NEWS)=백진호 기자]

100뉴스 /
백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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