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유튜브의 매력에 빠지다 下

콘텐츠 소비자에서 생산자로…노인에 대한 편견 딛고 ‘표현의 주체’ 되다

조지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4/17 [11:08]

시니어, 유튜브의 매력에 빠지다 下

콘텐츠 소비자에서 생산자로…노인에 대한 편견 딛고 ‘표현의 주체’ 되다

조지연 기자 | 입력 : 2020/04/17 [11:08]

 

[백뉴스(100NEWS)=조지연 기자] 유튜브는 우리 사회에서 전 연령이 두루 소비하는 동영상 플랫폼이다. 상(上)편에서는 그중에서도 50대 이상 시니어의 유튜브 사용량 증가에 주목하고, 시니어가 유튜브에 빠진 이유에 관해 다뤘다. 매월 1천 분 이상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시니어 세대는 이제 콘텐츠 소비자에서 더 나아가 콘텐츠의 직간접적인 생산자로서 유튜브 세계에서 그들만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유튜브의 영상 콘텐츠 창작은 크게 두 가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소비자가 프로슈머로 변모함으로써 콘텐츠 생산에 관여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자신이 직접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제작하는 유튜버가 되는 것이다.

 

유튜브 소비에서 조금 더 나아가 창작에 관여하는 단계는 바로 ‘프로슈머’다. 프로슈머란 생산자를 의미하는 producer의 ‘pro’와 소비자를 뜻하는 consumer의 'sumer'를 합성한 단어다. 우리말로 순화하면 ‘참여형 소비자’다. 전통적인 경제 체제에서 기업은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자는 시장을 통해 제품을 구매했다. 프로슈머는 이와 달리 기업이 제품 개발을 할 때 소비자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같이 상품을 만든다.

 

 

유튜브 또한 프로슈머와 제작자와의 협업이 가능하다. 유튜브는 채널의 게시글이나 영상의 댓글을 통해 소비자와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채널의 게시글은 다음 영상으로 구독자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투표할 수 있으며, 구독자의 비평 댓글은 다음 영상의 제작에 영향을 끼친다.

 

두 번째는 직접 유튜버로 활약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시니어의 미디어 교육에서 미디어 사용부터 활용에 이르는 교육이 주로 이어졌다면 최근에는 유명 시니어 유튜버들이 등장함에 따라 1인 크리에이터 교육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령, 2020년 4월 16일을 기준으로 △박막례할머니 (박막례) 123만 명 △채널: 대생가족dsf (이경자) 81.9만 명 △심방골주부 (조성자) 36.8만 명 △영원씨01seeTV (김영원) 34.5만 명 △깐지할머니 (김남례) 1.36만 명 등이 시니어 유튜버로 활약하고 있다.

 

김지현의 ‘노인들의 유튜브 영상제작과 미디어교육에 대한 연구’(중앙대학교대학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2019)에 의하면, 2018년부터 노인을 위한 크리에이터 교육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주안 영상미디어센터 CAMP는 2018년 9월부터 그해 11월까지 ‘스마트폰 200배 즐기기’, ‘스마트폰 사진관’과 같은 미디어 교육을 시작했다. 교육을 자세히 살펴보면, 시니어가 영상 기획과 촬영, 편집 등 유튜브 제작에 있어 필요한 능력을 함양하는 데 중점을 뒀다.

 

CAMP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의 시니어 크리에이터 키우기 교육도 증가하는 추세다. 김 연구자에 의하면, 노원마을 미디어 지원센터의 ‘이틀만 투자하면 유튜브 한다.’ 프로그램을 비롯한 성남미디어센터의 ‘시니어1인 크리에이터: 이것은 직업인가? 취미인가?’, 원주 영상미디어센터의 ‘액티브 시니어_Vlog 제작하기’와 같은 미디어 교육이 지자체 차원에서 진행됐다. 특히, 성남시는 미디어 교육에 참여한 시니어들에게 각각 개인 채널의 개설하도록 한 후 △유튜브와 저작권의 이해 △유튜버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유명 유튜버 탐색하기 등의 미디어 교육과 비평 교육까지 행했다. 이는 단순 제작 교육에서 더 나아가 시니어가 유튜브 플랫폼에 좀 더 전문적, 체계적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함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시니어들이 이렇게 유튜브 제작에 나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연구에서는 이미 사회적 약자, 보호 대상으로서 기존의 노인이 가지고 있는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연구자는 “노인 스스로가 사회적으로 규정되는 노인에 대한 이미지 속에 사로잡히면서 편견을 가지게 됐다. 그러나 (노인들은) 이러한 사회적 역할, 편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을 생산해내며 미디어 교육에 참여한 것”이라면서 “(영상을 창작함으로써) 그들 스스로 자기표현이 가능하고 젊은이들과 같이 표현의 주체로서 삶을 대할 수 있다.”고 논문을 통해 밝혔다.

 

이와 비슷한 의견은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시니어들에게도 존재한다. 정혜지의 ‘노인 미디어 교육 현황 및 활성화 방안’(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2018)에 따르면, 성북마을 미디어 지원센터에서 미디어 교육을 받고 실버 IT 기자단으로 활동했던 김금순 시니어는 “미디어 교육을 받고 제작 활동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자꾸 노인을 복지의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면서 “100세 시대에 퇴직 후 오랜 시간을 복지만을 바라보며 살 수 없다. 노인들도 취미를 가지고, 그 취미도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우리는 더 많은 배움을 원한다.”고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밝혔다. 

 

김 시니어의 말처럼 취미생활과 소득 활동의 일환으로서 유튜브 제작에 참여하는 경우도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사회조사’(2017)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노후를 보내고 싶은 방법을 조사한 결과 58.2%가 취미 활동이라고 응답했고, 17.1%가 소득 창출 활동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유튜브의 경우, 취미 활동 겸 광고를 통한 소득 창출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니어에게 매력적인 노후 활동으로 비쳤을 가능성이 있다.

 

시니어의 유튜브 활동은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시니어는 유튜브 제작을 통해 사회가 노인에게 준 ‘수동적’이고 ‘유약한’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있다. 김 시니어는 해당 논문의 인터뷰를 통해 “영상 제작을 통해 사회의 발전에 따라가고 있다는 성취감을 느낀다. 또한 영상에 대한 욕망이 생기고, 나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게 됐다.”면서 “노인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다 보니 쿡방을 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요리만 하는 쿡방이 아닌 음식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이웃과 어떻게 소통했고, 어떻게 나누어 먹었는지, 그때 그 시절의 정서와 이야기는 우리만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냐.”면서 “이것처럼 노인에게는 경험이 많고, 그 경험을 토대로 아이디어도 풍부하다.”고 주장했다.

 

100세 시대, 시니어는 이제 사회의 편견 속에 사로잡힌 존재가 아닌 주체성을 가진 개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마을의 장로들이 그들이 가진 경험을 토대로 마을 사람들과 소통했다면, 현대의 시니어들은 그들이 가진 경험을 더해 유튜브라는 거대 플랫폼에서 많은 이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앞으로 시니어의 유튜브 진출이 그들의 삶에서 또 하나의 ‘아이덴티티’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100뉴스 /
조지연 기자
jodelay@confa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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