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로미오가 된 셰익스피어,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

"영원한 나의 주인공, 나의 뮤즈"

이솔희 기자 | 기사입력 2018/05/14 [11:49]

[리뷰] 로미오가 된 셰익스피어,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

"영원한 나의 주인공, 나의 뮤즈"

이솔희 기자 | 입력 : 2018/05/14 [11:49]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실은 셰익스피어의 실화를 담은 거라면?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이처럼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셰익스피어라는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 영화는 가상의 인물과 서사를 설정함으로써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일종의 팩션(Faction :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의 합성어.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장르)영화라고 할 수 있다.

 

기네스 팰트로의 풋풋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1999년 제71회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 등 13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7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최다수상의 영예를 안은 작품이다.  

  

영화는 1593년의 런던을 배경으로 한다. 극단이 번성하던 엘리자베스 1세 시절, 버비지의 커튼 극장과 헨슬로의 로즈 극장이 경쟁한다.

 

촉망받는 신인 작가 윌 셰익스피어는 슬럼프에 빠지게 되고,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극장 주인 헨슬로는 윌에게 작품을 내놓으라며 재촉한다. 대본이 완성되어 간다고 거짓말을 하는 윌에게 친구 말로우가 ‘로미오’에 대한 영감을 준다.

 

로미오를 찾기 위한 오디션에서 윌은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한 소년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 소년은 여자가 무대에 오를 수 없는 시대에 배우가 되기 위해 남장을 한 바이올라였고,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 없는 바이올라는 도망치고 만다.

 

뒤를 쫓은 윌은 바이올라의 집에 몰래 들어가 무도회에 참석한다. 바이올라와 함께 춤을 추게 된 윌은 바이올라와 사랑에 빠진다. 바이올라를 만난 이후로 윌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쓰기 시작한다.

 

 

 

바이올라는 자신이 남장을 했다는 사실을 윌에게 밝히고, 둘은 남몰래 사랑을 시작한다. 하지만 바이올라는 돈만 밝히는 귀족 웨식스와 여왕의 명령에 의해 정략결혼이 예정되어 있었다.

 

자신들의 이어질 수 없는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윌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말을 비극으로 이끈다. 그러던 와중 바이올라가 남장여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극장이 폐쇄되는 지경에 이른다. 위기를 맞은 공연에 다들 실망하지만, 가까스로 커튼 극장에서 공연을 올릴 수 있게 된다.

 

무대에 오를 수 없게 된 바이올라는 웨식스와 함께 떠나기 직전 ‘로미오와 줄리엣’의 공연 전단을 보고 극장으로 달려간다. 윌은 바이올라를 대신해 로미오 역을 맡게 되고 바이올라는 극장에 도착해 로미오가 아닌 줄리엣으로 무대에 서게 된다. 둘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를 빌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공연을 무사히 끝마친다.

 

여자를 무대에 올린 죄로 체포당해야 하지만, 객석에서 공연을 지켜본 여왕 덕분에 체포는 면하게 된다. 하지만 이별은 면할 수 없었다. 이별을 마주하게 된 윌과 바이올라는 눈물로 서로를 떠나보내고 바이올라는 마지막까지 윌에게 영감을 주며 영원한 뮤즈로 남는다.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전체적인 구조를 따라간다. 두 가문의 대립은 두 극장의 경쟁에 반영됐고, 가문의 대립으로 인해 이루어질 수 없었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신분 차이로 인해 서로를 떠나게 되는 윌과 바이올라의 모습과 닮았다. 극중극의 방식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여주며 윌과 바이올라의 사랑을 로미오와 줄리엣에게 투영시킨다. 윌이 바이올라의 테라스로 찾아가 몰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테라스 장면을 떠오르게 만든다.

 

셰익스피어의 아름다운 대사들은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로미오와 줄리엣’ 원작에서 인용해온 대사들은 윌과 바이올라의 사랑을 한층 더 달콤하게 만든다. 그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사랑이 담긴 언어들은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마저 웃음 짓게 한다.

 

 

언어의 미학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즐거움도 선사한다. 화려한 의상과 각종 장신구는 볼거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당시의 시대를 반영해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의 진정성을 증폭시킨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엘리자베스 1세 시대는 연극의 황금기이다. 작품 속에서 인물들은 모두 연극에 열광한다. 말을 더듬던 사람도 무대에 오르면 대사를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돈만 중시하던 투자자도 작은 역할을 선사하자 열정적으로 참여한다. 예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인물들의 열연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시선을 집중시킨다.

 

눈에 익은 배우들이 다수 출연해 시선을 끈다. 남장을 자연스럽게 소화한 기네스 팰트로는 이 작품을 통해 제7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 외에도 ‘킹스맨’으로 인기를 끈 콜린 퍼스부터 ‘저스티스 리그’에서 ‘배트맨’역을 맡아 화제가 됐던 벤 애플렉,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서 ‘돌로레스 엄브릿지 교수’역을 맡으며 얄미운 매력을 뽐냈던 이멜다 스턴톤까지 출연해 20년 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영 중인 영화만큼 생생한 느낌을 선사한다.

 

몬테규, 캐플릿, 머큐쇼 등 원작의 요소가 구체적인 설명 없이 등장해 원작 ‘로미오와 줄리엣’의 기본 설정을 아는 사람만이 작품을 더 깊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랑은 떠났지만 작품은 남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죽음으로 하나가 됐듯, 윌과 바이올라도 작품 속에서 영원히 서로의 뮤즈로 남을 것이다.

(이미지=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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