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없이 자라는 아이들 없도록…장난감 박사 교육으로 노인일자리 창출도 꿈꿔”

김종일 키니스장난감병원 이사장

이동화 기자 | 기사입력 2020/11/09 [16:02]

“장난감 없이 자라는 아이들 없도록…장난감 박사 교육으로 노인일자리 창출도 꿈꿔”

김종일 키니스장난감병원 이사장

이동화 기자 | 입력 : 2020/11/09 [16:02]

지난 2011년 문을 연 키니스장난감병원은 은퇴한 시니어들이 재능기부 활동으로 장난감을 무료로 수리해 주고, 기부받은 장난감을 나누기도 하는 곳이다. 현재 총 10명의 시니어들이 인천시 미추홀구와 서구, 2곳으로 나누어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에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시민지하도상가에 위치한 ‘키니스장난감병원’을 방문했다.

 

100뉴스,백뉴스,시니어,노인,실버,키니스장난감병원,노인일자리,장난감박사,김종일,장난감수리

▲ 은퇴한 시니어 장난감 박사들이 장난감을 수리하는 키니스장난감병원의 내부 풍경.  © 이동화 기자


장난감 수리에 여념이 없던 장난감 박사들은 사무실에서 잠시 자리를 비운 김종일(75) 키니스장난감병원 이사장을 기다릴 수 있도록 안내를 도왔다. 10여 분쯤 지났을까, 남색의 작업복을 입은 백발의 노신사가 급히 들어왔다.

 

“장난감 박사님들 두 분은 조금 전에 집에 가셨는데, 기다리게 해서 어쩌나. 도착하면 연락을 주시지 그랬어.”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멀찍이 떨어져 앉은 김종일 이사장은 키니스장난감병원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키니스장난감병원은 김종일 이사장과 그의 대학 동기, 후배, 동료 등이 함께 은퇴 후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을 모아 설립한 곳이다. 한 번 부서지면 고치기 힘든 장난감을 무료로 고쳐주고, 장난감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나눠 주기 위한 것이 이곳의 설립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결혼하지 않은 분과는 인터뷰 안 해요. 아이가 없으면 ‘장난감’이 뭔지 절실하지가 않거든. 아이를 키워봐야 장난감 가격이 어떤지 (알아요). 그렇지 않으면 장난감이 큰 의미가 없어. 그래야 장난감에 대한 실질적인 질문도 되고.”

 

김종일 이사장은 미혼이라 야단치는 것은 아니라며 너털웃음을 짓곤, 사실 자신도 장난감에 대해 잘 몰랐다고 설명했다. 장난감이란 그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물건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처럼 단순히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먹는 것, 입는 것을 비롯해 기저귀나 젖병과 같은 생필품, 교육, 의료 등 수많은 곳에 비용이 들어간다. 여기서 육아 비용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장난감이다. 장난감 가격이 천차만별인 만큼, 장난감에서 빈부격차가 묻어나기도 한다. 어떤 아이는 수많은 장난감 속에서 성장하고, 또 어떤 아이는 단 하나의 장난감과 함께, 또는 장난감 없이 크기도 한다는 것이다.

 

100뉴스,백뉴스,시니어,노인,실버,키니스장난감병원,노인일자리,장난감박사,김종일,장난감수리

▲ 키니스장난감병원에 접수된 수많은 장난감들의 모습.  © 이동화 기자


“우리는 장난감이랑 거리가 먼 세대이니까. 그런데 수리 의뢰하면서 사연들이 와. 장난감이 육아 비용에 상당히 영향을 많이 준다는 것, 장난감 없이 크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키니스장난감병원을 운영하면서 (사연들을 보고) 나도 알았지. 이제 우리의 목표가 조금 수정됐다고 할까. 이전에는 그저 장난감을 고치고 나누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장난감이 없는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주고 싶은 마음이야.”

 

키니스장난감병원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장난감 수리 접수를 하고 있다. 접수가 완료되면, 오프라인 매장으로 직접 방문하거나 택배를 통해 수리할 장난감을 보내는 식으로 진행된다. 김종일 이사장은 카페에서 사연 한 가지를 찾아 보여주며 이야기를 꺼냈다. 어려운 형편에 새로운 장난감을 사줄 수가 없어 고장 난 것을 꼭 고쳐주고 싶다는 어느 엄마의 글이었다.

 

“여러 사연들이 있어. 자네 같은 나이에 추억이 있으니 고쳐 달라는 것도 있고, 아이가 진짜 좋아하는 것도 있고, 또 하나는 진짜 장난감이 없는 집에서 꼭 고치고 싶어서 오는 가슴 아픈 것. 여기 글 내용대로 엄마가 힘든 거야. 그래서 장난감을 몇 개 더 넣어서 보내줬지. 이렇게 사연을 남겨주면 장난감들을 더 넣어서 보낼 수 있어. 근데 이런 사연을 일일이 적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그럼 나도 일일이 찾을 수가 없어”

 

키니스장난감병원에서는 1년에 약 1만 점가량의 장난감을 수리해왔으며, 비슷한 수량의 장난감을 기부해왔다. 지난해에는 의정부시, 인천시, 고양시 등지에 출장 봉사활동을 다니며 장난감 수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출장 봉사가 취소되고, 휴원 기간도 길어지며 수리할 수 있는 장난감이 적었다.

 

장난감 기부도 마찬가지였다. 그간 일일이 기부처를 찾아낼 수 없는 탓에 아이들과 부모들을 한자리에 모아 장난감을 나누는 ‘기증식’을 열어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는 모든 행사가 취소됐다. 그래서인지 사무실 한편에는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장난감들이 담긴 큰 박스들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이미 사무실에 쌓여 있는 기증 받은 장난감의 3배에 이르는 물건을 창고에 내려 두고, 1천 점가량을 서구점으로 옮겨 두고도 남은 물량이 산더미였다.

 

“그동안은 각 지자체의 육아지원종합센터, 전국에 있는 무료 장난감 대여소에서 수리 의뢰가 오면 ‘놀러 오는 아이들 주세요’하고 한 상자씩 주기도 하고, 어린이 재활병원에 주기도 했지.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인지 연락이 죄다 끊어졌어. 장난감이 필요한 곳을 우리가 찾을 수가 없어. 다음 달에도 새 장난감 기증 들어올 곳이 있는데, 줄 곳이 없으니 큰일이야. 어디든 장난감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연락을 줬으면 좋겠어. 장난감이 필요한 손자 손녀가 있는 시니어들도 당연히 환영이고.”

 

100뉴스,백뉴스,시니어,노인,실버,키니스장난감병원,노인일자리,장난감박사,김종일,장난감수리

▲ 김종일 키니스장난감병원 이사장이 지난해 신설된 ‘아나바다본부’에서 포즈를 취했다.  © 이동화 기자


장난감을 더욱 많이 나누기 위해 지난해에는 새로이 방을 얻어 ‘아나바다본부’도 신설했다. 누구나, 언제든지 자유롭게 들려서 안 쓰는 장난감은 기증하고, 지루해진 장난감은 기부할 수도 있는 공간이다. 김종일 이사장은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직접 장난감을 쥐여주기도 한다며 옅게 미소 지었다.

 

장난감 수리 의뢰가 가장 많이 들어오는 지역은 서울과 부산이다. 키니스장난감병원 측에서 그리는 미래는 간단하다. 각 지역마다 시니어 장난감 박사를 양성해 파견하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키니스장난감병원이 없는 서울이나 부산 등지에 거주하는 아이들도 집 근처에서 바로 장난감을 고치고,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키니스장난감병원 측은 장난감 박사 양성 교육을 아낌없이 지원할 계획이 있다.

 

“지역마다 시니어들을 교육해서 보내면 어디서든 쉽게 수리하고 기부할 수 있잖아. 게다가 관련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지. 지난해에 이미 시니어들을 교육해서 인천시 무료 장난감 대여소 ‘도담도담 장난감 월드’에 파견하기도 했어. 남녀 상관없이, 모두들 기본적인 것만 배우면 할 수 있는 일이야. 용감한 사람은 누구라도 할 수 있을 거야. 내년이면 10년째인데, 우리는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모두 교육해 줄 수 있지.”

 

키니스장난감병원은 개인 사비를 털어 시작됐다. 김종일 이사장에 따르면, ‘말이야 쉽지 뭣 모르고 시작한 일’이었다.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맨땅에 헤딩하듯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는 것이다.

 

“지금 하라 그러면 안 해. 어려웠지. 처음 시작한다는 건 원래 그런 거야. 이 일은 장비도 필요하고, 장소도 필요한 일이야. 굉장히 힘들었어. 지금은 후원금이 들어오지만, 그래도 만만치 않지. 봉사 단체는 빠듯하게 하는 거잖아. 자기 돈과 시간이 들어가야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해. 그래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식대 정도는 지원을 받고 싶네. 이제는 그것만 해결이 되면 돼.”

 

온갖 풍파를 헤치고 살아남은 키니스장난감병원은 내년이면 개원 10주년을 맞이한다. 시작은 힘들었을지언정,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 지금을 만들어냈다. 이제는 전국에서 기증받는 장난감들을 그 지역 아이들에게 나누고, 전국에 장난감 박사들이 파견되는 날들을 꿈꾸고 있다.

 

“부산이나 광주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나눠줄 방법이 없어. 전국에 이런 곳이 많이 만들어지면 그 지역에 장난감 못 가지는 아이들이 줄어들겠지. 그 뒷바라지는 우리가 할 수 있어. 장난감 없이 자라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봐. 나이에 맞는 장난감을 갖고 놀아야 정서적으로 안정이 돼. 장난감을 기증받는 것은 쉬울 수 있어. 그러면 각 지역에서 기증받고, 고쳐서 나누고, 시니어 장난감 박사들도 고용하고.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

 

김종일 이사장은 두 손을 꼭 맞잡으며 이야기를 끝냈다. 사무실 밖에서 들려오는 온갖 장난감들의 생생한 소리는 그의 순수한 동심이 깃든 꿈이 실현 가능한 현실로 느껴지게끔 만들었다. 어린이와 어른이들의 동심을 지키는 장난감 박사들과 김종일 이사장, 키니스장난감병원이 만들어 갈 미래를 함께 응원한다.

 

100뉴스,백뉴스,시니어,노인,실버,키니스장난감병원,노인일자리,장난감박사,김종일,장난감수리

▲ 어린이와 어른이들의 동심을 지키고 있는 키니스장난감병원의 장난감 박사들과 김종일 이사장의 모습.  © 이동화 기자

 

[백뉴스(100NEWS)=이동화 기자]

100뉴스
이동화 기자
donghwa@confac.net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
100뉴스, 백뉴스, 시니어, 노인, 실버, 키니스장난감병원, 노인일자리, 장난감박사, 김종일, 장난감수리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