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 몇 개, 짧은 쪽지 하나에 힘을 얻어 아픈 장난감 치료하죠”

원덕희 키니스장난감병원 장난감 박사

이동화 기자 | 기사입력 2020/11/09 [15:59]

“사탕 몇 개, 짧은 쪽지 하나에 힘을 얻어 아픈 장난감 치료하죠”

원덕희 키니스장난감병원 장난감 박사

이동화 기자 | 입력 : 2020/11/09 [15:59]

영화 ‘토이스토리’ 속 장난감들은 여섯 살 난 주인 ‘앤디’가 보지 못할 때 살아 움직인다. 오랜 시간 앤디의 사랑을 받아 온 카우보이 인형 ‘우디’를 비롯한 장난감 친구들은 힘을 모아 신입 장난감 로봇 ‘버즈’에 맞서기도 하고, 친구들을 구하기 위한 모험을 감행하기도 한다. 장난감과 한 시절을 함께하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속 장난감 친구들이 꼭 이러하지 않을까.

 

장난감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여기며, 고장 난 장난감 친구를 ‘아프다’고 표현하는 순수한 동심을 가진 아이들을 위한 병원이 있다. 알록달록한 캐릭터들로 꾸며져 여느 소아과와 다를 것 없어 보이는 ‘키니스장난감병원’이다. 지난 2011년 처음 문을 연 이곳은 은퇴한 시니어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아픈 장난감을 무료로 치료해 주고, 기부받은 장난감을 나누기도 하는 곳이다.

 

장난감 치료는 키니스장난감병원 카페를 통해 접수한 후, 택배로 아픈 장난감을 보내거나 직접 방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치료비는 모두 무료지만, 택배를 이용할 경우 왕복 택배비는 의뢰인이 부담해야 한다.

 

지난달 26일 방문한 이곳에서는 삐용삐용, 번쩍번쩍 온갖 소리와 불빛을 내뿜는 아픈 장난감들의 치료가 한창이었다. 이날 키니스장난감병원에는 총 10명 중 4명의 장난감 박사가 자리해 있었다. 장난감 박사들은 어린아이의 모빌부터 어른이의 추억이 담긴 요술봉까지 다양한 장난감을 고치는 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100뉴스,백뉴스,시니어,노인,실버,키니스장난감병원,노인일자리,장난감박사,원덕희,장난감수리

▲ 원덕희 키니스장난감병원 장난감 박사의 모습.  © 이동화 기자


“어떤 게 궁금해서 여기까지 오셨어요?”

 

바삐 손을 움직이며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환하게 웃으며 먼저 말을 걸어온 사람은 원덕희(68) 장난감 박사. 장난감 치료 4년 차 ‘막내’인 그는 은퇴 전 36년 동안 선생님으로 일했다. 주로 공업고등학교에 재직했으며, 은퇴 후에는 요리를 배우는 등 취미 생활에 몰두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키니스장난감병원에서 활동하게 됐다. 

 

키니스장난감병원에서 원덕희 장난감 박사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임무는 장난감 수리요, 두 번째는 장난감 수리를 위해 전국에서 몰려드는 택배를 정리하는 일이다. 하루에 도착하는 택배는 약 20~30개, 물량이 많을 때에는 60개씩 오는 날도 있다. 원덕희 장난감 박사는 이렇게 도착한 택배들을 받아서 의뢰인과 장난감이 뒤바뀌지 않도록 기록하고, 다시 주인의 품으로 돌아갈 장난감들을 포장해 택배 송장을 붙이는 일까지 도맡고 있다.

 

“제가 막내라서 가장 어려운 택배 일을 해요. (택배 일이) 굉장히 힘든 편이에요. 한창 많이 올 때는 몸살도 났었어요. 전국에서 막 오니까요. 택배는 김 박사님과 함께 작업하는데, 제가 막노동식으로 하죠. 그래서인지 제일 어린데 아픈 곳이 많아요.”

 

한 명의 의뢰인이 보내는 장난감은 평균 3개 정도. 택배 하나를 풀면 보통 1~3개의 장난감이 들어있는 것이다. 수리 의뢰가 폭주할 때에는 몸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일이라, 몸이 여기저기 아픈 날도 많다. 나사가 많은 장난감을 고친 후에는 손이 마비가 되는 날도 있고, 조그마한 부품들은 잘 보이지 않아 힘겨울 때도 있다. 원덕희 장난감 박사는 낯선 고장의 경우에는 수리에 오랜 시간이 걸려 더욱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며 쑥스럽게 웃어 보였다.

 

장난감 박사들은 하루 7시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주일에 5일 장난감 치료 활동을 하며, 키니스장난감병원에서는 한 해에 약 1만 점의 장난감을 수리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휴원 기간이 길어지며 조금 적어졌지만, 한 사람당 많게는 하루 열댓 개부터 적게는 서너 개까지 꼬박 꼬박 수리하고 있다.

 

100뉴스,백뉴스,시니어,노인,실버,키니스장난감병원,노인일자리,장난감박사,원덕희,장난감수리

▲ 원덕희 장난감 박사가 아픈 장난감을 치료하고 있다.  © 이동화 기자

 

마치 의사처럼 장난감 박사들은 저마다 가장 자신 있는 치료 분야가 있다. RC카나 자동차 장난감, 피아노와 같은 악기류, 고치기 어려운 고장까지 각자의 분야가 나뉘어 있다. 그중에서도 원덕희 장난감 박사의 특기는 ‘에듀볼’이라고 불리는 큐브형 장난감과 갓난 아기들을 위한 모빌, 버스 형태의 장난감들이다.

 

“어린아이들이 갖고 노는 것들을 좋아해요. 간단한 것도 좋고요. 특히 모빌은 아기 엄마들에게 꼭 필요한 장난감이니 우선순위에 두고 빨리 고쳐서 보내려고 노력해요. 아기 엄마들이 모빌 없으면 식사도, 설거지도, 청소도,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

 

원덕희 장난감 박사는 특기 분야에 대해 설명하며 조금 멋쩍은 듯 얼굴을 붉히더니, 고치기 어려운 장난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테이블 모양의 다기능 장난감과 물이 나오는 싱크대 장난감, 태엽이나 플라스틱 기어, 톱니바퀴 등의 부품이 필요한 장난감들은 수리가 어려운 대표적인 것들이다. 테이블 모양의 장난감은 워낙 구조가 복잡하고, 싱크대 장난감의 경우에는 물로 인해 부품이 녹이 슬면 대체품을 구하기 어렵고, 방수 작업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태엽, 플라스틱 기어, 톱니바퀴 등도 꼭 맞는 새 부품을 구하기 어려워 수리할 수 없는 장난감이 대부분이다.

 

“잘 고치면 괜찮은데, 하나도 못 고쳤을 때에는 항의하는 분들이 있어요. 택배비가 아깝다고요. 수리가 어려운 것들은 보내시지 말라고 안내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의뢰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래도 못 고치면 서운해하시니,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안 좋은 소리를 들어 속상했죠.”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는 봉사활동에 따뜻한 마음들만 돌아오면 좋으련만, 세상이 어디 좋은 일들만 있을까. 따뜻한 마음으로 배려했으나 의도가 곡해된 적도, 호의를 거절당한 일화들도 가득하다. 대표적인 일로는 모빌이 움직이지 않아 수리를 진행했던 건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고칠 수 없어서 의뢰인과 상의 끝에 작동이 잘 되는 모빌을 대신 보냈지만, 그대로 되돌아왔다.

 

“의뢰인 측에서 우리가 좋은 장난감을 갖고, 안 좋은 것을 보내줬다는 후기를 남긴 적이 있어요. 순수한 마음에 한 일인데, 잘 안되더라고요. 이제 제 생각대로 안 하고 왔던 그대로 보내요. 건전지도 보내준 것 그대로 되돌려 보내야 해요. 새 건전지를 보냈는데, (안 좋은 것으로) 바뀌어서 왔다는 이야기도 들었거든요. 눈물 나게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안 좋은 기억만 자꾸 남아요. 사람이 메말라간달까.”

 

원덕희 장난감 박사는 당시의 허탈한 심정을 떠올리며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는 일도 아니고, 체력적으로도 힘들며, 급여를 받는 일도 아닌 장난감 수리 봉사를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잘 고쳐서 보냈을 때, 아이들이 고맙다며 쪽지를 보내주거나 하면 또 보람을 느껴요. 그 맛에 힘이 들어도 해요. 또, 자주 의뢰하시는 분들은 장난감을 보내시면서 사탕과 쪽지를 함께 넣어두세요. ‘당 충전하시고 힘내세요’ 하고요. 사탕 세 개, 큰 건 아니어도 사람 간의 정이 오가는 것 같아 흐뭇해요. 그런 것들은 어떻게든 고치려고 애쓰죠. 모르는 것들은 물어봐서라도 하고요.”

 

100뉴스,백뉴스,시니어,노인,실버,키니스장난감병원,노인일자리,장난감박사,원덕희,장난감수리

▲ 원덕희 장난감 박사의 작업대에는 따뜻한 말이 적힌 쪽지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 이동화 기자


봉사활동을 하며 힘든 일들도, 상처받는 일들도 많았지만, 그런 상처들을 치유하는 것 또한 사람이었다. 원덕희 장난감 박사의 작업대 앞에는 ‘항상 감사합니다’, ‘박사님들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등의 말이 적힌 쪽지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매년 아픈 곳은 늘어가고, 한 달에 약 120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원덕희 장난감 박사는 앞으로도 봉사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아이들을 위해,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뿌듯한 마음이 더 큰 까닭일 터이다.

 

“묵묵하게 아이들에게 봉사하는 거죠. 손자가 6살인데, 그 녀석도 장난감을 고쳐주면 ‘할아버지 좋다’고 그래요. 그 모습을 생각하며 하는 거죠. ‘다른 아이들도 우리 손자처럼 좋아하겠구나’ 하고요. 눈도 침침하고, 팔도 아프고, 자꾸 몸이 아파지지만, 몸 건강히 할 수 있을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어요.”

 

[백뉴스(100NEWS)=이동화 기자]

100뉴스
이동화 기자
donghwa@confac.net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
100뉴스, 백뉴스, 시니어, 노인, 실버, 키니스장난감병원, 노인일자리, 장난감박사, 원덕희, 장난감수리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