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시간’ 자원봉사활동 역사의 산증인, 강성금 시니어를 만나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2020년 현재까지, 자원봉사에서 삶의 에너지를 얻다

조지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5/26 [17:15]

‘1만 시간’ 자원봉사활동 역사의 산증인, 강성금 시니어를 만나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2020년 현재까지, 자원봉사에서 삶의 에너지를 얻다

조지연 기자 | 입력 : 2020/05/26 [17:15]

 

▲ 강성금 시니어가 삼거리미용원에서 미용원 거울의 디자인에 관해 해설하고 있다.  © 조지연 기자

 

[백뉴스(100NEWS)=조지연 기자] 한국의 자원봉사활동 역사는 짧다. 권성희의 한국 자원봉사 활동의 관리체계 및 지원체계, 활성화 방안 연구’(한성대학교 행정대학원, 2011)에 따르면, 1903년 기독교청년회(YMCA) 창립을 계기로 우리나라에 현대적 의미의 자원봉사활동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해당 연구에 의하면, 1980년대에 우리나라의 높은 경제 성장은 국민들의 의식구조 변화로 이어졌다. 이는 많은 사람이 자원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다. 특히,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의 개최는 전국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은 통역도우미 역할을 맡았다. 당시 처음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해 2020년 현재까지 1만 시간이 넘게 활동한 강성금 시니어(67)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 시니어를 만난 장소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었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 내에 있는 삼거리미용원 문을 열자 강 시니어가 반갑게 방문객을 맞았다. 그는 익숙한 듯 방문객에게 생활 속 거리두기캠페인을 소개했다. 설명이 끝난 후에는 열 체크와 방문객 명단 작성을 도왔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개관한 지 약 2년이 됐다. 그는 첫 개관부터 현재까지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베테랑 해설사.

 

▲돈의문 박물관 마을의 독립운동가의 집 전시관에서 해설 및 안내를 맡은 강 시니어의 모습. ©본인 제공

 

강 시니어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처음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최되는 올림픽이니만큼 국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그는 당시 올림픽에서 통역을 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를 뽑았다. 마침 전공이 일본어였기에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988년에 주된 자원봉사활동은 외국어통역이었다. 강 시니어는 서울시청 관광안내소에서 주에 3회 정도 봉사활동을 했었다. 시청 안내소에 가면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각종 외국어가 가능한 자원봉사자들이 자기 자리에 대기해있었다.”면서 내 자리는 항상 일본어 통역이었다.”고 회상했다.

 

첫 자원봉사활동후 강 시니어는 자원봉사활동이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 배우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임을 직감했다. 마침 1988년 이후로 전국 국공립 기관에서 외국어 통역뿐만 아니라 해설 교육 안내 등 다양한 역할의 자원봉사자들을 뽑기 시작했다. 그는 공직 생활 중에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을 이어나갔다.

 

강 시니어에게 지금까지 했던 자원봉사활동들을 물었다. 국립 한글박물관 한글 놀이터 질서 유지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안내 서울식물원 방문자 안내 운현궁 관람 및 언어별 해설 전쟁기념관 어린이박물관 해설 등 강 시니어의 자원봉사활동 이력을 나열하니 끝이 없었다.

 

그는 은퇴 후에는 이전보다 시간 여유가 더 생기더라. 그래서 본격적으로 박물관 해설 봉사에 나섰다.”면서 박물관에서 매주 아이들을 만나는 게 삶의 낙이 됐다.”고 밝혔다.

 

▲강 시니어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자원봉사할 때는 팸플릿을 달달 외워서 관람객들에게 안내했다."면서 "자연스럽게 미술이나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본인 제공

 

강 시니어는 아이들을 만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꼈다. 젊었을 적부터 그의 꿈이었던 학교 선생님은 즐거운 마음 언저리에 응어리처럼 남았다.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동화구연이었다.

 

그는 2014년에 동화구연 중급과정을 수료했다. 2015년에는 정식 자격증을 취득했다. 강 시니어는 자격증을 따고 어린이집에서 자원봉사를 하려고 마음먹던 찰나에 강남시니어클럽에서 진행하는 동화구연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전까지 어린이집에서 주 2, 1시간 30분 동안 구연동화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그곳에서 그는 선생님의 꿈도, 삶의 활력도 되찾았다. 강 시니어는 아이들하고 놀아줄 때는 내가 마치 아이가 된 것 같다. 아이들만의 천진난만한 세상에 빠진 것이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동화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빨간 모자나 호랑이와 곶감, 아기돼지 삼 형제 같은 전래동화가 인기가 많았다.”고 답했다.

 

▲강 시니어는 "코로나19가 소멸되면 다시 동화구연 자원봉사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인 제공

 

강 시니어는 즉석에서 동화구연 솜씨를 뽐냈다. 그는 마도 미치오 작가의 영차영차’(한국슈타이너 펴냄, 33p, 2002)를 선보였다. 그는 도서가 없는 상태임에도 능숙하게 도서 영차영차의 한 대목을 연기했다.

 

사자는 힘이 세요. 코끼리도 호랑이도 줄다리기로 이겼어요. 생쥐가 말해요. ‘나랑 줄다리기하자. 내가 널 이길 수 있어.’ 사자가 비웃어요. ‘, 네가 나를 이긴다고?’ 생쥐는 12마리의 쥐를 데려와요. 생쥐들과 사자가 줄다리기해요(중략)이럴 수가. 사자가 줄다리기에서 졌어요.”

 

여러 마리의 쥐와 사자를 연기하는 강 시니어의 눈은 반짝인다. 사자 연기를 할 때는 목소리를 낮고 굵게 낸다. 사자에게 도전하는 쥐의 목소리는 초등학생같이 명랑하다. 여러 마리의 쥐를 연기하는데도 음성의 높낮이와 굵기, 리듬으로 각 쥐의 성격을 드러낸다.

 

그는 아이들에게는 제가 얻는 것이 많다. 내가 아이들에게 동화를 구연하는 입장임에도 아이들의 시선에서 배워오는 것이 많았다. 아이들과 같이 웃고 떠들면서 기도 얻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 2018년도를 기준으로 강 시니어의 자원봉사활동 시간은 1만 869시간이었다.  ©본인 제공

 

강 시니어의 자원봉사활동 시간은 매년 차곡차곡 쌓였다. 2018, 그가 활동한 시간은 어느덧 1만 시간이 넘었다. 같은 해, 서울 서초구와 서초구 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활동 스무 해를 맞아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라는 책을 출판했다. 강 시니어 또한 자원봉사역사의 산증인으로써 책의 한 면을 장식했다.

 

그에게 향후 목표가 있냐고 묻자 노인 상담사 자격증을 따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강 시니어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만 하다가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을 하게 된 적이 있었다. 아이들과 달리 어르신들의 반응이 적어서 수업하고 우울한 마음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서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면서 올해는 꼭 노인 상담사 자격증을 따서 요양원이나 복지관에서 다른 방식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강 시니어에 따르면, 현장에는 많은 시니어들이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시니어의 자원봉사활동 참여인구율은 2019년도 기준 6.5%. 이는 전 연령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하지만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시니어들의 열정은 다른 연령 못지 않다. 자원봉사활동 참여인구 1인당 연간 평균 참여 시간이 이를 증명한다.

 

통계청에 의하면,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는 65세 이상 시니어의 연간 평균 참여 시간은 51.6시간이다. 15.3시간을 기록한 10대와 3배 넘게 차이 난다. 전 연령 평균 시간인 26.25시간과 비교해도 65세 이상 시니어가 약 2배 가까이 많은 시간을 활동한 것이다.

 

▲강 시니어는 "자원봉사활동을 해서 가장 좋은 점은 바쁜 것"이라면서 "자원봉사활동이 은퇴 후 건강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 조지연 기자

 

강 시니어 또한 한 번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하면 장기간 활동을 이어나가려고 노력한다. 그에게 자원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게 된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묻자 자원봉사활동은 기부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비롯한 다양한 장소에서 자원봉사홛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은퇴 후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고민하는 시니어들에게 강 시니어는 망설이지 말고 자신 있게 부딪혀보라. 나는 처음 용기를 내고 자원봉사활동에 지원한 것이 기관마다 연결되면서 지금의 활동으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면서 기관이고, 자원봉사활동이고 간에 직접 노크해야 당신의 삶이 풍성하게 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100뉴스 /
조지연 기자
ksh@confa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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