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에게도 노동은 삶의 활력이다, 조영숙 시니어

시니어 편의점 2호점에서 노동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듣다

조지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5/06 [10:26]

시니어에게도 노동은 삶의 활력이다, 조영숙 시니어

시니어 편의점 2호점에서 노동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듣다

조지연 기자 | 입력 : 2020/05/06 [10:26]

▲ 시니어 편의점 2호점에서 근무하는 조영숙 시니어(66)의 모습.  © 조지연 기자

 

[백뉴스(100NEWS)=조지연 기자] 일은 사람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행하는 생계 활동이다. 가까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예부터 일과 사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농경사회는 서로의 노동을 교환하는 ‘품앗이’와 노동을 대가로 필요한 물자를 얻는 ‘품삯’이 성행했다. 이후 상품화폐 경제 시대에 들어서면서 개인의 노동은 화폐로 환산됐다.

 

현대 사회에 들어서서 노동은 단순한 생계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어떤 이들은 노동의 대가로 아이덴티티(정체성)를 표현한다. 또 다른 이들은 ‘워커홀릭’이라고 불리며 일 그 자체로 자신의 삶을 대변한다. 하지만 아무리 일을 하고 싶다고 한들 한국 사회에서는 현행법상 만 60세가 되면 ‘일할 권리’가 사라진다. 어제까지 일했던 직장인이 다음날 ‘만 60세’라는 이유로 노동에서 배제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일이 없어진 시니어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2020년 3월 27일, 고양시에서 개점한 GS25 주엽한사랑점은 시니어와 청·장년 직원이 함께 일하는 곳이다. 일명 ‘시니어 편의점’으로 불리는 이곳은 주간에는 시니어 직원이, 야간에는 청·장년 직원이 돌아가며 근무를 하고 있다. 그곳에서 일하는 조영숙 시니어(66)를 만났다.

 

조 시니어는 일주일 중 이틀을 근무한다. 일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6시간이다. 그는 누가 봐도 한 달 근무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일에 익숙해 보였다. 조 시니어는 한강 쪽에서 9년간 편의점을 운영했다. 그에 따르면, 바쁜 한강 대로변에서 2교대로 매일 12시간을 근무하는 것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 힘든 노동이었다. 그는 “60세가 넘어가니 ‘일을 쉬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결국 (일을) 관뒀었다.”고 당시 심경을 토로했다.

 

▲ 조 시니어는 근무하는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 조지연 기자

 

은퇴한 이후로 그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왔을까. 처음에 조 시니어는 일을 관두고 집에서 쉬는 것을 택했다. 하지만 하루 12시간씩 부지런히 일하던 그에게 휴식의 달콤함은 짧았다. 조 시니어는 “가족들이 편의점 일하느라 고생했으니 이제 푹 쉬라고 이야기했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면서 “막상 집에서 쉬니까 자꾸 아픈 곳이 생기고 우울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은퇴 후 남는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지 않기로 결심했다. 동네에서는 반장 역할을 맡으며 동네 주민들과 소통했다. 그는 반장 일을 하면서 노노(老老)케어에 관심을 가졌다. 이 관심은 65세의 나이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일조했다. 60세가 넘는 나이에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그에게 ‘공부가 어렵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는 대뜸 “하다 보니 그게 또 되더라.”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노노케어에 대한 관심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지만, 실제 현장은 책 속의 글자보다 더 어려웠다. 그는 “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해 실습 교육을 나갔는데, (현장은) 생각한 것보다 더 어려웠다.”면서 “처음에 ‘어르신들에게 해주면 좋겠다.’고 다짐한 것과 달리 실제 업무가 나의 성향과 안 맞았던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조 시니어는 요양보호사의 길을 접었다. 그는 결국 다른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조 시니어는 “재취업을 위해 인터넷으로 일자리를 찾았다.”면서 “그러던 중 고양시니어클럽에서 반가운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고양시니어클럽은 당시 시니어 편의점 2호점의 직원을 모집 중이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조 시니어는 예전처럼 잘 일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결국 그는 고민 끝에 ‘일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조 시니어는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갔다. 편의점은 그에게 아직도 노동의 공간이다. ‘편의점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 말에 그는 “힘든 것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조 시니어는 “젊었을 때 많이 해봐서 그런지 손님 대하는 방법이나 진열 같은 부분에서는 어려움이 없다.”면서 “대신 일전에 운영했던 편의점과 브랜드가 다르다 보니 정산이 조금 미숙하다.”고 이야기했다.

 

▲ 그는 비슷하게 생긴 담배 진열대 속에서도 척척 손님이 원하는 담배를 찾아 보였다.  © 조지연 기자

 

인터뷰하던 도중 한 손님이 이쑤시개를 찾았다. 그는 척척 숨어 있는 이쑤시개를 찾아내 보였다. 조 시니어는 ‘자신만의 근무 철학’이 ‘스피드’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중요한 것은 착실하게 인사 잘하고, 빠른 속도로 일 처리 하는 것”이라면서 “손님 입장에서 밀리면 기분이 안 좋을 수 있기에 되도록 빨리 응대하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조 시니어는 은퇴 후 몇 안 되는 ‘경력을 살린 재취업 사례’다. 편의점 일에 익숙했던 그였지만, 그가 편의점에 재취업한다니 주변 사람들은 만류했다. 그는 “긴 시간 동안 편의점에서 근무했었으니까 주변 사람들은 그 환경을 대충 알지 않냐”면서 “솔직히 말하면 저희 남편도 애들도 동생들도 (편의점 재취업을) 반대했다.”고 밝혔다.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 달리 그의 노동은 ‘삶의 활력소’가 됐다. ‘일을 시작하고, 내 인생에서 이런 점이 가장 많이 변했다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웃음이 생겼다.”고 답했다.

 

일하면서 웃음이 많아진 그를 보고 가족들이 제일 먼저 ‘얼굴이 밝아졌다.’고 이야기했다. 조 시니어는 “제가 나와서 일을 하니까 어느 순간부터 가족들도, 동생들도 ‘좋은 생각’이라면서 응원하더라.”면서 “이유를 물어보니 집에 있을 때보다 혈색도 돌고 얼굴이 밝아져서 그런 것이었다.”고 전했다.

 

▲ 현장에서 한 손님이 선불카드로 택배 결제가 안되자 담당자인 이재욱 사회복지사와 함께 문제점을 해결하는 모습  © 조지연 기자

 

조 시니어는 “일을 하는 것은 확실히 집에만 있을 때와 다르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일을 나와서 어린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내 마음이 학생 때로 돌아간 것만 같아 기쁘고, 또 어떤 학생들을 보면 손주를 보는 것 같아서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난다.”면서 “편의점 일이 생활의 활력소가 됐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권장하는 은퇴 나이는 만 60세다. 하지만 많은 시니어가 은퇴 후에도 ‘일하는 고령자’로 살아간다. 통계청의 ‘고령자 통계’(2019)에 의하면, 작년 기준으로 시니어 10명 중 6.87명은 노동이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장래에 근로를 원한다.’고 답한 시니어도 2017년부터 매년 증가하고 있다. 왜 많은 시니어가 은퇴 후 다시 노동의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과거부터 사람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생계 활동의 일환으로 노동을 했다. 노동이 현재까지도 ‘생계’를 위한 활동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많은 시니어가 은퇴 후 일을 다시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비단 생계유지 때문만은 아니다. 2019년, 통계청은 55세 이상 79세 이하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취업을 원하는 이유’를 조사했다. 그 결과 60.2%는 '생활비 보탬', 32.8%는 ‘일하는 즐거움’ 때문에 취업을 원한다고 답했다. 
 

▲ 시스템상 선불카드로 택배 결제를 할 수 없다는 점을 배우는 조 시니어의 모습은 진지함이 역력하다.  © 조지연 기자

 

일을 하는 조 시니어의 모습에서는 시종일관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는 손님과 나누는 짧은 대화에서 일상의 활력을 얻는다. 9년간 일했던 장소지만, 그전과 달리 새롭게 생긴 시스템을 배울 때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임한다. 막연히 재취업을 고민하는 시니어에게 그는 “일은 생활의 활력소”라면서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 고령이라고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용기를 가지고 재취업에 도전해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조 시니어에게 ‘몇 살까지 일하고 싶냐’는 질문했다. 그는 “건강이 허락하고, 사회복지사님이 잘 봐주신다면 여기서 건강할 때까지, (몸이 아파서) 실수하지 않을 때까지 계속 근무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삶에서 노동의 가치는 ‘일하는 즐거움’과 연결된다. 더욱이 만 60세 이상 시니어에게도 노동은 삶의 활력이 될 수 있다. 조 시니어처럼 자발적으로 은퇴를 결정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현행법에 따라 만 60세에 은퇴한다.

 

60세 이상 시니어를 직원으로 고용하는 가토 제작소의 가토 게이지는 ‘60세 이상만 고용합니다’(가토 에이지 지음, 북카라반 펴냄)라는 저서를 통해 ‘우리 사회가 시니어의 일할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버 직원과 함께 일 하면서 “은퇴란 그들이 원할 때 스스로 직장을 떠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말처럼 어쩌면 사회는 ‘정년’이라는 이름으로 고령자에게 ‘일하는 즐거움’을 앗아가고 있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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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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