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쿠키가게 75세 사장, 이정애 시니어

종로 북촌 '정애쿠키'의 할머니 사장

방서지 기자 | 기사입력 2020/04/24 [15:57]

여유로운 쿠키가게 75세 사장, 이정애 시니어

종로 북촌 '정애쿠키'의 할머니 사장

방서지 기자 | 입력 : 2020/04/24 [15:57]

▲ '정애쿠키'의 사장, 이정애 시니어  © 방서지 기자


[백뉴스(100NEWS)=방서지 기자] 북촌 골목에는 카페나 작은 베이커리들이 죽 늘어서 있다. 이 중 하나인 ‘정애 쿠키’는 다른 곳보다 조금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바로 쿠키 가게의 사장이 올해로 75세인 할머니라는 것이다. 사장의 이름을 딴 ‘정애 쿠키’는 2013년부터 북촌에서 수제 쿠키와 커피를 판매 중이다.

 

그 나이대의 일반적인 사장들은 한자리에서 가게를 평생 이어온 경우가 많은데 ‘정애 쿠키’는 그렇지 않다. 이정애 시니어가 68세의 나이였을 때 시작한 가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게를 운영하는 데 조금의 어색함이나 불편함은 찾아볼 수 없다.

 

사실 그는 이전에도 자영업을 한 경험이 있었다. 그것이 늦은 나이에도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주변에서 전 가게를 정리할 때 이제 그만 쉬라고 했어요. 나이도 들었으니까. 그런데 난 이대로 평생 늙어가기 싫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작은 가게라도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전의 가게들은 직원들도 많았고 규모도 굉장히 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치열하게 장사하는 것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 이번 가게는 직원 없이 작은 규모로 혼자 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가게를 시작할 때 가장 첫 번째 고민은 어떤 업종을 할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제 나이도 있어 복잡하고 힘든 일은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 고민이 가장 많이 되더라고요. 그때 딸이 쿠키를 추천했어요. 어릴 적 엄마가 구워 줬던 쿠키가 너무 맛있었다면서요.” 딸의 말을 듣고 보니 쿠키라면 충분히 혼자 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들었다고 했다.

 

메뉴가 정해지자 이제 가게를 어디에 차릴 지도 고민이었다. “집이 연희동이라 주변 이대, 홍대, 신촌 쪽 가게들을 많이 봤는데 마음에 드는 가게가 없었어요. 분위기도 그렇고.” 젊은이들의 열정이 넘쳐나는 거리에서는 할머니가 구워 주는 쿠키는 인기가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때 우연히 신문 광고에서 북촌 4평 임대 광고를 보게 되었다.

 

“난 여태 서울 살면서 북촌을 와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와보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분위기도 조용하고 고즈넉하니 마음에 딱 들었어요. 주변에서도 가게랑 북촌이랑 잘 어울린다며 꼭 북촌으로 하라고 추천도 많이 했고요.” 그렇게 북촌 한편에 할머니의 쿠키 가게가 들어서게 되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가 가게를 혼자 꾸려간 것은 아니다. 오픈 전에는 딸과 사위의 도움이 컸다. “간판 빼고는 전부 직접 가족들이랑 한 거예요. 가게 로고랑 명함은 딸이 하고 나머지 인테리어나 그림은 사위가 했죠.” 가족들의 도움으로 가게 준비는 순조로웠다. 하지만 영업 초반에 혼자 쿠키를 굽고 손님맞이를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을 썼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일이 손에 익으니까 굳이 아르바이트생이 없어도 되겠더라고요. 이 작은 가게에 사람이 둘이나 있는 것도 조금 불편했고요.” 그 후 ‘정애 쿠키’는 할머니 사장 혼자 가게를 꾸려가게 되었다.

 

▲ 아메리카노를 준비하는 이정애 시니어의 모습  © 방서지 기자

 

오히려 혼자 일하면서 그는 장사한다는 느낌보다 사람들을 만나고 배우는 기분이 들어서 더 좋다고 했다. “혼자 운영하다 보니 조금 느릴 수 있는데 그때마다 손님들과 이야기를 주고받게 돼서 좋아요. 그중 기억나는 손님들이 있는데, 한 젊은 커플이 생각이 나요. 어느 겨울에 와서는 일 년 동안 본인을 행복하게 해준 것들을 꼽았을 때 우리 쿠키가 있었다고 했어요. 그래서 이걸 사러 들렀다고, 한 해 행복한 추억을 줘서 감사하다고 하는데 참 많은 감명을 받았어요.” 그는 본인이 누군가에게 행복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게를 하길 잘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가게를 하면서 힘든 점은 없느냐는 질문에 원래도 체력이 좋은 편이라 그렇게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내가 아무 데도 안 가고 집에만 있으면 화장도 안 하고 입던 옷 그래도 입고 티비나 들여다보고 있을 텐데 이렇게 가게를 하니까 매일 규칙적으로 밖에 나오잖아요. 훨씬 건강하고 활력 있게 사는 기분이 들어요.”라며 앞으로도 가게를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강이 닿는 순간까지는 가게에 나와서 쿠키를 굽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 '정애쿠키' 내부 모습  © 방서지 기자

 

그는 앞으로도 ‘정애 쿠키’가 사람들에게 여유와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장소로 남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사가 엄청 잘 되는 쿠키 집이 아닌 정성스럽게 천천히 구워서 만든 맛있는 쿠키랑 커피 먹으면서 놀고 쉬다가 올 수 있는 가게로 남고 싶어요. 할머니가 손주들한테 직접 만들어주는 쿠키를 먹으면서 쉴 수 있는 그런 곳이요."

 

실제로 ‘정애쿠키’는 바람대로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가게 모든 것이 그의 손을 거친 만큼 가게도 그의 분위기와 닮아 있었다. 북촌 할머니 쿠키가게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있다. 

100뉴스
방서지 인턴기자
ksh@confa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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