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여행하며 시를 쓰다, 전종호 시인

“인생 그 자체가 여행, 아직은 시작해도 좋은 나이”

이동화 기자 | 기사입력 2020/04/24 [11:12]

걷고 여행하며 시를 쓰다, 전종호 시인

“인생 그 자체가 여행, 아직은 시작해도 좋은 나이”

이동화 기자 | 입력 : 2020/04/24 [11:12]

▲ 도서 ‘가벼운 풀씨가 되어도 좋겠습니다’의 전종호 시인 모습.  © 본인 제공


[백뉴스(100NEWS)=이동화 기자] 시니어 전문 출판사 ‘어른의 시간’의 두 번째 시인선 ‘가벼운 풀씨가 되어도 좋겠습니다(어른의 시간, 180p, 2019)’의 저자는 여행과 일상, 자연 등을 통해 삶에 대해서 노래한다. 제주도와 울릉도, 무주를 지나 히말라야를 걸으며 시를 써 내려 간 시니어 시인, 전종호(62)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아직 제가 ‘시니어’라는 것이 실감이 안 나네요.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60대는 시니어 같진 않다고 생각해요. 제가 일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젊은 선생님들에 비해 시니어인 것이 맞지만, 밖에서는 저 스스로 시니어라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아직 건강에도 자신이 있고, 머리도 검고요. (웃음)”

 

새카만 머리에 당당한 풍채를 지닌 전종호 시인의 모습은 그의 말대로 은퇴를 앞둔 시니어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청년 같은 쾌활함을 지니고 있는 그는 현재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감으로 재직 중이었다. 군대를 다녀온 후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교사로 부임해 학생들을 가르친 지 벌써 36년째다.

 

■ 인생 제1막을 정리하는 시집

 

처음에는 특별한 사명감이나 목표를 갖고 교사가 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떤 스승이 될 수 있을지 수많은 고민을 하고, 학교생활에 그만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열심히 살아왔다. 오랜 교직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첫 부임지이자, 처음으로 담임을 맡았던 안양공고에서 만났던 제자들이다.

 

“처음 학교에서 처음 사랑을 가지고 만났던 첫아이들이랄까요. 당시 제가 28세, 아이들이 18세 정도였어요. 그때는 어려운 환경의 제자들이 직업을 갖고 살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가정방문도 많이 했고요. 당시의 제자들과 지금도 종종 연락하고, 만나요. 10살 차이니까 이제 같이 늙어가는 거죠. 제 시집의 출판기념회에도 왔었는데, 옛날이야기도 하고 그랬어요.”

 

학교에서는 윤리과목을 가르쳤지만, 사실 전종호 시인은 어린 시절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생 때부터 문학회에서 활동하면서 시를 썼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문학회에서 활동하며 습작을 이어갔다. 교육학을 전공했지만 실제로 대학을 다니며 어울렸던 친우들은 주로 국어과였고, 국어과가 아닌 최초의 문학회 회장이 되기도 했다.

 

“나름대로 시를 많이 썼었죠. 대학생 문예작품 공모전에도 참여했었지만, 정식 등단은 생각도 않고 있었어요. 그간 썼던 시들은 플로피 디스켓에서 CD, USB로 옮겨가는 도중에 잃어버린 것들도 많고요. 그런데 작년에 명예퇴직을 생각하면서 시집을 하나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전종호 시인의 시집 ‘가벼운 풀씨가 되어도 좋겠습니다’의 표지.  © 100뉴스 DB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교직에서 물러나며 스스로의 인생 제1막을 정리하는 의미였다. 그렇게 세상에 탄생한 시집은 1부 ‘가끔씩 바다도 침묵하였다’, 2부 ‘해지는 곳으로 가고 싶다’, 3부 ‘히말라야를 꿈꾸며’로 구성됐다. 1부에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고, 2부는 국내여행, 3부는 히말라야 여행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실렸다.

 

■ 인생의 의미를 담은 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시작한 등산과 여행은 전종호 시인에게 창조의 영감을 주었다. 그렇게 걷고, 등산하고, 여행하며 시를 썼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것들은 메모해 두었다가 한 편의 시를 완성해낸다. 전종호 시인은 가볍게 시를 쓴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 그의 시는 꽤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마치 굴곡진 그의 인생을 오롯이 담아낸 것처럼 말이다.

 

“살아간다는 것, 인생 자체가 여행이잖아요. 시집의 주제가 여행인 것 같지만, 사실은 인생에 대한 이야기예요. 여행, 자연, 교육을 통해서 배운 것들이요. 단순히 예쁜 말들로 자연을 노래하는 언어유희 대신, 인생의 의미를 담은 시를 쓰고 싶었어요. 여행과 자연, 제가 하고 있는 일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찾고, 그 의미를 언어로 표현해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시인은 자연과 사람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네 삶을 관통하는 이야기는 담백한 시어를 통해서 마음에 와닿는다. 그의 시집에 실린 ‘참나무처럼’은 인생을 4계절에 비유해 노래하며, 삶에 대해 사유하게 만든다.

 

너처럼 살고 싶었다/ 푸른빛 맨몸을 던져/ 순간에 온 산을 덮고/ 햇빛 찰랑이는 이파리를 흔들며/ 무릎 아래 도란도란/ 새끼들을 키우며 살고 싶었다 (중략) 낮술 한 잔에 흥얼흥얼 얼큰한 콧노래/ 세상을 다 잃은 듯 땅 꺼지는 한숨 소리도/ 지켜보면서 그렇게 서서/ 여름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었다-‘참나무처럼’

 

“가을과 겨울의 심정이 시니어의 마음이 아닐까 해요. 욕심 없이 담담하게 남은 세월을 마감하겠다는 마음이죠. 시를 쓰는 것은 저의 만족과 즐거움을 위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넘어서 다른 사람과 함께 의미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는 그런 의미에서 시를 쓰려고 해요.”

 

■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여행

 

▲ 히말라야를 방문한 전종호 시인의 모습.     ©본인 제공

 

국내의 여러 지역들과 산들을 걷던 그는 어느새 히말라야를 꿈꾸게 되었고, 결국 지난해 1월과 12월 히말라야 트래킹을 다녀왔다. 그의 첫 트래킹은 푼힐을 거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향하는 코스였고, 짐을 들어주는 포터 한 명과 단둘이서 걸었다. 평소에 건강 하나는 자신 있던 그였지만 60세가 넘은 나이였고, 여행 직전 어깨 인대 파열로 수술까지 받게 되어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막상 여행을 떠난 후에는 아픈 어깨를 잊은 채 열심히 걷고, 시를 썼다. 어둠을 밝혀주는 빛 한 줄기 없는 열악한 밤에도 시를 쓰고, 히말라야의 경이로움을 글로 남겼다. 히말라야가 주는 넘치는 영감으로 시를 썼지만, 또다시 그런 시들은 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때문에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생각했던 시집에 당시 썼던 작품들을 오롯이 실었다.

 

히말라야의 강렬함이 잊히지 않아 떠났던 두 번째 여행에서는 ‘랑탕 코스’를 걸었다. 예상과는 달리 두 번째 여행에서도 시가 샘솟고, 쏟아지는 듯한 경험을 하며 많은 작품들을 써 내려갔다. 고산병 증상으로 도중에 하산했지만, ‘멈춰야 할 때 멈춰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인지라 아쉬움은 없었다.

 

▲ 전종호 시인이 직접 촬영한 히말라야 풍경.  © 본인 제공


“히말라야를 다녀온 후배의 책을 읽고, 저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죠. 히말라야는 우리나라 산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어요. 차원이 다르달까. 신비롭달까. 제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공간의 개념과 전혀 달랐죠. 그간 살아왔던 삶을 넘어선 무언가였어요. 자연이 주는 감동과 영적인 무언가가 계속 흘러넘쳤죠. 히말라야에서의 경험은 삶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가져다줬어요.”

 

일상에서 벗어났더니 그간 살던 세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몸담은 교육현장부터 안정적인 삶이 흘러가는 일상까지도 말이다. 이런 깊은 통찰을 통해 그는 언론사에 정기 칼럼도 기고하고 있다. 그간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상부터 고착화된 문제들을 안고 있는 우리 교육계 이야기까지 비판적인 시각에서 문제의식을 담아 글을 쓰고 있다.

 

“여행을 떠나 문명과 떨어진 곳에 가면 조금 멀리서 바라보며 ‘이게 지금 잘 사는 건가’하는 생각을 할 수 있어요. 우리가 하는 일,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거죠. 제가 그래도 교육계에서 30년 이상 일했으니,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칼럼을 꾸준히 연재해서 책으로 펴내고 싶기도 하네요.”

 

■ 상상하고 꿈꾸는 미래

 

그는 ‘긍정적인 변화는 현실에 안주하는 대신 미래를 상상하며 길을 만들어갈 때 생겨난다’고 늘 생각한다. 그가 꿈꾸는 교육은 아이의 존재와 삶 그 자체를 존중하는 것이다. 물질적인 가치에서 벗어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풍부한 교양과 안목을 키워주는 것 말이다.

 

“학기말 학사보고를 할 때마다 교육자로서 늘 찔리는 것이 있어요. 공교육의 포커스가 잘못 맞춰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효율성과 물질적인 가치들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죠. 쉬운 일은 아니지만, 미래를 미리 상상하고 준비한다면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온라인 개학을 했는데,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있긴 하지만 그간 이야기하던 ‘미래학교’를 준비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교육자 전종호가 꿈꾸는 미래는 타인을 이해하며 서로 공존하는 연습을 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실현되는 방식의 교육을 할 수 있는 사회다. 시인 전종호로서는 다른 시집들을 더 펴내서 더욱 많은 사람과 작품을 나누고자 하며, 평범한 시니어 전종호로서는 은퇴 후에 봉사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꿈꾼다.

 

“62세로 퇴직할 예정이지만, 쉬어야 할 만큼 많은 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직 지병도 없이 건강한 편이고요. 교육·환경 관련 시민단체에서 봉사하고 싶고, 70세까지는 글쓰기를 전업으로 해보고 싶기도 하네요. 시, 교육 칼럼, 여행 에세이 등을 쓰면서요. 건강하고 멋있게 나이 들고 싶기도 해요. 앞으로의 일에 대해 미리 생각해보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삶을 긍정적으로, 낙관적으로 바라보며 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직은 뭔가 시작해봐도 괜찮은 나이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웃음)”

 

사람들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호탕한 웃음을 짓는 전종호 시인을 통해 젊음은 팽팽한 피부와 검은 머리칼이 아닌, 활기찬 마음과 긍정적인 태도에서 자연스레 풍겨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늘 젊음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모든 시니어들을 응원하고 싶다.

100뉴스
이동화 기자
donghwa@confa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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