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라는 날개를 달다, 윤복녀-이명옥-김영숙-유미숙 작가

‘늦깎이 시인, 날개를 달다’ 수필집으로 돌아온 네 시니어 작가

김영호 기자 | 기사입력 2020/03/13 [14:30]

한글이라는 날개를 달다, 윤복녀-이명옥-김영숙-유미숙 작가

‘늦깎이 시인, 날개를 달다’ 수필집으로 돌아온 네 시니어 작가

김영호 기자 | 입력 : 2020/03/13 [14:30]

▲ 수필집으로 돌아온 네 작가,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윤복녀, 이명옥, 김영숙, 유미숙 작가  © 제공=채문사


[백뉴스(100NEWS)=김영호 기자] 가정 형편, 당시 사회 분위기 때문에 한글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이 늦은 나이에 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배웠다. 한글을 막 깨우친 이들은 2015년, 시를 공부하더니 이듬해 시집을 내버린다. 그들 시집의 제목처럼 글공부를 통해 잠자는 자신을 깨운 네 명의 작가, 윤복녀, 이명옥, 김영숙, 유미숙 작가의 이야기다.

 

“제가 올해 74살입니다. 전에는 몰랐는데, 글을 배우고 속에 있는 말을 다 하니까 그게 제일 좋더라고요.” (윤복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박미산 교수님을 만났어요. 어디 풀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놓으니 너무 좋아요. 정말 날아갈 것 같아요.” (이명옥)

 

네 작가는 2015년, 서울의 마들여성학교에서 진행한 ‘시, 잠자는 나를 꺼내다’라는 치유의 인문학 교실에서 박미산 교수를 처음 만났다. 그때 시도 처음 접했으리라.

 

“문해교육을 받으면서 서울 마들여성학교에서 5주간 시를 공부하면서 교수님을 만났어요. 처음엔 한 40명 가까이 듣다가 한 10명이 남고, 저희 4명이 남아서 글을 끝까지 썼죠.” (김영숙)

 

“저는 수업에 조금 늦게 참여하게 되었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자기 마음을 꺼내서 쓴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물도 시를 쓰다 보니까 달라 보이고. 일상생활에서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유미숙)

 

▲ 인터뷰를 진행 중인 이명옥 작가(왼쪽), 윤복녀 작가(오른쪽)   © 김영호 기자

 

5주간의 교육이 끝나던 날, 이들 4명은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박미산 교수를 찾아갔다. 박미산 교수는 흔쾌히 허락했고, 대학로의 스터디 카페를 대관하여 시 공부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나온 시들을 정리하여 출판한 책이 ‘시, 잠자는 나를 꺼내다’(서정시학, 144p, 2016)이다.

 

“남들이 만나면 명함을 돌리는 것이 좋아 보였는데, 이제 저는 책이라도 돌리면 되니까 좋아요. 다시 이런 일이 있을까 생각했죠.” (이명옥)

 

 “작가라는 호칭이 기분이 좋더라고요. 집에서도 작가님이라고 불러주는데,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작가님이 참아야지~’라는 말을 들으면 화도 못 내고. (웃음) 그래도 좋죠.” (윤복녀)

 

시집을 내고도 그들은 함께 글 쓰는 것을 놓지 않았고, 박미산 교수는 다시 그들의 글쓰기 코치 역할을 자처했다. 네 작가는 새롭게 수필에 도전하게 되었고, 2019년 ‘늦깎이 시인, 날개를 달다’(채문사, 187p, 2019)라는 수필집을 내게 된다. 한글이라는 날개를 뒤늦게 단 늦깎이 작가들이 날아오르는 순간이었다.

 

▲ 인터뷰를 진행중인 (왼쪽부터) 유미숙, 김영숙, 이명옥 작가  © 김영호 기자

 

“교수님이 ‘시는 한번 써봤으니 수필을 한번 해보자’라고 해서 시작했어요. 수필은 제 내면에 있는 것을 바로 쓸 수 있고 표현할 수 있으니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유미숙)

 

“시는 글을 쓰고 다듬는 작업이 어려웠는데, 수필은 그냥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다 풀어놔도 되어서 좋았어요. 거짓 없이 솔직히 풀어내니 기분도 좋더라고요. 수필이 조금 더 쉬웠던 것 같아요.” (이명옥)

 

글을 배운지 얼마 안 되었지만, 벌써 책 두 권을 집필한 작가가 되었다. 한글, 문학 공부는 일상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그들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 네 작가들의 친필 사인  © 김영호 기자

 

“시 공부를 하면서 중학교 과정을 마쳤고, 올해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졸업했어요. 용기를 내서 하니 너무 재밌었어요. ‘이게 사는 거구나,’ ‘너무 그동안 나라는 존재 없이 살았구나,’ 생각이 들었죠. 예전에는 좌절하는 일이 많았는데, 요즘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느끼면서 사는 것 같아요.” (김영숙)

 

“글을 배우고 호텔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읽고 쓰는 것을 못 할 때는 취직은 꿈도 못 꿨죠. 일은 조금 어렵지만, 용기와 힘을 받은 기분이에요. 글쓰기가 저에게 자신감과 자존감을 줬다고 봐요.” (유미숙)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두려움이 없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어디에 가더라도 말귀를 잘 알아듣게 되고, 메모도 곧잘 할 수 있고. 3권 내달라고 교수님께 졸라야겠어요. (웃음)” (이명옥)

 

“예전에는 관공서나, 가게에 들어서기가 무서웠어요. 들어가면 다 나만 보는 것 같았죠. 이름이랑 주소 쓰는 법을 외워서 가도 틀리고. 지금은 들어가 보니 환하고 예쁘게 보이더라고요. 한글은 아직 어렵지만 저는 아주 높이 날 거예요. 모든 사물을 보고 글을 쓸 것이라는 포부가 생겼어요. 저를 드러내고 말할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윤복녀)

 

적지 않은 나이지만 한글이라는 날개를 달고 이제 막 비행을 시작한 작가들. 즐거워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글을 쓴다는 것’의 참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앞으로도 그들이 멀리, 그리고 높이 날며 좋은 글을 쓰도록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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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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