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문화산책] ‘세상에 너 편 하나만 있어도 살아지는게 인생이라’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산건 아닌지 회의감이 드는 이들에게, 영화 '계춘할망'

이유동 기자 | 기사입력 2020/01/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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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문화산책] ‘세상에 너 편 하나만 있어도 살아지는게 인생이라’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산건 아닌지 회의감이 드는 이들에게, 영화 '계춘할망'
기사입력: 2020/01/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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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뉴스(100NEWS)=이유동 기자] (영화 ‘계춘할망’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내용을 미리 아는 것을 원치 않는 분들은 이 기사를 읽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사람은 모름지기 주위에 사람이 있을 때 잘해야 한다. 이동진 평론가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라는 영화에 대해 평론할 때 “아무리 마음이 아파도 뒤돌아보지 마세요. 정말로 뒤돌아보고 싶다면 터널을 완전히 벗어난 뒤에야 돌아보세요.’라고 말했다. 인간은 후회의 동물이다. 지나간 사람이 다시 돌아오긴 굉장히 어렵다. 헤어진 연인이 다시 합쳐봤자 같은 이유로 결별한다. 어느 땐 멋졌다가 언제는 추해지는 것이 사람이라 사랑이든 가족이든 아름답지 않다.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을 알았을 땐 내가 그릇이 작았다는걸 안 한참 후다.소중한 것을 잃어야 사람은 성장한다.

 

▲ 영화 '계춘할망'의 한 장면. 계춘할망이 석호와 대화하고 있다.  © 제공=지오엔터테인먼트

 

'계춘할망'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계춘할망은 어렸을 때 장에 갔다가 혜지를 놓쳐 잃어버린다. 할머니를 잃은 혜지는 가출청소년의 무리에 들어간다. 혜지는 돈을 벌기 위한 행동에 급급하다, 할머니가 있는 제주로 내려간다. 시골에 내려가 할머니와의 행복한 인생을 꿈꾸던 혜지는 그림에 눈을 뜨게 되고, 계춘할망은 장어와 크레파스를 바꾸는 등 혜지를 위해 정성을 들인다. 재능을 인정받은 혜지는 할머니 얼굴부터 시작해서 온갖 다양한 소재를 그림으로 그려낸다. 서울의 미술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던 혜지는 할머니에게 선크림 꼭 바르라고 장담하고 길을 떠난다.

 

▲ 영화 '계춘할망'의 한 장면. 혜지가 계춘할망에게 선크림을 바르고 있다.  © 제공=지오엔터테인먼트

 

미술대회 출전을 준비하던 혜지는 잠적한다. 사실 혜지는 계춘할망의 손녀딸이 아니었다. 혜지의 진짜 이름은 은주였다. 보험금을 타기 위해 은주의 아빠가 죽은 혜지 대신 신분을 바꿔치기 한 것이다. 은주는 친구 민희에게 돌아가지만 민희와 혜지는 경찰서에 잡히게 되고, 여러 죄에 대한 처분으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는다. 계춘할망은 충격으로 치매에 걸린다. 출소 후 삼촌에게서 할머니가 없어졌다는 말을 들은 은주는 시장에서 계춘할망을 찾는다. 혜지를 찾아 제주 집으로 돌아온 은주는 이미 계춘할망 역시 은주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계춘할망은 임종 직전 진짜 혜지를 만나러 간다면서 은주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 영화 '계춘할망'의 한장면. 류준열 배우는 '독전' 이전에 악역 연기를 이 영화에서 이미 선보였다.  © 제공=지오엔터테인먼트

 

한국영화 속 할머니는 헌신적이거나 사회적인 능력 중 하나가 부족한 이미지였다. '죽여주는 여자'에서도 죽고 싶은 한 할아버지가 자의로 삶을 포기하기 어려울 때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렇게 시니어는 소외된 존재였던 적이 많았다. 이 '계춘할망'에서도 그랬다. 할머니는 결국 치매라는, 가족이 아니면 감당하기 어려운 병에 걸린다. 영화평론가 박평식 평론가는 “짜깁기한 감동으로는”이란 평을 내렸다. '계춘할망'은 한국영화의 클리셰를 빗겨나가는데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 영화 '계춘할망'의 한 장면. 석호와 할망이 혜지를 찾고 있다.  © 제공=지오엔터테인먼트

 

“세상살이가 힘들고 지쳐도 온전한 내 편 하나만 있어도 살아지는게 인생이라. 내가 네 편 해줄테니 너는 너 원대로 살아라.” 작 중 계춘할망이 말한 대사다. 이 영화가 좋은 영화고, 적지않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극한 이유는 이런 지점에서 일지도 모른다. 작년 6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가 6년사이에 20대에서 87%가 증가했다고 한다. 공황장애 환자는 164%가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취업 스트레스를 이것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뽑았다. 은주의 꿈을 응원한 계춘할망처럼,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이런 할머니를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뒤 돌아보면 많은 것들이 보이기 마련이다. '계춘할망'은 우리에게 헌신적인 사람들에게 감사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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