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내 삶의 빛, 느티나무 은빛극단 회장 이정란 시니어

“나이가 들어도 항상 우아하고, 멋있고, 겸손하게”

김영호 기자 | 기사입력 2019/09/18 [14:25]

연극은 내 삶의 빛, 느티나무 은빛극단 회장 이정란 시니어

“나이가 들어도 항상 우아하고, 멋있고, 겸손하게”

김영호 기자 | 입력 : 2019/09/18 [14:25]

▲ 느티나무 은빛극단 이정란 시니어     © 김영호 기자

 
[백뉴스(100NEWS)=김영호 기자] “제가 롤모델이라고 며느리가 말해요. 저처럼 늙고싶다고.”
 
구로구를 대표하는 시민 극단으로 거듭난 느티나무 은빛극단. 이정란 시니어(79)는 회장으로써 극단과 11년을 함께 해왔다. 17일 오전, 구로아트밸리 지하 소강당에서 그를 만났다.
 
 
인형극 학교로 시작된 연기
 
“어릴 때는 무용가가 꿈이었어요. 재능이 있었지만 (집안 반대로) 살리지는 못했죠. 학교 다닐 때는 무용 발표회 같은 게 있으면 무대에 서곤 했어요.” 
 
어릴 때부터 무대체질이었던 이정란 시니어는 졸업 후에는 공무원 생활을 오래 했다고 한다. 결혼 후에는 남편의 반대로 대외 활동은 하지 못한 채 그냥 주부로 지내왔다.  
 
아이들을 키우고 은퇴한 시니어의 삶을 맞이했지만, 남편과 10여 년 전 사별했다. “돌아가신 후부터 밖에서 활동할 곳을 찾아보는데 마침 그때 구로문화재단에서 인형극 할 사람들을 모집하더라고요. 제가 제일 처음에 와서 시작했죠. 그때가 2008년이에요.”
 
2008년 인형극 학교의 형태로 시작된 연기. 인형극 학교는 구로연극협회의 도움을 받아 2011년 자신이 지은 ‘느티나무 은빛극단’이라는 이름의 연극 동아리가 되었다. 느티나무는 구로구를 상징한다고 한다. 
 
 
우아하고, 멋있고, 겸손하게
 
“처음에는 단원들이 저마다 고집들이 있었어요. 이래서 팀워크가 안 맞는다고 생각해서 규칙을 좀 만들었죠.”
 
느티나무 은빛극단은 지각, 결석하는 단원들이 간식거리를 사와야 하는 페널티가 있다. 어떻게 보면 귀여워서(?) 무시할 수도 있는 벌칙이지만, 단원들이 이제는 자발적으로 지킨다고 한다.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한 이 날도 소강당 정수기 옆 상 위에는 초콜릿, 밤 등의 간식이 놓여 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코리안 타임’이라는 게 조금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걸 제가 깬거죠.” 자부심이 느껴지는 어조로 이정란 시니어는 말했다. 결국  단원들은 잘 따라와 주었고, 지금 단원들의 출석률은 100퍼센트에 가까워 젊은 강사들도 놀란다고 한다.
 
원칙을 중요시하는 이정란 시니어, 그가 만든 극훈 ‘우아하고 멋있고 겸손하자’ 가 조금은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우리는 배우니까 무대 위에서 항상 우아하고 멋있게, 그리고 나이를 먹었어도 겸손하게.”


연극은 삶의 빛
 
극단 활동을 오래 해온 이정란 시니어지만, 대사를 외우는게 제일 힘들다고 한다. 극단원들 모두 나이가 나이인 만큼, 1~2시간 가량의 대사를 외우기란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정란 시니어가 연극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무대에 오른 이정란 시니어     © 제공=느티나무은빛극단

 
“연극이란 남의 삶을 대신 살아보는 것이잖아요. 남의 삶을 통해서 우리가 살아온 짙은 삶을 표출하는 것. 그때 진솔한 연기가 나오고, 그럴 때 보람이 느껴지더라고요.”
 
연극이란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다니며 공부를 했다는 이정란 시니어. 공부하며 연극에 몰두하다 보니 연극에 더더욱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고독하고 우울해져요. 그런데 연극을 하니까 나이를 생각 안 하게 되는 거죠. 대사를 외우고, 무대에 서면 만사 잊고 몰두할 수 있으니까. 그럴 때 무지개 같은 빛을 볼 수 있어요. 연극이 제 삶의 빛이자 활력소가 되었죠.”

빛나는 눈으로 말을 이어가던 이정란 시니어는, ‘성미산연극제’에서 첫 개인상을 안겨준 ‘어미’라는 작품을 제일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꼽았다. 주연이라 고생은 제일 많이 한 작품이지만, 그만큼 기억에 잘 남는다고.
 
멈추지 않는 열정 ‘만렙’ 이정란 시니어
 
11년간의 활동에도 지치지 않고 이정란 시니어는 후배 양성에도 의지를 내비쳤다. “제가 나이가 들고 했으니까 느티나무 은빛극단 후배들을 많이 양성하고 싶어요. 실버극단의 세대교체를 위해서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면 뒤에서 밀어주고 싶죠.” 이정란 시니어의 극단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극단 회장 외에도 이정란 시니어는 구로구청에서 동화구연회장을 맡고 있다. 이것도 7년째이며 스스로 만든 동아리다. 현재는 30명의 선생님이 관내 어린이집, 도서관을 2인 1조로 방문하여 재능기부의 형태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교구도 자체적으로 만들어 연극의 형태로 공연하고 있다.

▲ 이정란 시니어     © 제공=느티나무은빛극단

 
극단 활동은 물론 후배 양성, 관내 복지 활동에서도 열정이 가득한 이정란 시니어. 이런 열정을 가진 시어머니라면 그 누가 롤모델로 삼고 싶어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자신이 대사를 외울 수 있을 때까지는 무대에 서고 싶다는 열정 ‘만렙’ 이정란 시니어. 앞으로도 그가 우아하고, 멋있고 겸손하게 배우 생활을 오래 이어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
 

#100뉴스 #시니어종합뉴스 #인터뷰 #느티나무은빛극단 #이정란 #시니어 #구로문화재단 #구로연극협회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