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간송’이 일제로부터 지켜낸 대한의 문화재, ‘대한콜랙숀’

간송 전형필의 흔적이 담긴 전시

이예림 기자 | 기사입력 2019/01/31 [11:48]

[현장스케치] ‘간송’이 일제로부터 지켜낸 대한의 문화재, ‘대한콜랙숀’

간송 전형필의 흔적이 담긴 전시

이예림 기자 | 입력 : 2019/01/31 [11:48]

 

  

[백뉴스(100NEWS)=이예림 기자] 우리 문화재의 수호자로 알려진 간송 전형필은 격변하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문화보국구국교육이라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항일에 동참했다. 간송은 일제강점기 당시 사라질뻔한 우리의 국보, 보물, 유물들을 일제에 대항해 모으고 지켰다.

 

3.1 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박물관에서 열린 대한콜랙숀은 간송의 흔적을 담은 전시다. 수많은 유산과 그 속에 깃든 정신이 대한민국의 미래로 전해지기를 바랬던 간송의 마음, 이를 느낄 수 있었던 전시의 내용을 담아봤다.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

 

간송 전형필이 남기고 간 업적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이를 큰 두 줄기로 나누자면 하나는 시대의 흐름을 보여주는 고미술품을 수집 및 보존한 일이다. 다른 하나는 3.1 운동을 주도한 대표적 민족사학이었던 보성을 인수해 육영사업에 매진한 일이다.

 

그는 혼돈의 시대에 민족의 정신을 후대에 전하겠다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수많은 미술품들이 헐값에 팔려 나라 밖으로 흘러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또한 주권을 빼앗긴 채 혼란 속에 흔들리는 나라의 미래와 희망이 오직 교육에 있다는 확신으로 일제의 강압과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후진 양성에 힘썼다.

 

 

 

보성학원

 

100년 전인 1919, 그 해의 31일은 우리나라가 세계 만방에 독립국임을 알린 날이다. 3.1 운동이라는 역사적 비폭력 저항 운동의 중심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족 사학인 보성학원이 있었다. 흥학교이부국가(興學校以扶國家)’라는 이념을 앞세워 출발한 보성은 민족정신의 요람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보성학원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구원의 손길을 내민 사람이 바로 간송 전형필이다.

 

 

* 보성 20

 

일제강점기 말기에는 보성학교가 주도했던 2.8독립선언과 3.1운동의 역사가 있었다. 독립운동에 적극 가담했던 보성의 학생들과 그들을 이끌었던 교사들, 학교를 설립하고 민족교육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을 비롯해 그 동안 보성이 배출한 민족 문학가들의 모습이다.

 

 

* 독립선언서

 

광복 후 매년 31일에 거행된 졸업식에서 학생들에게 낭독하기 위해 간송이 직접 쓴 독립선언서다.

 

 

 

 

 

간송이 수집하고 보존한 우리나라의 역사적 유물들

 

25세도 되지 않아 10만 석 재산을 상속한 간송 전형필이 고가의 서화나 골동품을 사들인 것은 그저 한 개인의 고아한 취미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태어난 1906년과 그의 수집활동이 주로 이뤄졌던 1930-1940년대의 상황을 그의 방대하고 체계적인 컬렉션과 함께 살펴봤을 때, 그런 단순한 이유로는 그의 수집 활동이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도굴을 당해 일본인에서 또 다른 일본인의 손으로 넘어갈 뻔했던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돈가방 들고 가 단숨에 가져온 이야기, 세계적인 골동품 회사인 야마나카 상회에서 탐내던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을 경매 경쟁에서 이겨 손에 넣은 이야기, 영국 출신 일본 주재 변호사 존 개스비로부터 큰 돈을 치르고 당대의 수집가라면 누구나 선망하던 고려청자 컬렉션을 인수한 이야기는 전설처럼 전해져왔다.

 

 

* ‘청자상감운학문매병(靑瓷象嵌雲鶴文梅甁)’ _ 국보 제68

 

당당하게 벌어진 어깨에서 굽까지 내려오는 유려한 S자 곡선을 지닌 전형적인 고려식 매병이다. 흑백으로 상감된 이중 원문 안에는 상공을 향해 날아가는 학을, 원 밖에는 지상으로 내려오는 학을 배치했다. 고려시대 최고급 청자를 제작했던 부안 유천리에서 제작됐을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다.

 

간송은 1935년 일본인 마에다 사이이치로에게 당시 기와집 20채 가격에 해당하는 2만원을 주고 이 매병을 구입했다. 사실 이 매병은 총독부박물관(현재 국립박물관)에서도 탐냈던 것이지만, 총독부박물관조차 엄청난 가격 때문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 고려청자 희대의 명품인 천학매병을 간송이 가격 한 푼 깎지 않고 구입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白磁靑畵鐵彩銅彩草蟲蘭菊文甁)’ _ 국보 제294

 

목이 길고 몸체가 달항아리처럼 둥그런, 단정하고 당당한 형태를 가진 유백색의 병이다. 우측으로 비스듬히 올라간 국화와 좌측으로 가느다랗게 뻗은 3줄기 난초를 볼 수 있다. 산화코발트, 산화철, 산화동 등 안료를 사용해 청색, 갈색, 홍색으로 장식했다. 이 세 가지의 안료는 성질이 서로 달라 제작에 있어 높은 기술이 요구된다고 한다. 조선백자에서 사용되는 모든 안료와 다양한 조각 기법이 이처럼 완벽하게 구현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1936년 간송이 일본인 수장가들과 치열한 경합 끝에 경성미술구락부 경매 사상 최고가인 14,580원에 낙찰 받아 인수했다.

 

 

*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靑磁母子猿形硯滴)’ _ 국보 제270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 원숭이의 모습을 형상화한 연적이다. 모자 원숭이의 몸체는 간략하게 표현했고, 손가락과 발가락은 칼로 조각해 도드라지게 했다. 어미 원숭이의 얼굴은 섬세하게 이목구비를 모두 조각해 원숭이의 형상을 사실적으로 나타냈다. 전체적으로 잔잔한 기포가 있는 맑은 비색 유약을 시유했다. 어미 원숭이는 쪼그리고 앉아 두 팔로 새끼를 받쳐 안고, 새끼는 왼팔을 뻗어 어미의 가슴을 밀고 오른손은 어미의 얼굴에 갖다 대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모자 간의 애틋한 정을 느끼게 한다.

 

1937년 일본에 살면서 당대 최고의 청자컬렉션을 자랑하던 존 개스비라는 영국인 변호사에게 일괄 인수한 20점의 도자 작품 중 하나로, 고려 상형 청자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 경성미술구락부

 

경성미술구락부는 1922년에 창립된 '남산정 2정목 1번지(현재 명동 프린스 호텔 자리)'에 위치했던 미술경매 주식회사의 명칭이다. 일제강점기에 횡행했던 도굴 등을 통해 쏟아져 나온 물건 등의 거래가 늘어나자 나고야, 도쿄, 교토, 오사카, 가나자와에 이어 여섯 번째로 경성에도 설립됐다.

 

경성미술구락부가 위치한 곳은 경성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인구의 절반 정도가 거주한 현재의 명동, 충무로, 회현동, 남산동 일대를 지칭하는 이른바 '남촌' 지역이었으며, 조선인의 참여가 매우 제한적이었음을 감안했을 때 일본인들의 합법적 유물 반출 창구로 이용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경매 일정이 잡히면 도록을 제작해 관계자에게 배포하고, 경매 당일 이전의 하루나 이틀 정도 일반에 실물이 공개되기도 했지만, 현대의 우리가 '경매'라고 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서양의 옥션과 달리, 회원인 골동상만이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매우 폐쇄적인 구조의 상거래 방식으로 진행됐다.

 

간송 전형필은 주로 일본인 골동상 신보기조를 대리인으로 해 경매에 참여했다.

 

 

앞서 설명한 대표적인 유물들 이외에도, 전시관 내부에서는 간송이 수집한 다양한 유물들을 볼 수 있다. 각 유물의 주변에는 해당 유물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다양한 유물들과 그 유물에 얽힌 이야기들을 찬찬히 살펴 본다면 간송특별전을 더욱 특별하고 인상적으로 즐길 수 있다.

 


전시 관람을 끝내고 나오는 길에는 다양한 종류의 기념품을 판매하는 기념품샵도 볼 수 있다.

 

 

전시가 열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2, 4,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역 근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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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30 | 지도 크게 보기 ©  NAVER Corp.

 

[전시 정보]

전시 이름: 대한의 미래를 위한 컬렉션, 대한콜랙숀

전시 기간: 20190104~ 20190331

관람 요금: 10,000

관람 시간: 10:00 ~ 19:00 (금요일, 토요일 10:00 ~ 21:00 / 매주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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