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학습’의 관점에서 바라본 ‘노인 연극’의 효과

연극단에 참여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연구, ‘관계‧성취감‧자존감’ 등의 효과가 발생

백진호 기자 | 기사입력 2020/11/12 [15:38]

‘평생학습’의 관점에서 바라본 ‘노인 연극’의 효과

연극단에 참여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연구, ‘관계‧성취감‧자존감’ 등의 효과가 발생

백진호 기자 | 입력 : 2020/11/12 [15:38]
100뉴스,백뉴스,노인,시니어,평생학습,연극,노인연극,연극단,효과,긍정적측면

 

노인들의 단체 활동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그리고 흔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장기, 바둑, 이야기 등일 듯하다.

 

하지만 노인의 단체 활동은 위에서 언급한 것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들은 바둑이나 장기를 두고,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다른 유형의 활동도 즐긴다. 이 중에서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연극’이다.

 

한국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 인구가 급증하자, 늘어나는 노년층을 위한 정책 방안 중 하나로 관심을 받고 있는 활동 중 하나가 연극이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시니어 극단을 향한 주목도가 높아졌고, 연극을 통해 노년층이 제2의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같은 관심과 공감대가 생기자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지자체에서 시니어 극단을 양성하고 장려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지난해까지 총 3회에 걸쳐 ‘서울시니어연극제’가 열리기도 했다.

 

노인들의 연극 활동은 분명 신체‧두뇌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몸을 움직이고, 대사를 외우고 읊조리면서 몸과 뇌를 단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만을 노인 연극의 효과라고 할 수는 없다.

 

노인 연극은 신체와 두뇌 건강을 넘어서는 이점을 제공한다. 해당 이점은 한국이 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대두하기 시작한 ‘평생학습’과도 관련이 있다.

 

이와 관련해 인하대학교 교육연구소의 ‘교육문화연구’에 수록된 ‘평생학습으로서 노인 연극 활동의 의미’(인하대학교 교육연구소, 교육문화연구 23권 6호, 2017)는 평생학습의 관점에서 파악한 노인 연극의 효과를 제시한다.

 

연구팀은 경북 칠곡군의 ‘가’ 연극단 활동에 참여한 노인 13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방식으로는 참여관찰법을, 분석 방식으로는 심층 면담 자료에 대한 비교분석법을 활용했다.

 

100뉴스,백뉴스,노인,시니어,평생학습,연극,노인연극,연극단,효과,긍정적측면

▲ 인하대학교 교육연구소가 발행한 '교육문화연구'의 '평생학습으로서 노인 연극 활동의 의미'에서 캡처한 '연구참여자들의 주요 특징'  © 출처: 교육문화연구

 

100뉴스,백뉴스,노인,시니어,평생학습,연극,노인연극,연극단,효과,긍정적측면

▲ 인하대학교 교육연구소가 발행한 '교육문화연구'의 '평생학습으로서 노인 연극 활동의 의미'에서 캡처한 '심층면담 주요 질문'  © 출처: 교육문화연구

 

분석 결과, 참여자들은 연극 활동이 주는 긍정적 요인(개인적‧사회적)으로 인해 연극단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또 그들은 마을 주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각각의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연극단 활동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신체 능력의 저하, 인지력 감퇴 등을 겪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노인들의 역할과 활동을 제약하는데, 이 때문에 시니어 세대는 심리적 허탈감과 허무함, 상대적 박탈감 등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가’ 연극단에서 활동하는 연구 참가자들은 연극 활동을 하면서 외로움을 잊는다고 답했다. 또 그들은 연극을 하면서 재미와 즐거움, 삶의 활력을 느낀다고도 밝혔다.

 

참여자들은 연극을 통해 만난 사이인데, 이들의 관계는 연극 활동 외에 다른 활동을 함께 하는 것으로도 이어졌다. 이와 같은 관계가 삶의 활력소를 느끼는 계기로 작용한 듯하다.

 

‘가’ 연극단 활동이 시작되기 전에 어로리는 평범한 농촌 마을이었다. 그런데 연극 활동이 진행되자, 사용 빈도가 적었던 마을 회관에서 연극단의 한글 공부와 연극 연습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에 마을 회관은 마을의 공동 공간 기능을 회복하게 됐다.

 

이는 사회 통합의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연극단 활동을 하면서 형성된 관계는 친밀한 관계로 이어졌고, 친밀함은 개인의 즐거움과 행복으로 귀결됐다. 연구 참여자 중 8명은 독거노인이었는데, 이들은 연극을 통해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이 관계는 삶의 동반자이자 보호자로서 발전했다. 이를 통해 노인 연극이 연구 참여자들의 ‘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긍정적 측면은 ‘성취감’이다. 노년기에 느끼는 성취감은 성공적인 노후 생활의 척도다. 본인이 처한 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하면서 만족감을 느끼고, 효율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가’ 연극단에서 활동하는 연구 참여자들 중 글자를 쓰지 못하는 인원은 5명이었다. 연극단 활동을 하면서 이들은 한글 교육을 받았고, 연극 연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됐다. 이들은 혼자서도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된 데 성취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이 밖에 연구 참여자들은 연극단이 외부 경연 대회에서 상을 받거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을 때 성취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실제로 ‘가’ 연극단은 ‘칠곡군 우수 동아리 표창패’(2015), ‘실버문화페스티벌 최우수상’(2015) 등을 수상했다. 또 연구 참여자들은 미디어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경연 대회 입상 등의 수상 실적과 미디어 출연 경험은 연구 참여자들의 성취감을 고취시켰다. 정리하면 연극단 활동은 노화로 인한 활동의 제약 때문에 위축될 수밖에 없는 노인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고, 연구 참여자들은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세 번째 긍정적 측면은 ‘자존감’이다. 나이가 들수록 노인들이 인지력 감퇴와 노쇠화를 겪으면서 외로움, 우울증 등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연구 참여자들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노인 연극 활동을 하면서 심신의 건강을 유지했고, 이는 곧 자존감으로 이어졌다.

 

연극단에 참여한 노인들의 자존감은 무대에서 공연할 때, 관객과 상호작용을 할 때 만들어졌다. 일부 참가자는 주연 배우 역할을 맡음으로써 자존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또 가족, 마을 이장, 담당 선생님, 타인 및 언론 매체 등 주변으로부터 받은 관심과 인정이 자존감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인의 자존감이 자녀의 성공, 주위의 인정과 존중에 의해 형성된다는 기존 연구 결과(성옥경‧김영경‧김건희, 2012)와 일치한다.

 

이외에도 연구 참여자들은 연극단에서 여러 역할을 해보고, 서로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면서 다양한 정체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 다른 긍정적 측면은 ‘책임감’이다. 노인이 되면 사회적 역할과 지위의 상실, 조직 참여의 기회 상실, 퇴직에 의한 경제적 능력 상실 등으로 인해 공허함과 무력감을 느낄 수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연구 참여자들은 연극단 활동을 하면서 마을 구성원이자 연극단원으로서의 사회적 위치를 경험하고 ‘책임’ 있는 사회적 역할을 부여받았다.

 

연구 참여자 중 연극단 회장의 역할을 맡은 C 씨는 다른 회원들을 위해 다양한 역할과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소임에 최선을 다하면서 책임감을 보이고 있었다. 이는 다른 연극단 구성원들을 돌보고 배려하면서 공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서적 보살핌으로 작용했다.

 

H 씨는 2016년에 인근의 다른 동네로 이사 왔지만 활동을 꾸준히 할 정도로 연극단 활동에 대한 애정이 깊다. 면담 결과, 그는 극중 역할에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고, 더 좋은 공연을 위해 열정을 쏟고 있었다. 이 같은 H 씨의 노력은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발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처럼 연극단 활동은 개인의 책임감에 더해 상대에 대한 보살핌으로 이어졌고, 공동의 책임감을 형성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지금까지 언급한 결과를 통해, 평생학습의 관점에서 노인 연극이 참가자들의 관계와 성취감, 자존감, 책임감 등을 형성하고 증가시키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함을 알 수 있다.

 

해당 연구는 특정 극단의 소수 인원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가 앞으로 진행될 평생학습과 노인 연극의 관계에 대한 연구의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편 평생학습을 포함한 다양한 측면에서 노인 연극의 효과를 파악하고 검증하려면, 노인들이 무대에 서기 위해 연습을 하고 실제로 공연을 해야 한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공연계 전체가 얼어붙어 버렸고, 그 여파는 노인 연극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바로 ‘온택트’다. 최근 다양한 공연들이 온택트로 관객을 맞고 있는데, 노인 연극도 이에 발 맞춰 나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년층의 감염 위험성이 다른 세대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해, 연습과 공연을 할 때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킴으로써 감염병에 대한 우려와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할 것이다.

 

[백뉴스(100NEWS)=백진호 기자]

100뉴스 /
백진호 기자
ksh@confac.net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
100뉴스, 백뉴스, 노인, 시니어, 평생학습, 연극, 노인연극, 연극단, 효과, 긍정적측면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