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자인가, 노동자인가’ 딜레마에 빠진 노인 일자리

통계상으로는 일자리로 분류되지만, 법에는 ‘공익활동, 재능 나눔’ 등 봉사로 명시…노인 일자리 사업의 경제적 효과 개선 및 일자리 질 향상을 위해 모순적인 개념 해결되어야

조지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7/07 [10:26]

‘봉사자인가, 노동자인가’ 딜레마에 빠진 노인 일자리

통계상으로는 일자리로 분류되지만, 법에는 ‘공익활동, 재능 나눔’ 등 봉사로 명시…노인 일자리 사업의 경제적 효과 개선 및 일자리 질 향상을 위해 모순적인 개념 해결되어야

조지연 기자 | 입력 : 2020/07/07 [10:26]

 

 

고령화로 인해 노인 수가 증가함에 따라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 마련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2020년 노인 일자리 73만 개를 만들기 위해 1조 2천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계획에 따라 노인 일자리는 올해 2019년 대비 약 13만 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에서도 노인 일자리 사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공익활동이다.(본지기사) 보건복지부의 ‘노인 일자리 창출 및 제공 건수’(2019)에 따르면, 해당 사업으로 발생한 노인 일자리는 작년 기준 68만 4천 177개다. 이 중 50만 4천 206개가 공익활동에 해당한다. 그다음 높은 순으로는 △시장형 사업단(6만 6천 972개) △재능 나눔(4만 7천 367개) △인력파견형 사업단(2만 7천 718개) 등이 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최대 73만 개의 일자리에서 노인들이 일하게 된다. 하지만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 전부가 ‘노동자’는 아니다. 

 

이상훈의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의 근로자성 지위에 대한 탐색적 연구’(지역복지정책, 2017)에 의하면, 2016년을 기준으로 노인 일자리 사업은 노인복지법 23조와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11조 등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특히, 노인 일자리 사업은 노동시장에서 취약계층에 속하는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노후소득보장 정책의 보완적 제도로서 의의가 있으며, 분배보다 고용 창출 기능에 초점을 둔 노인복지정책이라 볼 수 있다. 

 

▲이상훈의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의 근로자성 지위에 대한 탐색적 연구'(지역복지정책, 2017)의 표 

 

노인 일자리 사업은 매년 사업유형이 조금씩 변화되다가 2016년을 기점으로 크게 △공익활동 △재능 나눔 △시장 △인력파견으로 개편됐다. 개편되면서 변화한 부분은 공익활동과 재능 나눔이 근로가 아닌 자원봉사로 명시됐다는 점이다. 

 

표를 통해 살펴보면 노인 일자리 사업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에서의 유형별 근로자성 문제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공공 분야로 구분되는 ‘공익활동’과 ‘재능 나눔’은 자원봉사기본법 제3조 제1호에 의해 근로 활동이 아닌 봉사활동으로 구분된다. 이 경우,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활동이 동 주민센터에서 시행하는 ‘앞마당 쓸기’나 ‘경륜전수 활동’이다. 

 

민간 분야의 경우 조금 복잡하다. 민간 분야는 일반적으로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25조 제1항에 따라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민간 분야의 법적인 성격이 ‘근로’라고 한들, 실제 노동법에 적용되는 근로관계는 다를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이 연구자는 해당 논문을 통해 “(민간 분야의 시장형 사업의 경우)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는 자영업이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인정되는 노무 제공 관계 또한 존재한다.”면서 “보건복지부는 2016년부터 공익활동을 근로가 아닌 자원봉사라고 사업지침에 명시함으로써 앞으로 공익활동의 경우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령, 인력파견형 사업에서 특정 기업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파견되는 경우 노동법의 적용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는 “공익활동의 성격을 변경하면서 참여 시간을 확대할 경우 기초연금 수급자로서 소득을 보전하기 위하여 (해당 활동에) 참여하는 노인들에게 최저임금 미만의 보수를 지급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공익활동과 같은) 자원봉사를 통해 소득 보전하는 활동은 논리적으로 어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자는 “결국 법적 관계를 자원봉사로 하여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는 소득 보전방안으로서의 노무 제공 관계를 보건복지부가 만들어내는 경우인데, (이 경우) 근로자성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모든 공익활동을 자원봉사로 취급하는 것이 적절한 것일까. 이와 관련해 이 연구자는 해당 논문을 통해 "저소득층 노인에게 ‘자원봉사 의사’를 실질적으로 인정하여 법적 관계를 근로관계가 아닌 ‘호의적 관계’로 구성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15년 배움터지킴이 사건으로 불리는 대구지방법원의 판례에서는 노무 제공의 임금 대가성 여부는 전적으로 ‘당사자의 의사가 무엇인지에 달려있다.’고 봤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 제공자인 노인의 의사를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노동 제공자(노인)가 자신의 활동으로 이뤄질 △공익 달성 △내적 성취감 △만족감 등을 주된 목적으로 활동에 참여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활동의 대가로 지급되는 금품을 주된 목적으로 (해당 활동에) 참가하게 된 것인지 △상대방은 활동자의 어떤 의사를 기대하였는지 △일정액의 금품이 지급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당사자들은 금품을 활동(노동)에 대한 당연한 대가로 인식하고 있었는지 등의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판례에 따르면, 공익활동에서 노동을 제공하는 당사자가 ‘활동에서 기대되는 만족감’과 ‘활동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금품’ 중 어떤 것 때문에 노동을 제공한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 근로와 자원봉사를 구분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공익활동은 저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소득 보전을 이유로 참여하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노인 일자리 사업의 현주소는 어떨까. 이지혜 외 1인의 ‘노인 일자리 사업이 노인가구의 경제적 생활 수준에 미치는 영향 분석’(보건사회연구, 2019)에 따르면, 노인 일자리 사업 도입 초기의 일차적 목적은 노인의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보충적 소득보장이었다. 

 

실제로, 2016년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실태조사 결과 또한 비슷한 이유로 많은 노인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다. 2016년도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전체 노인의 75.3%가 생계비나 용돈 마련을 위한 경제적 목적으로 사업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 연구자는 해당 논문을 통해 “노인 일자리 사업의 경제적 효과가 매우 제한적으로 발휘되고 있기 때문에  노인 일자리 사업이 가진 경제적 효과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재 혼재되어 있는 노인 사회활동 지원사업과 노인 일자리 사업의 정책 목표를 분리하는 것이 적합해 보인다.”고 전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의 약 80% 가까이 차지하는 공익활동과 재능 나눔 지원사업이 가진 ‘근로자성’의 문제는 사업 본연의 취지를 흐릴 뿐만 아니라 목적에 따라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예비 활동 노인의 참여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이나 혼란을 줄 수 있다.

 

 

지은정의 ‘전문성의 관점에서 본 노인 재능 나눔 활동 지원사업의 모순’(한국행정연구원, 2019)에 의하면, 봉사활동이라는 지침 하에 있는 공익활동과 재능 나눔 지원사업은 법적으로는 근로관계법의 적용을 피하고자 ‘자원봉사’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고용통계를 발표할 때는 일자리에 포함되어 산출되고 있다. 

 

지 연구자는 이 같은 지침은 “생계를 목적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과 재능을 나누며 자아를 실현하고 싶은 노인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고, 전문성 또한 높이기 어렵다.”면서 “정부가 노인 재능 나눔 활동 지원사업의 성격을 명확히 하고 사업의 취지에 맞게 운영해야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참여하는 노인보다 재능을 나눌 수 있는 노인의 참여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지적했다. 

 

2025년에는 이르면, 우리나라는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고령자인 초고령사회가 된다. 노인 인구는 끊임없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노인의 사회활동을 독려하고, 노인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와 ‘봉사자’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백뉴스(100NEWS)=조지연 기자] 

100뉴스 /
조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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