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그게 뭐가 중요해?’ 뻔하지 않은 서사 속 시니어들 PICK 5

최고령 킬러부터 박사까지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소설 속 시니어들

조지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6/22 [10:36]

‘나이, 그게 뭐가 중요해?’ 뻔하지 않은 서사 속 시니어들 PICK 5

최고령 킬러부터 박사까지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소설 속 시니어들

조지연 기자 | 입력 : 2020/06/22 [10:36]

 

[백뉴스(100NEWS)=조지연 기자] 서사 속에 등장하는 노인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어떠한가. 많은 픽션 속에서 노인은 안데르센의 ‘신데렐라’에서 신데렐라를 변신시켜주는 요술 할머니처럼 조력자, 장인(匠人)으로서 주요 등장인물을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지금부터 소개할 소설들은 다르다. 다음 소설 속 시니어 인물들은 주요 등장인물을 도와주거나 빛내는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개척해 나간다. 여전히 삶의 선택과 갈등을 겪고, 앞으로 나아가는 시니어들의 이야기에 빠져보자.

 

▲'파과'(구병모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의 책 표지 ©제공:위즈덤하우스

 

PICK 1. 구병모의 ‘파과’(도서출판 위즈덤하우스, 344p, 2018)

 

데뷔작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흡입력 있는 이야기로 주목받았던 구병모 작가가 65세 여성 킬러의 삶을 글로 담았다. 40여 년간 청부 살인을 업으로 살아온 킬러 ‘조각’은 예전 같지 않은 몸 상태에 은퇴를 고민하지만, '방역업자(청부살인업자)들의 말로란 은퇴보다는 현장에서의 죽음이 더 가까운 것'이라며 씁쓸해한다. 

 

청부살인을 하던 도중 그답지 않게 실수를 하게 되고, 이를 눈치챈 후배 ‘투우’가 그의 감정 변화에 분노하며 그를 사지로 몬다.(본지 기사) 

 

노화로 인한 변화와 상실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조각’처럼 나이 듦으로 인해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에 낙담하는 시니어가 많을 것이다. 책을 끝까지 다 읽으면, 상실의 슬픔에서 벗어나 저자가 남긴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라는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요나스 요나손 지음, 열린책들 펴냄)의 책 표지  ©제공:열린책들

 

PICK 2.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도서출판 열린책들, 508p, 2013)

 

나이가 들면 어디로 가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이 양로원이나 요양원을 생각할 것이다. 사회의 요구에 당연하게도 ‘알란 칼손’ 또한 나이가 듦에 따라 양로원에서 생활한다. 그러던 중  100세 생일을 맞아 그는 따분한 양로원 생활을 청산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1층 창문을 넘어 요양원을 탈출한다. 탈출한 알란은 우연히 갱단의 돈 가방을 손에 넣게 된다. 알란은 자신을 추적하는 무리를 피해 무사히 도망갈 수 있을까.

 

저자 요나스 요나손의 데뷔작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한 노인의 유쾌한 탈출 서사를 담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알란 특유의 유쾌한 인생관에 저절로 웃음이 날 것이다. 작년에는 후속작인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이 출간됐다. 

 

후속작에서는 101세 생일날 열기구를 탔다가 조난하는 바람에 새로운 모험을 하게 되는 알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을 통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알란의 좌충우돌 모험에 동참해보자.

 

▲'나무를 심은 사람'(장 지오노 지음, 두레 펴냄)의 책 표지  ©제공:두레

 

PICK 3.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도서출판 두레, 104p, 2018)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은 저자 장 지오노의 체험이 담긴 자전적 소설이다. 그는 책을 통해 “사람들이 나무를 사랑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더 정확히 말하면 나무 심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서 이 작품을 썼다.”고 밝혔다. 책은 프로방스 지방의 어느 고원지대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그곳은 과거 울창한 숲이었다. 그런데 탐욕에 사로잡힌 사람들에 의해 점점 폐허의 땅으로 변해갔다. 폐허로 변한 고원지대는 모두에게 외면당한다. 

 

저자는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은 버려진 땅에 늙은 양치기가 나무 심는 일을 시작하면서 벌어진 변화를 조명한다. 황폐해진 땅은 전처럼 새가 지저귀고,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장소가 될 수 있을까.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공유지도 모두가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면 결국엔 사라진다. 책은 ‘공유지의 비극’ 속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공유지를 되살린 한 양치기의 행동을 조명한다. 작가의 경험담을 20여년 간 다듬은 다음에 출간한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을 통해 공유지와 공동의 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노인과 바다'(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민음사 펴냄)의 책 표지  ©제공:민음사

 

PICK 4.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도서출판 민음사, 193p, 2012)

 

‘노인과 바다’는 미국 현대 문학의 개척자라 불리는 헤밍웨이의 마지막 소설이다. 멕시코 만류에서 홀로 고기잡이를 하는 노인 산티아고는 84일째 아무것도 잡지 못한 어부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운이 다했다며 그의 배에 승선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혼자 먼 바다에 나간다. 바다 한가운데서 그는 자신의 조각배보다 훨씬 크고 힘이 센 청새치 한 마리와 조우한다. 사투 끝에 산티아고는 청새치를 잡는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뱃전에 묶어둔 물고기의 피 냄새를 맡은 상어 떼가 그를 쫓아온다. 과연 그는 상어 떼와의 사투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소설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 특유의 절제된 문장이 한 노인의 바다 위 투쟁을 강렬하게 담아낸다. “인간은 파멸 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다.”는 산티아고의 말에서 헤밍웨이가 표현하고자 한 인간의 삶을 발견할 수 있다.

 

▲'루거총을 든 할머니'(브누아 필리퐁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의 책 표지  ©제공:위즈덤하우스

 

PICK 5. 브누아 필리퐁의 ‘루거총을 든 할머니’(도서출판 위즈덤하우스, 416p, 2019)

 

허울 좋은 도덕으로 무장한 사람들과 루거 총으로 무장한 한 노인 중 과연 진짜 괴물은 누구일까. 소설 ‘루거총을 든 할머니’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군인과 가정폭력을 일삼던 남편을 죽인 102세 할머니의 자백을 담고 있다. 

 

새벽 여섯 시. 루거총의 강렬한 총성이 한 시골집에서 울려 퍼진다. 총성을 울린 주인공은 102세의 노인 베르트 가비뇰이다. 그는 자기 집을 포위한 경찰들에게 총을 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블랙위도우’라고 불렀다. 그와 결혼한 남자는 반드시 실종된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녀의 집 지하실에는 사람 뼈인지 동물 뼈인지 모를 것들이 가득 있었다. 

 

경찰은 베르트를 사악한 살인범으로 규정하며 심문을 시작한다. 서사는 베르트를 심문하면서 베르트에게 혼란을 주는 한편 우리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왜 항상 존재했다고 믿었던 법과 정의는 베르트를 지켜주지 않았던 걸까. 

 

“아프면 소리를 지르는 법이지. 난 아플 때 총을 쏴.” 100년 넘게 이어진 가부장제 속에서 베르트가 ‘보통 아내’가 되기 위해 감내해야 했던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베르트는 벤투라 형사와의 대화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마지막 정의를 구현하려는 계획을 꾸민다. 그가 구현하려는 마지막 정의는 ‘루거총을 든 할머니’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100뉴스 /
조지연 기자
ksh@confa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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