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문화산책] 그리운 친구를 향한 마지막 여정, 영화 ‘나의 마지막 수트’

아르헨티나에서 폴란드까지…고집불통 할아버지의 여행기

이동화 기자 | 기사입력 2020/06/17 [15:04]

[시니어문화산책] 그리운 친구를 향한 마지막 여정, 영화 ‘나의 마지막 수트’

아르헨티나에서 폴란드까지…고집불통 할아버지의 여행기

이동화 기자 | 입력 : 2020/06/17 [15:04]

[편집자주] ‘시니어문화산책’에서는 시니어와 관련된 문화 콘텐츠를 소개한다. 영화나 공연 등 문화 콘텐츠에 대한 간단한 리뷰 형식에 시니어와 관련된 이슈를 더해 우리 사회 속 시니어들을 다시금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 아브라함(미구엘 앙헬 솔라 분)과 손자 손녀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제공=에스와이코마드


[백뉴스(100NEWS)=이동화 기자] 평생 재단사로 일해온 88세 할아버지 ‘아브라함(미구엘 앙헬 솔라 분)’은 요양원으로 떠나기 전날, 사랑하는 손자 손녀들에게 둘러싸여 사진을 찍는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노년이 남아 있을 것 같은 아브라함은 사실 딸들에게 떠밀려 50년간 살았던 집을 떠나 요양원 생활을 시작할 참이었다. 요양원 행을 주장한 아브라함의 딸들은 ‘추레스’라고 부르는 아브라함의 불편한 오른쪽 다리까지 수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두들 까칠한 고집불통 아브라함을 외면하기 바쁠 뿐이었다.

 

▲ 아브라함은 독일을 거치지 않고, 폴란드로 향하고 싶어 했다.  © 제공=에스와이코마드

 

아브라함은 집을 정리하던 중, 70년 전 친구를 위해 만들어 두었던 수트를 찾는다. 그리고 가족들이 그를 요양원으로 데려가는 날이 밝기 전, 마지막 수트를 전하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아르헨티나에서 스페인 마드리드, 프랑스 파리, 1㎜도 밟고 싶지 않은 독일을 거쳐 아브라함에게는 금기어나 다름없었던 ‘폴란드’로 향하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아르헨티나로 돌아오는 비행기 표는 필요하지 않았다.

 

기억에서 잊혀 있던 오래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아브라함은 많은 일들을 겪는다. 명확한 방문 동기를 말하지 않아 마드리드 공항에서 취조를 당하는가 하면, 설상가상으로 숙소에서는 수트만 남기고 모든 여행 경비를 도둑맞는다. 파리에서는 독일을 거치지 않고 폴란드로 가는 법을 물었다가 비웃음을 샀고, 독일어로 가득 찬 열차 안에서는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과거의 기억에 힘겨워한다.

 

▲ 아브라함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도움을 받는다. 왼쪽부터 아브라함, 숙소의 여주인 마리아(안젤라 몰리나 분), 아브라함의 호의를 받은 젊은이 레오(마틴 피로얀스키 분)의 모습.  © 제공=에스와이코마드


다사다난한 그의 여행이 힘겹지만은 않았던 이유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아브라함은 하루치 숙박료를 깎으려 애쓰는가 하면, 공항에서 발이 묶인 젊은 불법 입국자가 네 살짜리 딸을 만날 수 있도록 선뜻 왕복 항공권을 살 수 있는 돈뭉치를 건네는 인정을 보여준다. 그의 호의로 무사히 입국한 젊은이는 아브라함이 마드리드에 머무는 동안 성심껏 그를 돕는다.

 

▲ 아브라함은 1㎜도 독일 땅을 밟고 싶지 않아 했다. 파리에서 만난 독일인 여성 잉그리드(줄리아 비어홀드 분)가 아브라함이 독일 땅을 밟지 않도록 도와준다.  © 제공=에스와이코마드


마드리드 숙소의 여주인은 전 재산을 잃은 아브라함을 외면하지 않았으며, 파리에서 만난 독일인 여성은 그가 독일 땅을 밟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준다. ‘추레스’의 상태가 악화되어 폴란드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쓰러진 아브라함은 병원으로 옮겨지고, 병원에서 만난 간호사는 그가 오랜 친구를 만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아브라함이 여행에서 만난 이들은 낯선 여행객에게 기꺼이 인정을 베풀며 따뜻한 인간애를 보여준다.

 

영화는 아브라함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이 마주해야 했던 상처와 고통을 선연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고통 속에서 머물러 있지 않았다. 여행을 통해 지긋지긋한 아픔이었을 독일의 땅을 힘차게 딛고 일어서며,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어 글로 적을 수밖에 없었던 고국과 함께 자신의 뿌리를 직시하는 용기를 보여준다. 힘겨웠던 과거를 지나자 아브라함은 잊고 살았던 그리운 옛 친구를 끌어안을 수 있었다.

 

▲ 아브라함은 오래된 수트를 들고 여행을 떠났다.  © 제공=에스와이코마드

 

먼지 쌓인 수트를 찾아낸 아브라함은 “늙으면 때로는 자기 나이를 못 받아들인다”며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인생의 마지막 장을 펼쳤을 때, 결코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는가. 미처 돌보지 못한 상처와 전하지 못한 마음이 있다면, 후회 없는 인생의 마지막 장을 위한 여정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 영화 ‘나의 마지막 수트’의 포스터.  © 제공=에스와이코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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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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