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려장, 일제에서 만들어낸 이야기?

허구 속의 풍습, 고려장에 대한 견해들

김영호 기자 | 기사입력 2020/06/17 [11:26]

[기자수첩] 고려장, 일제에서 만들어낸 이야기?

허구 속의 풍습, 고려장에 대한 견해들

김영호 기자 | 입력 : 2020/06/17 [11:26]

▲ 김기영 감독의 영화, '고려장(1963)'의 한 장면  © 제공=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백뉴스(100NEWS)=김영호 기자] 고려장이란 사람이 늙어 일정한 나이가 되면 산 채로 산이나 들에 내버리는 장례 제도를 의미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고려장은 고려 시대에 유래되었다고 알려진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고려장에 대한 의문은 예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과연 고려시대에 그런 풍습이 있었을까? 그도 그럴 것이 고려장, 혹은 늙고 병든 부모를 지게에 지고 산에 가서 버렸다는 내용은 고려 어느 문헌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실제로 고려 시대에는 반역과 더불어 불효를 중죄로 여겨 엄벌했다. ‘고려사’에는 “조부모나 부모가 살아있는데, 아들과 손자가 재산을 달리하고 공양을 하지 않을 때는 징역 두해에 처한다”고까지 하였다. 그런데 부모를 ‘고려장’하는 모습은 어색하다. 머리를 자르는 것조차 불효라고, 죽을 때까지 머리를 안 자르는 사람들이 아닌가.

 

우선 고려장이라는 풍습은, 교훈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설이라는 주장이 있다. 고려장이 없어지게 된 유래는 한국민속문학사전에 따르면 두 유형의 설화가 구전되어 오고 있다. 

 

<설화1> 옛날에는 사람이 예순 살이 넘으면 산 채로 버리는 고려장이 있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아비(어미)가 늙자 그를 지게에 지고 산에 올랐다. 아비와 지게를 버리고 오는 그 사람에게, 따라갔던 그의 아들이 지게를 가져가자고 했다. “아버지가 늙으면 제가 또 써야 하니까요”라고 말하는 아들의 말에 그 사람은 불효를 깨닫고, 다시 늙은 아비를 모시고 집에 돌아왔다. 후에 고려장이 없어졌다.

 

<설화2> 고려시대에 국법으로 사람이 늙으면 산 채로 내버리는 고려장이 있었다. 어떤 대신이 어머니가 늙어 고려장을 해야했지만, 차마 할 수 없어 벽장에 숨기고 모셨다. 그때 중국에서 고려에 인재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3가지 어려운 문제를 내고 해답을 요구했다. 모든 사람이 대답을 못 했으나, 벽장 속 어머니가 대신에게 간단하게 답을 알려주어 중국을 물리칠 수 있었다. 임금이 대신에게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니 대신은 고려장 하지 않은 것을 고백하며, 고려장을 폐지해 줄 것을 청했다. 이후 임금이 고려장을 폐지하니, 고려장이라는 풍습이 사라졌다.

 

한국민속문학사전에서는 위의 두 설화를 간략하게 각각 지게형, 문제형 설화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두 유형의 설화는 외국에서 전래해 온 것으로, 원래의 내용에는 고려장이 없었으나 우리나라에 들어와 고려장이라는 내용이 첨가되었다.

 

지게형 설화는 중국의 ‘효자전’과 같은 책에 실려있는 내용이다. 늙은 아버지를 싣고 간 것이 원문에서는 수레이며, 어린아이의 이름이 원곡이라고 명시되어있다. 문제형 설화는 인도 불경인 ‘잡보장경’에 실린 기로국(棄老國)의 설화로 우리나라로 들어오며 기로국이 고려로 바뀌고, 고려장 이야기가 첨가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고려장은 고려시대에 실재하지 않았던 것이며, 허구적으로 창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이야기들은 노인의 경험적인 깊은 지혜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교훈을 준다. 또한, 부모에 대한 효(孝)의 본질에 대한 물음과 답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의 한 장면. 동양학자 그리피스는 '고려장' 풍습에 대해 글을 적은 적이 있지만, 그의 책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아 고려장에 대한 주장도 신뢰도가 떨어진다.  © 제공=MBC

 

또 다른 설은 일본에서 고려시대 무덤 도굴을 위해, ‘고려장’이라는 풍습을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이는 1999년, 충주문화방송 특선 다큐멘터리 ‘고려장은 있었는가’를 통해 처음으로 주장되었다.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우리 역사서 어디에서도 고려장의 풍속에 대한 기록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고려장 이야기’는 일제시대 인물 심의린이 저술한 ‘조선동화대집’에 처음 등장하는데, 이 책이 저술된 때가 일제에 의한 극심한 도굴 시점과 일치하는 점을 들어 제작진은 일제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일제에서는 각종 부장품으로 그득한 옛 무덤을 도굴할 명분이 필요했다. 그랬기에 고려인들을 늙은 부모를 산 채로 내다 버리는 불효를 저지르는 사람으로 칭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민족 비하 의식을 심어두었다. 또, 그렇게 되면 그 무덤들은 불효의 현장 그 자체였으므로, 일본은 마음 놓고 도굴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학계에서는 고려장은 일본에서 지어낸 이야기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고려장은 우리나라에 실재했던 풍습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요양원, 요양병원 등으로 내몰리는 고령자들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고려장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는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고려장 이야기는 전문가들의 말대로 고령자의 경험과 지혜,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100뉴스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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