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에 빠지다] 어디서나 당당히 소개할 수 있는 ‘조선 3대 명주’

관서 감홍로, 전주 이강주, 정읍 죽력고

이동화 기자 | 기사입력 2020/05/27 [14:07]

[우리 술에 빠지다] 어디서나 당당히 소개할 수 있는 ‘조선 3대 명주’

관서 감홍로, 전주 이강주, 정읍 죽력고

이동화 기자 | 입력 : 2020/05/27 [14:07]

[편집자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18년 주류소비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가볍게 혼자 또는 집에서 마시는 혼술과 홈술(Home), 감성과 문화가 담겨 있는 술을 즐기는 음주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것은 전통주의 인기이다. 4050 시니어 여성을 중심으로 전통주를 마시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며, 50대 시니어 남녀를 중심으로 전통주에 대한 선호도 또한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단순히 취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술의 맛과 멋을 느끼고 풍류를 즐기는 시대, 트렌디한 ‘요즘 시니어’들을 위해 전통주를 소개해보려 한다.

 


[백뉴스(100NEWS)=이동화 기자] 우리나라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친구에게 전통주를 소개한다면 어떤 술들을 알려줄 수 있을까. 만약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당당하게 소개할 수 있는 ‘명주(名酒)’가 우리나라에도 있다. 최남선은 조선에 관한 상식을 문답 형식으로 쓴 ‘조선상식문답’에서 조선의 3대 명주로 관서 감홍로, 전주 이강주, 정읍 죽력고를 꼽았다. 이번에는 자랑스러운 우리 술 중에서도 명주로 손꼽히는 세 가지 술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 매혹적인 붉은 빛깔의 달콤한 술, ‘감홍로’

 


조선 3대 명주 중에서도 으뜸으로 손꼽히는 감홍로(甘紅露)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붉은 빛깔과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조선상식문답’ 외에도 유득공의 ‘경도잡지’,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 등의 고서에서도 감홍로를 명주로 소개한다. 게다가 ‘춘향가’에서는 춘향과 몽룡의 이별주로 등장하고, ‘별주부전’에서는 용궁에 감홍로가 있다며 자라가 토끼를 꾀어내기도 한다.

 

감홍로는 평양을 중심으로 하는 관서지방의 특산주로, 용안육·계피·진피·지초 등의 한약재를 넣어서 빚어 마셨던 약용주였다. 고유의 붉은 빛깔은 재료로 사용되는 지초 특유의 붉은색이 우러난 것이며, 지초 대신 장미꽃·매화·당귀·감국 등을 넣어 빚은 술은 장미로·매화로 등의 이름으로 불렸다. 이북의 감홍로는 문배술과 감홍로의 제조자인 포암(浦巖) 이경찬 씨가 6.25 당시 월남하면서 남한으로 전해지게 됐다. 현재는 그의 막내딸인 이기숙 명인(대한민국 식품명인 43호)이 감홍로를 빚고 있다.

 

감홍로는 증류식 소주에 한약재를 넣은 베보자기를 담근 뒤 우려내고, 1년 이상 숙성시켜 빚는다. 감홍로와 비슷한 붉은 술로는 진도의 홍주가 있는데, 홍주와 달리 감홍로는 소주의 증류 과정을 한두 차례 더 반복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때문에 감홍로의 알코올 도수는 약 40도 정도로 매우 높지만, 꿀과 다양한 한약재가 독하고 맹렬한 맛과 주독(酒毒)을 중화시켜준다고 한다.

 

■ 배·생강 향기 가득한 명주, ‘이강주’

 


이강주(梨薑酒)는 이름 그대로 배(梨)와 생강(薑)으로 빚은 술을 말한다. 이강주는 조선 중엽부터 배·울금 등의 재배지인 전라도 전주와 황해도 봉산 등지에서 약용 소주로 빚어 마셨던 것으로 보인다. 배·생강·계피·울금 등의 재료를 고아서 만든다는 뜻으로 ‘이강고(梨薑膏)’라 불리던 술이 전승되어 전주의 이강주로 이어지고 있다.

 

이강주는 이성계와 함께 위화도 회군을 했던 조선의 개국공신 조인옥의 가문인 한양 조씨 집안에서 빚던 가양주이다. 그의 후손이 전주(완산) 부사로 내려와 정착하면서 전라도를 대표하는 전통주로 자리 잡게 됐다. 현재 이강주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6-2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9호로 지정된 조정형 기능보유자가 빚고 있다.

 

이강주는 증류식으로 얻은 전통 소주에 배·생강·계피·꿀 등의 재료를 각각 넣고 6개월 동안 숙성한 후, 하나의 통에서 다시 1~3년간 숙성하는 방식으로 빚어진다. 배의 달콤함과 생강의 매운맛, 계피 특유의 향취가 매력적이며, 꿀을 사용해 부드러운 목 넘김이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에 따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데, 19도·25도·38도 등 여러 도수의 이강주가 생산되고 있다.

 

■ 푸른 대나무의 진액으로 빚은 ‘죽력고’

 

 

푸른 대나무를 마디마다 잘라서 여러 조각으로 쪼갠 후, 열을 가하면 대나무 진액인 ‘죽력’이 흘러나온다. 이 진액으로 빚은 술이 바로 ‘죽력고(竹瀝膏)’이다. 예부터 대나무가 울창한 전라도가 명산지로 알려져 있으며, 과거에는 중풍·뇌졸중 등의 치료제로, 아이들이 중풍으로 말을 못 할 때 구급약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가양주로 전해져내려오던 죽력고는 2003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6-3호’로 지정되었으며, 현재 송명섭 기능보유자가 전통적인 수공업 방식을 통해 술을 빚고 있다. 죽력고는 주재료가 되는 죽력을 얻는 것부터 술을 증류하는 것까지 많은 정성과 시간을 들여야 하므로 전통주 중에서도 제조과정이 까다로운 술에 속한다.

 

죽력은 대나무 조각을 항아리에 채우고, 3일에서 5일 동안 일정한 온도의 열을 가해 주어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죽력에는 솔잎·죽염·생강·계피 등의 약재를 넣고 재운다. 멥쌀과 누룩으로 빚은 술을 증류시킬 때, 소줏고리 안에 약재를 재워둔 죽력을 넣고 증류시키면 죽력고가 완성된다. 알코올 도수 약 32도의 죽력고는 대나무 특유의 향과 함께 알싸하고 상쾌한 맛이 난다. 도수가 높아 알코올 향이 강하지만, 그에 비해 잘 취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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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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