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엄마 몰래 오락실 가고, 만화방에서 책 읽던 그 시절 속으로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서 즐기는 6080 뉴트로 감성 공간들

조지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5/22 [11:26]

[현장스케치] 엄마 몰래 오락실 가고, 만화방에서 책 읽던 그 시절 속으로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서 즐기는 6080 뉴트로 감성 공간들

조지연 기자 | 입력 : 2020/05/22 [11:26]

▲새문안만화방에는 태권브이, 보물섬 만화 스티커가 전시되어 있었다.  © 조지연 기자

 

[백뉴스(100NEWS)=조지연 기자] 근현대 서울의 옛 추억을 고스란히 담은 듯한 마을이 있다. 바로,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에 위치한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2003년 교남동 일대와 함께 ‘돈의문 뉴타운’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근린공원으로 조성될 계획이었으나,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마을 전체가 박물관이 됐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크게 4가지 공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마을전시관이다. 마을전시관에서는 시민갤러리를 비롯한 △새문안극장 △돈의문 콤퓨타 게임장 △새문안만화방 등이 포함돼있다.

 

두 번째는 체험교육관이다. 체험교육관에서는 한지공예, 서예와 같은 전통문화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 다만, 현재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체험교육관을 포함한 일부 시설은 이용할 수 없다.

 

세 번째는 마을창작소다. 마을창작소는 △돈의문 학당 △아무개씨의 박물관 △프로젝트 터 등으로 구성돼있다. 마지막으로 방문객의 편의를 돕는 편의시설 및 휴게소, 마을안내소, 돈의문상회 등이 기타시설로 분류돼있다. 

 

▲ 삼거리이용원의 문앞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 조지연 기자

 

4가지 공간 중 마을전시관은 6080세대의 추억이 담긴 아날로그 감성 공간들의 총집합이다. △삼거리이용원 △돈의문콤퓨타게임장 △새문안만화방 △새문안극장 등이 대표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생활속 거리두기'가 한창인 이맘때 돈의문 박물관 마을의 모습은 어떠할까. 5월 20일, 삼거리이용원을 시작으로 돈의문 박물관 마을 현장에 직접 가보았다.

 

흥화문(興化門) 옆의 꼬리길을 따라 올라가면 제일 먼저 ‘삼거리이용원’을 발견할 수 있다. 삼거리이용원은 1960~1980년대 이발소를 재현한 감성 공간이다. 간판에는 ‘친절봉사’, ‘최신유행’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다. 당시 △파마 △스포츠 △상고머리가 가장 유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삼거리미용원의 문과 창문 곳곳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안내 표지가 붙어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용원 입구에 들어서니 테이블이 보였다. 테이블에는 방문객을 위한 손세정제과 명단표, 체온계가 비치돼있었다. 이용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강성금 자원봉사자가 방문객의 열을 체크하고, 명단 작성을 도왔다.

 

▲ 열을 체크하고, 손세정제로 손을 소독하고, 명단표를 작성하면 해당 스티커를 받을 수 있다.  © 조지연 기자

 

손세정제까지 마친 후에 옷 위에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라고 쓰여져 있는 스티커를 부착했다. 강 자원봉사자에 따르면, 해당 스티커를 각 건물의 관계자에게 보여주면 돈의문 박물관 마을 내 다른 건물에서 이뤄지는 체온 측정을 면할 수 있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이용원을 둘러 보면 커다란 미용 의자 3개가 나란히 손님들을 반겨준다. 미용 의자는 저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가졌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거울이다. 현재의 미용실 거울은 세로로 되어있는 반면 삼거리이용원의 거울은 가로로 길게 늘어져 있다. 거울의 크기 또한 지금과는 사뭇 다르다. 거울 양옆에는 꽃이 수놓은 것처럼 그려져있다. 

 

거울 아래쪽에는 당시 주로 쓰였던 미용 기구들이 놓여있다. 강 자원봉사자는 “솔이 달린 것은 면도 시에 사용했던 물품이고, 왼편에 보이는 도구들은 고데기”라면서 “당시에는 옆에 있는 난롯불에 직접 고데기를 달궈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용원 구석에는 난롯불을 피기 위한 연탄과 연탄을 나르던 자전거가 비치돼있었다.

 

▲ 방금이라도 손님을 접대한 듯이 오봉이 펴져 있고, 바둑알과 바둑판 또한 준비돼있다. 다만, 알까기는 할 수 없다. © 조지연 기자

 

미용원을 두리번거리다 보면 마루와 방을 볼 수 있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손님들은 미용실 대기 의자가 부족하면 마루에 앉아서 기다리거나 마루에 놓인 바둑을 같이 놓기도 했다. 마루에는 그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마루 안의 방은 손님을 접대할 때나 밥을 먹을 때 쓰는 ‘오봉’이 펴져 있었다. 이 방은 아마도 삼거리이용원 일가에서 사용하던 방으로 추정된다. 말 그대로 주택과 상점이 복합된 ‘주상복합’의 초장기 모습인 셈이다. 

 

삼거리이용원을 나와서 조금만 직진하면 서대문사진관이 있다. 서대문사진관 옆에는 아날로그 감성 공간의 ‘끝판왕’인 돈의문콤퓨타게임장과 새문안만화방이 있다. 두 감성 공간은 같은 건물에 있다. 

 

▲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기계 1대씩 거리를 두고 켜져 있다. © 조지연 기자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옛날 교복을 입은 배우가 카운터에서 옛 친구처럼 방문객들을 반긴다. 카운터 위에는 쫀드기 같은 불량식품들이 전시돼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각종 오락기기가 플레이어를 기다리고 있었다. 

 

각 오락기기 위에는 △윈터 보이 △너구리 △팩맨 △스트리트 파이터 △슈퍼마리오 △테트리스 △스노우 브라더스 등의 게임명이 적혀져 있다. 언뜻 보기에도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오락실을 휩쓸었던 게임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오락기기들은 전부 무료로 사용 가능하다. 다만, 사람이 많을 경우에는 1인 1게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게임장을 둘러보면, 일부는 전원이 꺼진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다. 평소에는 모든 오락기기의 전원이 켜져 있지만, 현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게임기 1대씩 거리를 띄워서 사용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전원이 꺼진 오락기기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선에서 사용할 수 있다.

 

▲ 인기 게임인 테트리스의 옆에는 슈퍼마리오와 스트리트 파이터가 자리해있다. © 조지연 기자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게임 중 가장 인기가 있는 게임은 ‘테트리스’다. 돈의문콤퓨타게임장 관계자에 따르면, 연령을 떠나서 많은 사람이 제일 처음 도전하는 것이 테트리스다. 방문객의 유형에 따라 선호하는 게임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는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스트리트 파이터를 하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대부분은 아버지가 져주신다.”면서 “가끔 아버지가 게임에서 이겨서 우는 아들을 달래는 분들도 있다.”고 회상했다. 

 

▲ 20분 동안 한 차례도 죽지 않고 갤러그 게임을 하는 시민의 모습은 즐거워 보였다. © 조지연 기자

 

마감이 채 30분도 안 남은 시간이었지만 지나가던 길에 게임을 하러 오는 주민들을 마주칠 수 있었다. 한 시민은 1인용 게임인 갤러그에 앉아 마감 직전까지 한 번도 죽지 않고 게임을 즐겼다. ‘정말 잘하신다.’며 연일 감탄을 내뱉던 기자에게 그는 머쓱해 하며 “맨날 하던 거라 이 정도는 별거 아니다.”고 이야기했다. 레트로 게임을 하는 그의 모습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보였다. 

 

건물의 한편에 놓인 계단을 올라가면, 새문안만화방에 들어갈 수 있다. 올라가는 계단에는 △영심이 △달려라 하니 △아기 공룡 둘리 등 많은 사랑을 받은 만화들이 소개돼있다. 벽면에는 쌍화차 150원, 다방코피 130원을 안내하는 메뉴판과 태권V와 보물섬과 같이 당시 유행했던 스티커들이 붙어있다. 

 

만화책을 읽기 안락한 쇼파와 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테이블 위에는 다이아몬드 게임이 있다. 다이아몬드 게임은 만화책을 읽다 지친 손님들의 놀이거리다. 새문안만화방에서 책장에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유행했던 만화책들이 꽂혀있었다. 책장에 꽂혀있는 만화책들은 무료로 읽을 수 있다. 

 

▲ 다양한 장르의 만화책이 즐비해있다. © 조지연 기자

 

책장에는 보물섬을 비롯한 △토끼와 원숭이 △꺼벙이 △약동이 △드래곤볼 △진짜사나이 △PRINCE 등 다양한 장르의 만화책들이 있었다. 보유하고 있는 작품들은 대부분 시리즈 전권이기에 처음 보는 작품도 쉽게 끝까지 있을 수 있었다. 만약 어린 시절 즐겨 읽다가 미처 다 읽지 못한 만화책이 있다면 간만에 추억 여행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 있다 보면 대부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마을 곳곳에 위치한 건물들이 누군가에게는 어릴 적 엄마 몰래 콤퓨타게임장에 갔던 추억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만화방에서 신간 나오는 날만 고대하던 향수를 상기시켜주기 때문은 아닐까.

100뉴스
조지연 인턴기자
ksh@confa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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