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는 왜 시니어 층이 없을까?

시니어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숨겨진 마케팅 전략

조지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5/13 [12:05]

백화점에는 왜 시니어 층이 없을까?

시니어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숨겨진 마케팅 전략

조지연 기자 | 입력 : 2020/05/13 [12:05]

 

 

[백뉴스(100NEWS)=조지연 기자] 2020년, 베이비붐 세대가 시니어로 변한다. 베이비붐 세대란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이다. 다른 세대보다 인구수가 많은 베이비붐 세대는 소비 시장을 이끌 주역으로 기대된다. 그들은 이전 시니어 세대와는 다르다. 주택이나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에서 해방된 대신 자신에게 집중한다.

 

그들은 현대적 소비문화에 익숙한 세대다. 축적한 자본을 바탕으로 △골프 △테니스 △스키 등의 레저를 즐기고, 젊었을 적부터 좋아했던 브랜드의 옷을 지속해서 구매한다. 이런 시니어 세대를 ‘웰시 시니어’(wealthy senior)라고 부른다. 일명 ‘웰시 시니어’는 우리 사회의 소비 트렌드를 주름잡는 소비자로 부상했다.

 

고령화 사회, ‘현대적 소비문화’에 익숙한 시니어는 소비 업계의 매력적인 소비자다. 김도연 외 1인의 ‘현대백화점의 타겟 마케팅: 시니어 마켓 대 유스 마켓’(서비스마케팅저널, 2009)에 의하면, 시니어 시장의 높은 성장성을 전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고령화에 따른 고령의 수적 증가다.

 

김 연구자는 논문을 통해 ‘베이비붐 세대는 약 810만 명에 이른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700만 명으로 추산되는 386세대(1965-1975)가 베이비붐 세대의 뒤를 잇고 있어서 시니어 마켓의 성장세는 최소 2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시니어 세대가 평균적으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은 수준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연구자는 2006년 통계청의 통계를 인용했다. 그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이 55세 이상인 가구의 순자산은 전체 평균을 훨씬 웃돈다. 

 

 

시니어 고객이 소비 업계의 블루칩이다. 하지만 시니어를 위한 백화점의 마케팅은 기존의 연령층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백화점을 살펴보면, △상품의 종류 △연령 △성별 등에 따라서 층이 나뉜다. 특히, 연령은 층을 나누는 주요 요소다.

 

백화점을 의류를 살펴보자. 먼저, 아이는 베이비와 키즈로 나뉜다. 성인이 되면 영·캐주얼코너를 이용한다. 영·캐주얼코너보다 좀 더 단정한 느낌이 나는 옷을 찾는다면 남성복이나 여성복 층으로 가면 된다. 국민 100명 중 약 16명이 시니어건만, 아직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전문 층은 없다. 왜 다른 연령처럼 ‘노인 전문관’이나 ‘시니어 코너’가 있는 층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일까.

 

‘소비의 역사(휴머니스트 펴냄, 496p, 2017)’를 집필한 설혜심 저자는 백화점에 노인을 위한 전문관이 없는 이유에 주목했다. 그는 백화점 관계자에게 ‘노인 전문관이 없는 이유’를 직접 문의했다. 백화점 관계자의 대답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자신이 노인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저항심리 때문에 노인 전용 상품관을 만들어도 손님이 없을 것’이라는 답변이었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시니어의 ‘젊음’에 대한 주관적 인식이 소비 심리에 변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김미영의 ‘뉴시니어 소비자의 주관적 연령에 따른 패션정보원 활용 및 패션 점포선택기준’(한국패션디자인학회지 제15권 1호, 2015)은 △자신의 실제 연령보다 젊게 지각하는 집단 △실제 연령과 같게 지각하는 집단 △실제 연령보다 많게 지각하는 집단으로 나눠서 상품 구매 요인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주관적 연령을 젊게 지각하는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더 △상품 △시설 △분위기 △판매원 등을 고려해서 구매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연구자는 연구를 통해 시니어 마케팅 시 현재의 나이를 강조하기보다는 젊음에 대한 욕구와 신체적 변화를 고려한 △디스플레이 △상품 △시설 △인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경희의 ‘'젊은 오빠' 인식: 인지 연령 인식이 노인 세대의 소비 행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광고학 연구 제16권 제1호, 2005) 또한 시니어의 주관적 나이 인식에 주목했다. 그는 연구를 통해 자신을 젊게 인식하는 시니어들이 그렇지 않은 시니어들보다 더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소비 태도를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1년 롯데백화점이 야심 차게 준비한 ‘실버 기프트 편집숍’은 연지 2년 만에 실적 저조를 이유로 문을 닫았다. ‘실버’라는 키워드가 ‘시니어=실버’라는 고정관념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시니어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느낌을 준 것이다.

 

 

두 번째는 브랜드에 관한 시니어 고객의 충성도와 관련이 있다. 설 저자에 따르면, 대체로 사람들은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굳이 노인용 전문 브랜드로 바꾸지 않는다. 해당 브랜드에 대한 소비가 오래된 시니어일수록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구매해온 브랜드의 옷을 계속 입기 때문이다. 이를 상표 충성도라는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상표 충성도란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에 가지고 있는 호감이나 애착의 정도를 뜻한다. 상표 충성도는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다. 소비자는 복잡한 의사결정 없이 반복적으로 충성도가 높은 제품을 구매한다.

 

고가의 제품이거나 전문품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면밀한 탐색 후에 브랜드의 충성도가 쌓였다고 가정하자. 소비자는 해당 브랜드에 친근감과 신뢰감을 가지고 제품을 재구매한다.

 

그렇다면 백화점은 시니어 전문관이나 시니어를 위한 층을 만들지 않는 대신 어떤 방법으로 시니어 고객의 발걸음을 사로잡는 것일까.

 

첫 번째는 시니어에게 친화적인 기업 이미지를 선점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쟁 제품과 자기 제품과의 차별을 통해 유리한 입장을 구축할 것을 노린 마케팅 전략을 ‘브랜드 전략’이라고 부른다.

 

시니어에게 친화적인 기업 이미지 선점은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킬까. 이미지 선점은 쉽게 말해 좀 더 ‘친근한’, ‘신뢰가 가는’, ‘전문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예를 들어, 두 브랜드 사이에 제품 간 차이가 없지만, 이미지 선점이 제품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주관적 인상이라고 부른다.

 

 ▲ 시니어모델 최종 10인이 서 있는 모습. ©제공=유튜브 '현대백화점TV' 채널

 

현대백화점은 은퇴 이후 자신을 가꾸는 데에 관심이 있는 시니어들을 사로잡기 위해 특별한 전략을 취했다. 바로, ‘시니어 패셔니스타 선발 대회’의 개최다. 2019년 9월, 현대백화점은 60세 이상 연령을 대상으로 시니어 모델을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이 주관한 대회에는 약 1천 500여 명이 지원했다. 선발 과정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10만 표가 넘게 집계된 시청자 온라인 투표는 당시 시니어 모델 선발에 대한 관심을 뒷받침한다. 선발된 시니어 모델은 현대백화점 온라인 채널의 공식 모델로 활동했다. 이로써 현대백화점은 시니어의 삶을 응원하는 ‘친근하고’, ‘호감이 가는’ 이미지를 선점했다.
 
다만, 현대백화점의 ‘시니어 패셔니스타 선발 대회’처럼 이미지 선점 효과를 노리는 전략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많은 백화점에서 이미지 선점 효과보다는 잠재적인 시니어 고객의 발길을 붙잡는 전략을 취한다.

 

이러한 전략을 백화점 집객 전략이라 부른다. 해당 전략의 목적은 일단 소비자의 발걸음을 백화점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당장 매장에서 파는 제품을 소비자가 사도록 유도하지 않는다. 대신 소비자가 백화점 내에 머무를 수 있는 이유를 만든다. 

 

가령, 롯데백화점은 지난 4월 결혼의 달을 맞아 ‘리마인드 웨딩 촬영 이벤트’를 열었다. 해당 이벤트를 통해 롯데백화점은 예비부부와 예비부부의 부모 세대의 발걸음까지 끌어냈다. 이외에도 시니어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백화점의 무료 클래스(강좌) 또한 잠재적인 시니어 고객을 만들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

 

 

시니어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증가하고 있다. 설 저자는 책을 통해 ‘쇼핑은 노년층에게는 매우 중요한 취미활동이자 사회활동’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노년층은 식료품을 제외하고 다른 제품을 구매할 때, 일부러 시내 중심가나 백화점으로 나가서 쇼핑한다.

 

그는 시니어가 쇼핑하는데 고려하는 사항으로 ‘△상점 주인이나 점원과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지 △원하는 물건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지 △배달이 가능한지 △계산대에서 오래 기다려야 하는지 △화장실과 주차장이 구비돼있는지 등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일본의 다카시마야, 미쓰코시 백화점은 시니어 고객이 주로 찾다 보니 고객 응대 서비스가 다른 매장과 다르다. 해당 백화점 점원은 단순 판매사원이 아니다. 시니어 고객은 매장에 들어와서 점원과 차를 마시며 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야기꽃을 피운다. 시니어 고객에게 백화점이 일종의 ‘접객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독일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 중 하나인 에데카(Edeka)는 시설적인 면에서 시니어 친화적이다. 에데카는 은퇴자가 많은 잉골슈타트 매장을 고령자 전문 유통점으로 리모델링했다. 선반 높이는 다른 매장보다 20㎝ 정도 낮아졌다. 계산대 또한 시니어들이 쉽게 물건을 올릴 수 있도록 낮게 설치했다.

 

매장 바닥은 미끄럽지 않은 소재로 준비해서 미끄럼을 방지한다. 그 밖에도 △쇼핑 카트에 돋보기 부착 △혈압계가 있는 휴식 코너 △시니어와 비슷한 또래의 매장 직원 선발 등을 고안함으로써 시니어가 쇼핑 중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매장을 바꿨다.

 

2025년이면 인구 1천만 명이 65세 이상 시니어가 된다. 시니어의 수적 증가는 소비자로서 시니어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 시니어의 쇼핑은 다른 세대와는 다르다. 설 저자는 저서를 통해 노인은 ‘쇼핑을 통해 친구를 만나거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살펴보는 등 사회활동을 해나간다.’고 주장했다.

 

시니어에게 쇼핑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 이상의 활동이다. 시니어는 백화점에서 모임을 하고, 밥을 먹고, 강의를 듣고, 둘러보며 쇼핑을 할 수도 있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독일과 일본의 경우 이미 시니어 전용 백화점이 등장했다. 고령화 시대, ‘백화점’이라는 공간이 매력적인 ‘시니어 전용 공간’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바이다.

100뉴스
조지연 인턴기자
ksh@confa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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