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노인요양소에 갈 바엔 차라리 감옥에 가겠다, 도서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고령화 사회, 우리는 노인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조지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5/06 [17:12]

[북리뷰] 노인요양소에 갈 바엔 차라리 감옥에 가겠다, 도서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고령화 사회, 우리는 노인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조지연 기자 | 입력 : 2020/05/06 [17:12]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지음, 열린책들 펴냄)의 책 표지 (C)제공=열린책들

 

[북라이브(BOOK LIVE)=조지연 기자] 사람은 모두 나이를 먹는다. 세월이 흐르면 아이는 청년이 되고, 청년은 노인이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813만 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국민 100명 중 약 16명이 노인인 것이다.

 

2025년에는 1천만 명이 넘는 국민이 노인에 해당한다. 끊임없이 증가하는 ‘고령’ 인구를 사회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스웨덴의 작가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는 사회가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노인요양소’에서 찾았다. 노인요양소는 노인성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요양할 수 있는 보건기관이다. ‘요양’은 ‘휴양하면서 조리하여 병을 치료한다.’는 의미다. 정의대로라면, 노인요양소는 몸조리를 위한 공간이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60대에 그가 바라본 노인요양소는 일종의 유배지였다. 노인들은 사회와 격리된다. 노인요양소에 입소한 이상 그들의 자유는 제한된다. 그들은 자유로이 외출할 수 없다. 자유로운 산책도 불가능하다. 시설에서 제공하는 음식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먹어야 한다. 취사 시설에서 음식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노인요양소에 격리된 노인들은 그들 스스로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노인요양원을 배경으로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도서출판 열린책들, 592p, 2016)를 저술한다. 그는 책을 통해 사회가 노인을 어떤 시선에서 바라봤는지 파헤친다.

 

메르타 안데르손은 79세 여성이다. 그는 노인요양원에서의 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설 안에서의 생활은 갑갑했다. 8시에 무조건 취침해야 한다. 산책은 어쩌다 한 번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좋은 식자재는 시설 종업원이나 업주나 먹을 수 있었다. 형편없는 음식은 노인들 몫이었다. 그런데도 정해진 식사 외에 간식은 금지였다. 그는 결국 노인요양원 생활에 불만을 품는다.

 

어느 날 메르타는 감옥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다. 그가 본 감옥의 모습은 노인요양원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 하루에 한 번 산책이 가능했고, 간식도 먹을 수 있었다. 그는 죄수들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낀다.

 

‘노인요양소에 있을 바에 차라리 감옥에 가자!’ 그것이 메르타의 결심이었다. 메르타는 노인요양원의 노인 친구 4명과 함께 감옥에 가기 위한 계략을 꾸민다. 메르타를 비롯한 일행들이 감옥에 가는 것은 어려웠다.

 

범죄 계획을 실행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그들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아무도 믿지 않을 뿐이다. 우여곡절 끝에 메르타와 일행들은 감옥에 간다. 감옥은 과연 그들이 생각한 것처럼 ‘노인요양소보다 더 나은 장소’였을까.

 

현실 속의 감옥은 ‘면도칼 위에 올라선 것처럼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 장소였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껌 찍찍이는 감옥에 신입으로 들어온 메르타를 괴롭힌다. 메르타는 식사 준비를 하라는 그의 명령을 거부하지만, 비위를 맞추기 위해 이내 복종한다.

 

감옥에서 나온 메르타와 일행들은 ‘노인들의 친구 협회’라는 단체를 만든다. 그들은 표면상으로는 노인들의 친구 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이면 상으로는 노인 강도단으로 이름을 떨친다. 그들은 훔친 돈을 사회 곳곳에 기부한다. 기부자의 이름은 물론 ‘노인들의 친구 협회’다.

 

그들은 이제 노인요양소로 돌아가지 않는다. 다섯 친구는 훔친 돈의 일부를 나눴다. 그들은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베이도스 행 비행기를 타고 라스베이거스로 떠날 예정이다. 여객기에서 그들은 언론사에 보내기 위한 편지를 쓴다. 바로, ‘노인요양소가 갖춰야 할’ 목록이다.

 

그들에 따르면, "모든 노인 요양소는 국가의 교도소에 적용되는 동일한 규정에 의해 시설이 갖추어져야 한다. 나아가, 모든 요양소에는 컴퓨터가 갖추어져야 하며, 또한 미용사와 발 마사지 전문가가 상주해야 한다. 즐거운 외출과 몸 관리 또한 요양소의 의무 사항에 포함되어야 한다. 모든 요양소의 관리자는 요양소 내에 자격을 갖춘 인원이 일하는 독자적인 취사 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중략)…요양소 거주자는 언제든지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는 자유를 가져야 하며, 기상 시간과 취침 시간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중략)…정계에 입문하려는 자는 남자든 여자든, 적어도 6개월 동안 노인 요양소에 와서 일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573p)

 

도서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는 사회가 노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다섯 노인의 일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노인들의 희망 사항이 담겨있지 않은 ‘요양’을 그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2018년도에 내한한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작가는 기자회견을 통해 당시 스웨덴 국민 10명당 3명이 노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웨덴의 실제 복지가 정말 책과 같냐’는 질문에 ‘책이 현실보다 나은 편’이라고 답했다. 책의 끝머리에 그들이 작성한 편지는 노인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려준다.

 

우리 모두는 노인이 된다. 예외는 없다. 끊임없이 증가하는 고령 인구를 감당하기 위한 복지는 분명 필요하다. 국립국어원에 의하면, 복지는 ‘편안하고 행복하게 사는 삶’이라는 뜻을 가진다. 복지가 가진 의미처럼 노인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도서정보]

 

도서명: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지은이: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옮긴이: 정장진

 

출판: 열린책들, 592쪽,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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