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문화산책] ‘꼬장꼬장’한 노인의 마지막 선택, 영화 ‘그랜 토리노’

진정한 어른의 역할, 그리고 온전한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하여

이동화 기자 | 기사입력 2020/03/27 [10:39]

[시니어문화산책] ‘꼬장꼬장’한 노인의 마지막 선택, 영화 ‘그랜 토리노’

진정한 어른의 역할, 그리고 온전한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하여

이동화 기자 | 입력 : 2020/03/27 [10:39]

[편집자주] ‘시니어문화산책’에서는 앞으로 시니어와 관련된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려고 한다. 영화나 공연 등 문화 콘텐츠에 대한 간단한 리뷰 형식에 시니어와 관련된 이슈를 더해 우리 사회 속 시니어들을 다시금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 타오 방 로어(비 방 분)가 월트 코왈스키(클린트 이스트우드 분)를 찾아와 ‘그랜 토리노’를 훔치려고 한 잘못의 대가로 일을 시켜달라고 청하고 있다.  © 제공=워너브라더스

 

[백뉴스(100NEWS)=이동화 기자] 원망과 후회, 미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사람의 마음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삶을 좀먹는다. ‘용서’는 이런 괴로운 마음들을 놓아버릴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용서는 말로는 하기는 쉽지만, 직접 행하기까지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그 대상이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일 때는 더욱더 그렇다. 

 

영화 ‘그랜 토리노(2009)’의 주인공 월트 코왈스키(클린트 이스트우드 분)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였다. 월트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공로로 여러 훈장들을 받았는데, 그것들이 모두 명예로 빛나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그는 한국전쟁 당시 투항하는 17세의 소년병을 총살하고 받은 훈장에서 씻을 수 없는 후회와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월트는 그때의 기억들로 평생에 걸쳐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과거를 후회하며 평안한 삶을 누리지 못했다.

 

▲ 타오를 끌고 가려는 갱단이 자신의 잔디에 침입하자 월트가 총을 들어 갱단을 쫓아낸다. 월트는 이 일로 타오 가족의 영웅이 된다.  © 제공=워너브라더스


그러나 잘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의 그는 그저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보수적인 관념을 가지고 있는, 함께 어울리기 힘든 꼬장꼬장한 노인이다. 마음을 굳게 닫고, 주변 사람들에게 좀처럼 곁을 내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두 아들조차 가족들과 소통하는 법을 모르고 지내온 그에게 다가가기 힘들어한다.

 

아내의 장례식에서 삶과 죽음을 논하는 파릇파릇한 초임 신부(크리스토퍼 칼리 분)에게는 냉소적인 말들을 퍼붓고, 옆집의 이민자 가족들을 향한 인종차별적 발언도 거침없이 쏟아낸다. 담장은 쌓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벽이 느껴지는 그의 집 잔디에 잘못 발을 들이기라도 하는 날에는 총구가 머리를 겨눌지도 모를 정도다.

 

▲ 월트가 늘 닦고 관리하는 72년식 ‘그랜 토리노’의 모습.  © 제공=워너브라더스


그러던 중 옆집의 동양인 소년 타오 방 로어(비 방 분)가 갱단의 꼬임에 넘어가 월트의 ‘그랜 토리노’를 훔치려다 적발된다. 올드 카 ‘그랜 토리노’는 포드 사에서 50년 동안 근무한 월트가 1972년도에 직접 만든 것으로, 평소에 사용하지는 않지만 늘 닦고 관리해 두어서 번쩍번쩍 빛이 난다. 그 자체로 전형적인 미국적 가치와 월트 자신을 상징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차량 절도에 실패한 타오는 갱단의 표적이 되고, 그의 가족들까지 위험에 처한다. 월트는 갱단에 끌려갈 뻔한 타오를 구하고, 타오 일가의 영웅적 존재가 된다. 월트는 그런 대접이 달갑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손을 내미는 타오의 누나 수 로어(아니 허 분) 덕분에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 월트는 타오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주며, 사회에서 한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다 해낼 수 있도록 돕는다.  © 제공=워너브라더스

 

타오는 자신의 잘못을 갚기 위해 월트를 위한 노동을 자청하고, 이를 계기로 월트와 타오는 우정을 쌓아간다. 월트는 타오에게 인생의 지혜를 가르쳐주며, 인생을 배울 만한 어른의 부재를 겪은 타오에게 울타리이자 거울이 되어준다. 타오는 죽음을 앞둔 월트에게 가족보다 가까이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된다. 그런 와중에 갱단의 폭압은 점점 더 심해지고, 월트는 그의 친구 타오를 위해 결단을 내린다. ‘앞날이 창창한’ 어린 세대를 위한 진정한 어른의 선택이었고, 월트의 삶을 온전하게 만드는 선택이었다.

 

자기 자신도 용서하지 못하고, 가족들과도 진정으로 함께하지 못했던 월트는 삶의 마지막을 앞두고 아내의 유언대로 고해성사를 하며 참회한다. 참회의 내용은 아들들과 잘 지내지 못해 후회된다거나, 크지 않은 액수의 세금을 미납했다거나 하는 소소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있던 짙은 죄책감을 더는 진정한 참회는 투항한 소년병과 대치되는 타오를 위한 희생이었을 것이다.

 

영화는 미국 내 이민자들에 대한 인종차별, 세대갈등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과 더불어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월트가 타오, 수와 세대를 뛰어넘어 가족보다 끈끈한 마음을 나누고,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지혜를 나누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시니어들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보게 만든다. 또, 죽음을 바라보는 월터의 마지막 선택을 통해서는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 영화 ‘그랜 토리노’의 공식 포스터  © 제공=워너브라더스

 

#100뉴스 #시니어종합뉴스 #시니어문화산책 #그랜토리노 #클린트이스트우드 #비방 #어니허 #크리스토퍼칼리 #시니어영화추천 #시니어볼만한영화 #시니어문화생활

100뉴스
이동화 기자
donghwa@confac.net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
시니어문화산책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