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후반기는 나를 가르쳐 나를 알아야 할 때, 박경이 시니어

“죽기 전에 정직한 자신과 만나고 싶지 않나요?”

이동화 기자 | 기사입력 2020/03/20 [13:25]

인생 후반기는 나를 가르쳐 나를 알아야 할 때, 박경이 시니어

“죽기 전에 정직한 자신과 만나고 싶지 않나요?”

이동화 기자 | 입력 : 2020/03/20 [13:25]

▲ 도서 ‘엄마 꽃밭은 내가 가꿀게요’를 쓴 박경이 저자의 모습  © 본인 제공


[백뉴스(100NEWS)=이동화 기자]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실 우리는 자기 자신보다 타인의 표정을 살피고, 취향과 성격을 파악하며 타인에게 집중하는 데에 더욱 익숙하다. 자신의 내면을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일은 생각보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은퇴 후, 스스로에 대해 알고 싶어 공부를 시작한 도서 ‘엄마 꽃밭은 내가 가꿀게요(어른의 시간, 320p, 2017)’의 박경이(63) 저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 ‘나’에 대해 질문하며 알아가는 인생 후반기

 

저자는 오랜 기간 국어교사로 일하다 지난 2010년 9월에 명예퇴직했다. 벌써 10년 전 일이니 비교적 이른 50대 초반에 은퇴한 것이다. 별다른 준비 없이 은퇴했지만, 교사로서 자부할 수 있을 만큼 힘차게 살아왔던 것이 은퇴 후에는 힘이 됐다. 삶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에 따른 자부심이 든든하게 그를 받쳐주었다.

 

“인생 제2막을 열기에 60세는 너무 늦다고 생각했어요. 교사 생활을 실컷, 맘껏 했고, 더 하고 싶지 않았어요. ‘남 가르치는 것은 그만하고 나를 가르칠 때’라고 생각했죠. 나를 가르쳐 나를 알고, 깨닫고, 그래서 잘 죽어야 할 때 말이에요. 시민으로써 교사로서 잘 살았으니 일단 그만두고 쉬면서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퇴직한 후에는 뉴욕 맨해튼에서 3달 동안 머무르며 스스로에 대해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저자는 당시의 여행을 ‘나로부터 달아나기’라고 표현했다. 그동안 살아온 방식대로 계속 살지 않기 위해서 그동안의 자신과 단절되고 싶었던 것이다. 

 

“은퇴 후에는 공간이동이 필요해요.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위해서요. 멀리, 자신으로부터 달아나 보아야 자신의 삶을 멀찍이서 제대로 볼 수 있어요. 굴러가던 대로 계속 구르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뉴욕으로 떠났어요. 몹시 한 번 요동침을 겪고, 나를 한 번 잃어버려야 나를 다시 찾고 싶을 것 같았거든요.”

 

뉴욕에서 지내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많이 걸었고, 많이 울기도 했다. 딸과 함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는 놀라운 기회를 얻기도 했으며, 지나고 보면 추억이 되는 사건 사고들도 참 많았다. 저자에게는 꼭 필요했던 시간들이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외로웠던 것도 같지만, 그런 고독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누구이고 싶은지’라는 질문에 다다를 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정신분석 강의를 듣고, 독서를 시작했다. 일 년 후에는 충남 천안시의 교외에 위치한 시골집으로 이사하고, 상추·고추·토마토를 심고 기르는 시골 라이프를 만끽하고 있다. 정신없는 도시생활과 달리 지루할 것 같지만, 읽고 쓰고 키우는 일로 여념이 없다.

 

현재는 여러 국가의 미술관에서 경험했던 그림 이야기들을 담은 여행기를 집필하고 있으며, 다달이 독서모임도 하고 있다. 놀랍고 새로운 인물상과 색다른 삶의 해석법을 발견할 수 있는 드라마를 보는 재미에도 푹 빠져 있다. 선후배·제자들과 수다를 떨고, 가족들과 함께 풀을 뽑고 먹는 재미도 상당하다. 그러면서 땅을 일구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일이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님을 알게 되기도 했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온몸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단순하고 소박한 진리를 깨달음과 동시에 번쩍했죠. 그렇게 조용히 힘차게 살아왔을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달리 ‘위대하게’ 보였어요. 오랜 삶의 자리를 바꾸고, 다르게 살며 깨달을 수 있었던 것들이에요. 그런 과정에서 결국 제가 원했던 밭이 ‘글밭’임을, 원했던 집이 ‘글집’, 좋은 책임을 알게 됐죠.”

 

저자가 소소한 일상에서 깨달음을 얻고, 자신의 내면을 마주 볼 수 있었던 것은 교사로 일한 경험 덕이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생의 소소한 단면들을 전반적으로 돌아보고, 비교·생각·토론했던 것들을 통해 자신이 가진 문제들을 알게 됐고, 왜 그런 특성을 갖게 됐는지 궁금해진 것이다.

 

“자기 반성력과 성찰하는 힘, 더 나은 교사·인간이고자 하는 바람은 자연히 해답을 찾는 쪽으로 나아갔죠. 그러다가 온전히 다른 나로, 자신을 아는 자신으로 살아보고 싶었던 거예요. 밥 벌던 일을 그만두고 나를 벌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 ‘나’를 가르치며 알게 되는 세상, 그리고 삶과 사람

 

▲ 도서 ‘엄마 꽃밭은 내가 가꿀게요’의 표지  © 이동화 기자


도서 ‘엄마 꽃밭은 내가 가꿀게요’에는 퇴직 후 저자가 엄마도 아내도 아닌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애쓰고, 세상을 마주하는 이야기들이 그려진다. 스스로에 대해 탐구하며 가르치고,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며 얻은 깨달음과 깊은 내면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저자는 흐르는 생각에 따라 하고 싶은 말들을 풀어놓으며, 이야기는 심리적 시간으로 연결되고 사건과 생각이 종횡무진 이어진다.

 

“하고 싶은 말들이 폭포처럼 흘렀어요. 제가 하고 싶은 저의 이야기인 동시에 못다 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당신이나 타인의 삶도 어느 부분 역시 그러함을, 경청과 동시에 공감과 지지를 구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서로의 삶을 전하고 말을 들으며 참조하고 공감하고 질문하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는 것 아닐까요.”

 

책에서 저자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경험해보고, 알고 싶은 ‘엄청난 생의 허기’를 느꼈다고 언급한다. 책이 세상에 나온 지 3년, 저자는 여전히 스스로를 가르치고, 삶과 사람·세상을 더 알아가는 중이다.

 

씨를 직접 뿌리고 가꾸면서 계절의 변화를 직접 느꼈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인간의 한 부분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또, 육체적 에너지를 요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더 넓은 이해와 존경·존중심을 갖게 됐고, 어떤 삶도 값지다는 것을 제대로 깨우치기도 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달리 보이며 삶의 지평이 새로이 열리는 경험을 한 것이다.

 

“패러글라이딩·수영 등을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흐른 후에 진정 제가 원하는 일들은 아니었음을 알게 됐죠. 제가 원하는 것은 ‘글집’을 짓고 ‘글밭’을 가꾸는 일이에요. 항상은 아닐지라도 ‘왜지? 무슨 뜻일까?’라고 스스로 물어야 해요. 그런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에 대해서 알 수 있으니까요. 나를 알아가고, 나를 앎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인생에 대해 더 알아가면서 죽음과 친해진다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정말 잘 살고 있다는 ‘자뻑’이에요. (웃음)”

 

저자는 은퇴를 위해 거창한 준비 기간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며 인생 후반기를 즐기고 있다. 참된 ‘나’를 찾을 때, 더욱 충실한 생을 즐길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는 듯한 모습이다.

 

저자는 행복한 인생 제2막을 위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성찰을 통해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 없이 인생 후반기를 다른 방식으로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자서전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은퇴 후 저자가 시도했던 공간이동과도 비슷한 맥락으로, 저자는 도서 ‘엄마 꽃밭은 내가 가꿀게요’를 통해서 이를 직접 실천했다. 

   

“아직도 남의 시선에 달랑거린다면 진실로 슬픈 일이에요. 또, 남편에게 얽매여, 자녀를 모시며, 나날을 소모하지 말기를 바라요. 이전 삶의 사교적 연장에 지나지 않는 일들 대신 스스로의 삶 전체를 조용히 돌아보시기를 거듭 강조하고 싶어요. 자신과 진정 친해지는 것이요. 제가 명퇴 이후 계속하고 있는 일들이랍니다. 죽기 전에 정직한 자신과 만나고 싶지 않나요? 잘 죽기 위한 최상의 준비라고 생각해요. 이젠 더 이상 필요 없는 견고하고 미련한 자아의 껍질을 벗겨내는 거예요. 말랑말랑하게 되어 죽는 거죠. 보들보들 아기처럼? (웃음)”

 

진짜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정신분석 관련 공부와 독서는 저자의 일상이자, 삶이며, 죽을 때까지 함께할 친구이다. 간접경험을 통해 생각을 확장시켜주는 드라마를 통한 인생공부와 사람공부도 죽 이어 나갈 생각이다. 저자에게 소소한 욕심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매혹당해 읽을 수 있는 책도 쓰고 싶은 것이다. 또, 체력이 허락한다면, 호스피스 활동도 시도해보고 싶은 바람도 있다.

 

‘보잘것없는 채로도 아무렇지도 않게 머물 수 있는 사람’이 되려는 중이에요. 마음 내키는 것들을 ‘솔솔’하되 충분히 게으르고 싶어요. 핑계 같은 이유로 실행을 망설이고 있는 일이 있다면 용기를 내시기를,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원치 않으나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있다면 윤리적 결단으로 기쁘게 헌신하시기를 바라요. 저 역시 노력하고 실천하는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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