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문화산책] 시계 속에 묻은 후회를 떨쳐내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

과거와 미래에 얽매여있는 시니어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

조지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3/12 [14:20]

[시니어문화산책] 시계 속에 묻은 후회를 떨쳐내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

과거와 미래에 얽매여있는 시니어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

조지연 기자 | 입력 : 2020/03/12 [14:20]

[편집자주] 시니어문화산책에서는 시니어와 관련된 문화 콘텐츠를 소개한다. 영화나 공연 등 문화 콘텐츠에 대한 간단한 리뷰 형식에 시니어와 관련된 이슈를 더해 우리 사회 속 시니어들을 다시금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 드라마 '눈이 부시게' 중 혜자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회상하는 장면.     ©제공=JTBC


[백뉴스(100NEWS)=조지연 기자] 인생을 살면서 후회하는 기억들이 누구나 한둘씩은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학창 시절에 공부라도 열심히 해볼걸.’이라고 자책한 적이 있을 것이다. 다른 누군가는 자식의 흉을 보며 자신의 실수로 자식이 다친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또 다른 누군가는 마지막 모습인 줄도 모르고 쉽게 흘려보냈던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을 후회한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혜자’ 또한 그러했다.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같은 시간 속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았던 혜자와 준하 그리고 그들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사람에게 시간이란 무엇인가’를 풀어낸다.

 

이야기는 25살의 혜자가 가족들과 놀러 가서 우연히 떨어져 있던 시계를 줍게 되면서 진행된다. 혜자는 시곗바늘을 돌리면 시간을 돌려주는 시계를 써서 남들보다 5분 더 잠을 잘 수 있었고, 쪽지 시험도 다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혜자가 시계를 돌리는 만큼 혜자의 시간은 남들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 기상한 혜자의 모습은 노인이었다. 혜자와 그의 가족들은 25살이라고 주장하는 혜자의 모습에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이내 익숙해진다. 시간이 흐르면서 혜자도 가족들도 늙어버린 그녀의 모습에 적응해나간다.

 

 ▲ 드라마 '눈이 부시게' 중 준하의 유품인 시계를 준하의 심문을 맡았던 경찰의 손에서 발견하는 장면.     ©제공=JTBC

 

드라마에서 단연 중요한 소재는 시계다. 시계는 25살의 혜자와 노인인 혜자 모두에게 의미 있는 물건처럼 보였다. 25살의 혜자에게 시계는 시간을 돌려주는 신기한 물건이었다. 치매에 걸린 노인인 혜자 또한 병적일 정도로 시계에 집착한다.

 

치매를 앓고 있던 혜자에게 ‘시간을 돌려주는’ 물건으로 등장한 이 시계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남편이었던 준하를 발견할 수 있다. 원래 이 시계는 준하의 것이다. 준하는 늘 시계를 차고 나갔고, 준하가 경찰서에서 돌아오지 못한 날 또한 그러했다.

 

준하가 죽고 혜자가 경찰서로 그의 유품을 찾으러 간 날, 혜자는 뜻밖의 장소에서 준하의 시계를 발견한다. 바로, 준하를 심문했던 경찰의 손이다. 혜자는 그에게 준하를 때려서 죽이고 가져간 게 아니냐며 시계를 돌려달라고 울부짖지만, 시계는 돌려받지 못한다.

 

돌려받지 못한 남편의 유품처럼 치매에 걸린 혜자에게 과거는 늘 후회 투성이였다. 25살의 나이에 미래만을 바라보면 살았던 것도, 남편의 유품을 돌려받지 못한 것도, 어린 아들이 차에 치여 한쪽 다리를 잃게 됐던 것도 혜자의 기억 속에 후회로 남았다.

 

노년에 돌아본 혜자의 삶은 늘 과거에 얽매여 있었고, 불안한 미래에 시달리고 있었다. 시계는 후회투성이인 과거를 되돌리고 싶은 그의 의지, 억울함, 후회, 미련, 회한 등의 감정이 투영된 사물인 셈이다.

 

 ▲ 드라마 '눈이 부시게' 중 시계 할아버지(경찰)가 입원한 혜자에게 시계를 돌려주려는 모습.  ©제공=JTBC

 

그런 혜자는 입원한 자신에게 시계를 돌려주러 온 시계 할아버지(경찰)와의 대화를 통해 과거를 후회하는 것이 비단 자신만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이러한 깨달음은 ‘나의 인생이 불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억울하다고 생각했습니다.’라는 내레이션과 시계를 돌려받지 않기로 한 혜자의 의지를 통해 알 수 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에서 벗어난 혜자가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지금 바로 이 순간’이었다. 치매가 걸린 자신의 곁에 남아있는 아들과 며느리, 손자 그리고 햇볕이 비치는 벤치에 앉아 숨을 쉬고 있는 혜자는 계속 오늘을 살아간다. 이는 마지막 엔딩에서 혜자의 내레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새벽의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대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 드라마 '눈이 부시게' 중 엔딩에서 현재의 혜자가 과거의 자신을 떨쳐내는 장면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장면.    ©제공=JTBC

 

인생을 살면서 마음 한구석에 지나쳐온 과거를 담아 두고, 불안한 미래에 지나치게 많은 감정을 허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혜자의 말처럼 어쩌면 현대를 사는 우리 스스로에게 과거와 미래에 어떤 일이 있다 한 들, ‘현재를 살 가치가 있다.’는 위로 한마디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100뉴스 #시니어종합뉴스 #시니어문화산책 #문화 #드라마 #추천 #눈이부시게 #김혜자 #한지민 #남규혁 #리뷰 #노인 #치매 #치매노인 #후회 #시간 #시계 #현재 #타임리프 #과거회상 #치유

100뉴스
조지연 인턴기자
ksh@confac.net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
시니어문화산책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