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니어들, 트로트만 좋아할까?

'시니어들의 취향 탐구' 음악 편

김영호 기자 | 기사입력 2019/12/13 [15:03]

[기자수첩] 시니어들, 트로트만 좋아할까?

'시니어들의 취향 탐구' 음악 편

김영호 기자 | 입력 : 2019/12/13 [15:03]


[백뉴스(100NEWS)=김영호 기자] ‘트로트’라는 장르를 들으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가.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흥겹게 따라 부르는 모습? 전국 노래자랑? 관광버스? 모두 떠오른 이미지가 다를 수는 있지만, 그 이미지들은 아마 한 가지 가닥으로 묶일 것이다. ‘시니어’들이 즐기는 모습.

 

트로트는 분명 젊은 층보다는 시니어들이 선호하는 장르이다. 하지만 트로트는 점점 젊어지고 있다. 가수 장윤정, 박현빈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홍진영과 송가인 까지, 젊은 가수가 늘었고, 그에 따라 젊은 팬들도 많이 생겼다. 그렇다면 트로트를 즐기던 시니어 층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현재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시니어 층에도 세대교체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도 시니어 층이 트로트만 좋아하는 걸까? 

 

트로트는 일본의 엔카와 우리나라 남도민요의 창법, 그리고 서양의 재즈, 폴카, 라틴 리듬이 한 곳에 어우러져 만들어진 장르이다. 트롯(Trot)이란 단어는 일제강점기에 유입된 미국의 춤곡 폭스트로트(Foxtrot)를 어원으로 하며, 엔카의 빠르기를 표기하는 말이기도 했다. 트로트와 엔카는 각각의 나라에서, 20세기 초의 신식가요(유행가)로서 그 발전을 함께 해왔다. 

 

트로트라는 장르가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은 것은 1960년대 이후이다. 이 시절 트로트는 ‘뽕짝’이라는 친근한 별칭을 얻기도 한다. 이 때 우리에게도 익숙한 곡인 ‘노란 샤쓰의 사나이’가 나왔고 가수 현미 씨와 남진 씨가 데뷔한다. 또 나훈아씨가 데뷔한 시기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최신 유행하는 장르였지만 가요의 장르는 계속해서 생겨났고, 또 주류 장르이긴 했지만 60, 70년대에 트로트라는 장르만 있지는 않았다. 팝 음악이 유행하던 시기이고 많은 가수가 활동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시니어들은 ‘트로트만 좋아한다’라는 편견 같은 것이 있는 걸까.

 

거리로 나가 65세 이상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시니어 21명을 대상으로 좋아하는 장르를 물어보았다. 트로트를 좋아한다는 시니어는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클래식(4명)이 그 뒤를 이었다. 그다음으로는 팝송(3명), 발라드(2명), 그리고 찬송가와 밴드 음악(각각 1명씩)의 순서였다.

 

설문조사는 서울 성북구와 강남구 두 곳에서 실시하였다. 지역적으로 봤을 때는 성북구 11명의 시니어 중 9명이 트로트를 좋아한다고 답변했고, 강남구는 10명 중 트로트를 좋아한다고 답변한 사람은 1명뿐이었다. 강남구의 시니어들에게 인기가 많은 장르는 클래식과 팝송이었다.

 

트로트가 좋다고 답변한 시니어들이 트로트를 좋아하는 이유를 묻자 시니어들은 “박자가 알기 쉽다”, “어릴 때 듣던 노래라서”, “가사가 와 닿는 것이 있다” 등의 답변을 내놓았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시니어들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시끄럽지 않고 조용하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조사에 응한 시니어들 중 셀린디온, 박효신 등의 비교적 최근의 가수를 좋아한다는 답변도 있었지만, 트로트를 좋아한다고 답변하는 시니어들이 지배적이었다. 조사결과, 시니어들이 ‘트로트를 좋아한다’라는 의견은 사실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트로트만 좋아한다’라는 명제는 편견인 것으로 밝혀졌다.

 

프랑스의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사이트 Deezer의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30살부터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는 것을 멈추는 경향이 있다. 1,000명에게 음악적인 취향과 감상 습관을 물어본 결과 60%의 사람들이 ‘원래 듣던 노래들만 계속해서 듣는다’라고 말했으며, 25%가 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면 듣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Deezer는 24살이 가장 많이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는 나이라고 말하며, 같은 나이 75%의 서비스 이용자가 한 주에 10개 이상의 새로운 음악을 듣는다고 덧붙였다. 

 

경제학자이자 뉴욕타임즈의 기고가 Seth Stephens-Davidowitz는 또, 스웨덴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사이트 Spotify의 분석을 토대로 어른이 되었을 때 음악 취향은 10대에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여자의 경우 미래의 취향에 영향을 미치는 힘이 가장 큰 나이는 13살이었고, 그 후로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남자의 경우는 14살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사실은, 본지의 조사에 트로트를 가장 좋아한다고 응답한 시니어들 중 상당수가 ‘어릴 때부터 듣던 노래라서’라고 트로트를 좋아하는 이유를 꼽았다. 마찬가지로 클래식을 좋아한다고 응답한 시니어들 역시, 모두 어릴 때 악기를 배우며 클래식을 듣게 되었고 지금까지 클래식을 좋아한다고 답변했다. 이는 Deezer의 조사결과처럼, 사람들이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지 않는다는 것과 또, 뉴욕타임즈의 연구결과처럼 그들이 10대~20대에 좋아하던 음악을 나이가 들어서까지 좋아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라 하겠다.

 

또한, 음악적 취향은 어릴 적 집안 환경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사를 진행한 성북구에 비해서 비교적 가구소득이 높은 지역인 강남구에서는 트로트보다 클래식과 팝송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클래식 같은 경우는 어릴 때 음악 교육을 받은 것(생활 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팝송을 좋아한다고 응답한 시니어들이 모두 대학 다닐 때부터 좋아했다고 말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젊은 시절 교육수준을 반영한 결과로 보여진다. 실제로 [문화 논총, 제30집 1호]에는 이와 비슷한 내용이 실린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문화 상품은 소득 수준에 따라 탄력적으로 소비가 변화하는 민감성을 갖는 특성이 있다(최동길 · 전병준 · 박찬희, 2011). 이는 그만큼 문화 상품 소비가 개인의 경제적 소득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나타낸다.”(-출처 ‘문화 상품 소비 규모 결정 요인’, 『문화 논총 제30집 1호』, 전범수·박조원·박성복)

 

결론적으로 어린 시절의 집안 환경이 그 시절에 즐겨 듣는 노래를 만들고, 그렇게 즐겨 듣던 노래가 나이를 먹어갈수록 취향으로 고정되어 현재 즐겨 듣는 노래가 된다는 뜻이다. 이 기사의 결론에 따르면 지금의 10대들이 40, 50년 후 가장 사랑하는 노래는 BTS의 노래이거나, iKON의 ‘사랑을 했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시니어들이 트로트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란 뜻은 시니어가 되었기 때문에 트로트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같다. 트로트를 그저 구시대적인 장르로 볼 것이 아니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행’이었다는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시니어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한결 수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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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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