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평균 나이 85세 시니어들의 좌충우돌 여름 나기, ‘제3회 할무이 연극제’ 참가작 ②

“에어컨 실외기? ‘시래기’는 먹는 것인데, 무슨 말이람?”

이동화 기자 | 기사입력 2019/11/27 [14:05]

[공연리뷰] 평균 나이 85세 시니어들의 좌충우돌 여름 나기, ‘제3회 할무이 연극제’ 참가작 ②

“에어컨 실외기? ‘시래기’는 먹는 것인데, 무슨 말이람?”

이동화 기자 | 입력 : 2019/11/27 [14:05]

▲ 시니어 극단 ‘은빛사랑’이 ‘제3회 할무이 연극제’에서 창작극 ‘여름나기’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을 하고 있다     © 이동화 기자

 

[백뉴스(100NEWS)=이동화 기자] 에어컨이 없는 무더운 여름은 아마 상상할 수도, 상상하기도 싫을 것이다. 82세부터 89세의 시니어 배우들로 이루어진 극단 ‘은빛사랑’은 여태 에어컨 없는 여름을 지내왔는데, 지난여름에 드디어 에어컨이 생겼다.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개최된 ‘제3회 할무이 연극제’에 참가한 ‘은빛사랑’은 이러한 일화를 담은 창작극 ‘여름나기’를 선보였다.

 

시니어 배우들의 안전을 위해 완전히 암전 되지 않은 무대에 의자들이 놓였다. 시니어 배우들이 하나둘씩 의자에 앉고, 에어컨이 없던 한여름의 경로당을 배경으로 극이 시작됐다. 초겨울에 모시옷을 입고 나타난 시니어 배우들은 덥다며 연신 부채질을 해대고, 관객들에게 “왜 다들 두꺼운 옷을 입었냐”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우연한 기회에 에어컨을 경로당에 들이게 된 시니어들은 낯선 기계를 이리저리 만져보지만, 도무지 차가운 바람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바로 ‘실외기’ 때문이었다. 아직 실외기가 설치되지 않아 에어컨을 가동할 수 없다는 이야기에 시니어들은 “’시래기’는 끓여 먹는 것인데, 대체 무슨 말이람?”이라며 웅성웅성 대기 시작했다.

 

실제로 있을 법한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 가는 능청스러운 시니어 배우들의 모습에 관객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원래 대사나 등장해야 하는 장면을 살짝 잊는 실수, 상황에 맞추어 선보이는 애드리브 등 관객들은 뜻밖의 상황에도 따뜻한 격려와 웃음으로 화답했다.

 

무대 전환을 위해 소품으로 사용된 의자가 무대 한편으로 치워지자 한 시니어 배우가 의자에 앉아 쉬려고 했는데, 관객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미소를 지으며 귀여운 실수를 모른체했다.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는 장면에서는 이가 시리다며 서로에게 떠넘기는 모습에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이어서 시니어들은 실외기 설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바자회를 개최했다. 극중에서 유일하게 완전히 암전 된 무대는 암흑 속에 잠기고, 바자회 현장에서 물품을 판매하는 듯한 시니어들의 녹음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시끌시끌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음향과 암흑의 무대는 관객들을 한순간에 시장통으로 이끄는 듯했다.

 

바자회까지 개최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외기를 설치하기 위한 비용은 딱 5천 원이 모자랐다. 시니어 배우들은 모자란 금액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다가 결국, 관객들에게 “돈 좀 있수?”라며 도움을 청했다. 한 관객이 선뜻 5만 원권을 건네자 곳곳에서는 웃음과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극은 막바지에 다다르고, 드디어 실외기를 설치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미 무더운 여름은 지나고, 쌀쌀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 찾아왔다. 시니어들은 두꺼운 옷을 꺼내 입고, 옷깃을 여몄다. 아쉽지만 차가운 바람은 내년 여름을 기약하며 유쾌한 ‘여름나기’의 막이 내렸다.

 

시니어들의 좌충우돌 여름나기를 담은 이번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극이 진행되는 무대의 한가운데에 우뚝 서있던 에어컨도 실제 경로당에 기증된 것을 가지고 온 것이다. 모두 대본을 외우기도, 낯선 무대에 적응하기도 어려운 시니어 배우들을 위한 것이었다.

 

▲ 시니어 극단 ‘은빛사랑’이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동화 기자


덕분에 사전에 합의된 대사보다 애드리브가 넘쳐나는 공연이 되었지만, 시니어들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이야기에 관객들도 한마음으로 공감하며 웃고 행복해했다. 우리 주변 어딘 가에 있을 법한 시니어들의 이야기이자, 우리네 할머니들의 이야기, 미래의 내 모습일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 즐거움을 선사했다.

 

[공연정보]

공연명: 제3회 할무이 연극제-락(樂)

일시: 2019년 11월 21일~11월 24일

장소: 드림시어터

주관: 극단 불, 두루두루 배움터

주최: 드림시어터

기획: 불시어터 컴퍼니

관람료: 전석 무료

 

#100뉴스 #시니어종합뉴스 #제3회할무이연극제 #시니어연극제 #시니어극단 #시니어연극공연 #송화극단 #은빛사랑 #친구 #여름나기 #드림시어터 #극단불 #두루두루배움터 #불시어터컴퍼니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