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진지한 농담으로 풀어내는 인생, 제19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 ‘진지한 농담’

보편적인 가정에 대한 이야기

김영호 기자 | 기사입력 2019/11/04 [10:53]

[공연리뷰] 진지한 농담으로 풀어내는 인생, 제19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 ‘진지한 농담’

보편적인 가정에 대한 이야기

김영호 기자 | 입력 : 2019/11/04 [10:53]

▲ 무대인사 중인 배우들     © 김영호 기자


[백뉴스(100NEWS)=김영호 기자] 정규과목에서 밀려난 과목, 지리와 연극사를 맡은 두 선생이 무대에 등장한다. 이들은 교장에게 잘 보이기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학교 소극장 페인트칠을 자처한다. 방학에도 일을 하던 두 선생은 일상에 권태를 느끼고, 소극장 무대 위에서 술을 한잔, 두잔 비워낸다. 그저 술기운에 벌이는 한 편의 연극인가. 실제로 저들 앞에 펼쳐질 일을 보여주는 걸까. 종잡을 수 없는 ‘진지한’ 농담이 펼쳐진다.

 

■‘무대’라는 공간 위에 펼쳐지는 농담

 

무대의 배경은 두 선생이 페인트칠을 하던, 그래서 소품들이 너저분하게 늘어져 있는 소극장의 무대다. 무대라는 배경은 이 둘이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마치 셰익스피어의 연극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어지러운 농담과 같은 연극임을 말해준다.

 

(술에 취한) 연극사 선생은 ‘마릴린 먼로’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마릴린’으로 불리는 이 여자의 정체는 사실 소극장에 있던 무대 소품인 인형이다. 술에 취해 인형을 애지중지 에스코트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하고, 이 모든 게 그저 ‘농담’임을 보여준다.

 

▲ '진지한 농담'을 공연 중인 극단 목수     © 제공=2인극페스티벌조직위원회

 

또한, 극 중에서도 결투가 끝난 뒤 죽은 친구에게 “여기가 무대 중앙이야. 여기서 죽어.”라고 속삭이듯 말하는 모습과 사냥꾼 분장을 하고 온 지리 선생이 수염을 벗으며 “(수염은) 설정입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은 계속해서 관객들에게 ‘여기는 무대이고, 지금은 연극 중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웃지 못할 진지함

 

하지만 연극이 진행될수록 내용은 점점 진지해진다. 대개 부부의 모습이 그렇듯 시간이 갈수록 서로에 대한 이해는 뒷전이 되고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방에게 화를 내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친절한 사람이면서, 자신이 제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화만 내게 되는 것이다.

 

극의 마지막에는 마릴린과 연극사 선생의 아이까지 등장한다. 아이 역시 소극장에 굴러다니던 인형에 옷을 입혀 놓은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든 모습으로 “내 인생도 없이 당신들에게 헌신했는데 왜 나를 몰라 주는 거야!”라고 외치는 배우와 의자에 우스꽝스러운 옷과 가발을 쓰고 가만히 앉아있는 인형을 보며 웃는 관객은 이제 없다. 

 

▲ (왼쪽부터)'진지한 농담'에서 지리 선생을 맡은 문정수 배우, 연극사 선생을 맡은 김우경 배우     © 제공=2인극페스티벌조직위원회


■관계에 대한 고찰

 

연극 초반에 연극사 선생은 말한다. “처음 소품 인형을 칼로 터뜨린 학생이 ‘내가 죽였어!’하고 오열을 하더라고. 내가 그 녀석을 어른으로 만들어 줬지. 이젠 인형이 넘어져도 신경도 안 써. 오히려 넘어진 인형에 침까지 뱉더라니까?” 

 

극 중 인형 ‘마릴린’을 애지중지하는 모습은 연극사 선생이 초반에 언급한 학생을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결혼생활에 익숙해진 연극사 선생이나, 소품 인형에 익숙해진 학생은 점점 인형을 험하게 다룬다. 

 

가정을 이룬 어른들 역시 가정을 꾸리고, 배우자와 함께 사는 것은 처음이라 서투르다. 나이는 먹었지만, 연극사 선생이 말하던 오열하는 학생과 똑같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아끼는 사람과 함께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익숙함’에 속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친구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연극은 ‘사랑하는 일에 대가를 바라면 불행해진다’라는 말을 가슴에 남겨두며 끝난다. 말은 쉽지만, 평생 고민하며 살아도 실천 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몇십 년간 가정을 이루고 살아온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내들에게 느끼게 하는 바가 많은 연극이다.

 

[공연정보]

제목: 제19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
일시: 2019년 10월 27일 ~ 11월 17일 (3주간)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허수아비 소극장(대학참가작)
주최: 2인극 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주관: 극단 달을만드는씨앗, 극단 목수, 예술공작소 몽상, 창작공동체 아르케,              극단 유목민, 극단 유정, 창작집단 지오, 창작집단 쵸크 24, 극단 피악,                극단 김동수 컴퍼니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연극협회, ITI 국제극예술협회한국본부

협력: 서울연극협회, 한국연극연출가협회, 한국극작가협회, 한국연극배우협회, 

      한국여성연극협회, 젊은연극제집행위원회, 대학로스타시티, 앙상블 컴퍼니,

      극단 앙상블, 콘팩, 100뉴스, 예술경영네트웍스, 예술문화연구회, 한국미디어문화협회

기획: E컴퍼니, 앙상블컴퍼니

예매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터파크, 티켓링크, 대학로티켓닷컴

입장권: 일반 20,000원, 학생 15,000원 (특별참가작, 대학참가작 무료관람-예약필수)
공연문의: 070-7776-6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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