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순수했던 시절 마술 같은 꿈을 찾아서, 연극 ‘안나라수마나라’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 없는 인생, 하고 싶은 것 한 가지 정도는 하고 살아도 돼”

이동화 기자 | 기사입력 2019/11/01 [10:17]

[공연리뷰] 순수했던 시절 마술 같은 꿈을 찾아서, 연극 ‘안나라수마나라’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 없는 인생, 하고 싶은 것 한 가지 정도는 하고 살아도 돼”

이동화 기자 | 입력 : 2019/11/01 [10:17]

▲ 연극 ‘안나라수마나라’에 출연한 배우들이 관객들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경훈, 유민석, 주시연, 강영수 배우)     © 이동화 기자

 

[백뉴스(100NEWS)=이동화 기자] 어릴 적 신기한 마술공연에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봤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 시절 마술공연은 우리를 환상의 나라로 이끄는 매혹적인 마법 같았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며 산타를 믿지 않게 됐듯, 마술에도 더 이상 현혹되지 않게 됐다. 진짜 마법은 없으며, 멋진 손놀림과 속임수를 통해 만들어낸 마술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연극 ‘안나라수마나라’는 마술을 믿지 않을 관객들을 향해 “당신, 마술을 믿습니까?”라는 공허한 질문을 던지며 시작된다. 공연장의 모든 조명이 꺼지고, 어디선가 마술사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연극 ‘안나라수마나라’에는 폐허가 된 유원지에 살고 있는 마술사(유민석 분)가 있다. 그에 대한 소문은 마치 도시괴담처럼 이 입 저 입을 통해 전해지고, 와전된다. 동화 속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어린아이들을 꾀어서 사라지게 만든다는 소문부터 인신매매, 토막살인 등 강력범죄의 범인이라는 소문까지 죄질도 다양했다. 어쨌든 소문 속 마술사는 순수한 동심의 세계에 사는 마술사는 아님이 분명했다.

 

무대의 조명이 밝혀지고, 현실과 이상 그 어딘가의 동화 같은 이야기가 시작됐다. 극 중에서 14가지 역할을 소화해내는 멀티맨(강영수 분)이 주인공들의 친구로 등장해 마술사에 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어떤 초등학생이 실종됐는데, 그 범인이 마술사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는 “그 마술사는 ‘미친 사람’이 분명하다”라며 수선을 떨었다.

 

소녀가장으로 하루하루 번 돈으로 겨우 먹고사는 윤아이(주시연 분)는 마술 따위 믿지 않는다. 마술사에 대한 소문도 ‘그냥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상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아이는 그저 어서 어른이 되어서 돈을 더 많이 벌고, 동생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소풍과 수학여행을 맘껏 보내주고 싶을 뿐이다. 어린 시절 꿈은 마술사였지만, 지금은 가난에 지쳐 돈을 많이 벌고 싶을 뿐인 어른 아이였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나일등(이경훈 분)은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겼다. 어디 한군데 빠지는 부분이 없는 일등의 목표는 판사나 검사가 되는 것이다. 여태 부모님께서 안내해주는 좋은 길로만 달려왔고, 여기에 대해 그 어떤 의문도 가지지 않았다. 이 아스팔트 길을 열심히 달려가면 좋은 어른, 멋진 어른이 되는 것인 줄 알았다.

 

극은 마술사 리을이 사는 폐유원지, 학교, 아이가 사는 동네를 오가며 펼쳐졌다. 관객들을 현실 속 공간과 마치 동화 같은 공간 속을 오가며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특히, 극 중간중간 펼쳐지는 마술쇼는 어린 관객부터 어른 관객까지 모두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야기가 진행되며 베일에 싸인 마술사 리을과 아이, 일등이 만나고 두 고등학생의 세계는 부서진다. 마술사 리을은 소문과 달리 흉악범도, ‘미친 사람’도 아니었다. 아이가 보기에는 ‘남자 나이 서른에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는 백수’일 뿐이었다. 폐유원지에서 노숙을 한다는 점이 이상하긴 했지만,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계속해서 함께 마술공연을 하자는 리을이 철없이 느껴지고, 짜증 나기 시작했다.

 

아이는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요?”라며 리을에게 날카로운 말을 쏟아내고 말았다. 마술사 리을이 부러웠지만, 가혹한 현실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었다. 리을은 아이에게 그저 웃으며 “하고 싶은 것만 하라는 것이 아니고, 하고 싶은 것 한 가지 정도는 하고 살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아이를 몰래 좋아하고 있던 일등은 아이의 뒤를 쫓다가 리을과 만나게 된다. 리을은 일등에게 “차가운 아스팔트 길을 걷고 있구나”라며 알 수 없는 말을 건넨다. 하고 싶었던 마술을 배우며 행복해하는 아이의 모습과 리을의 말이 뒤섞이며 일등을 혼란스럽게 한다. ‘과연 하고 싶은 것 하나 없이 아스팔트 길을 그대로 달려나가다 보면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그런 나는 행복할까’하고 말이다.

 

결국, 현실을 살아 내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아이와 주어진 길을 열심히 달리기만 하면 어른이 되는 것인 줄 알았던 일등, 둘 모두 자신의 생각이 오답이었음을 깨닫는다. 꿈을 잊은 어른도, 꿈을 잃은 아이들도 리을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위로받으며 아이와 일등에게 소리 없이 공감하고 있었다.

 

극은 점점 막바지로 치닫고, 마술사 리을에 대한 비밀도 모두 드러난다. 결국 리을은 ‘진짜 마술사’처럼 흔적 없이 사라지지만, 리을이 전해준 메시지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와 일등은 행복해 보였다. 마지막 순간, 마술과 같은 꿈을 되돌아본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묻는 “당신, 마술을 믿습니까?”라는 질문은 더 이상 공허하지 않았다.

 

▲ 연극 ‘안나라수마나라’의 무대 모습     © 이동화 기자


한편, 연극 ‘안나라수마나라’는 웹툰 ‘목욕의 신’, ‘삼봉이발소’ 등을 탄생시킨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지난 2014년 연극화되어 막을 올렸으며, 현재까지 오픈런으로 공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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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안나라수마나라’

공연장소: 업스테이지

공연시간: 월~금 오후 5시/ 토, 일 오후 3시

관람료: 전석 35,000원

제작/기획: 위로컴퍼니

극본/연출: 진종현

원작: 하일권

출연: 유민석, 고현, 유예환, 주시연, 이경훈, 양태상, 강영수, 고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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