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쳤어” 할담비, 지병수 시니어를 만나다

“욕심을 버리고, 남에게 베풀며, 즐기고, 웃으면서 살 거예요”

이동화 기자 | 기사입력 2019/08/19 [10:25]

“내가 미쳤어” 할담비, 지병수 시니어를 만나다

“욕심을 버리고, 남에게 베풀며, 즐기고, 웃으면서 살 거예요”

이동화 기자 | 입력 : 2019/08/19 [10:25]

▲ 지병수 시니어가 손담비의 ‘미쳤어’를 선보이고 있다     © 이관준 기자


[백뉴스(100NEWS)=이동화 기자] 
지난 3월 24일, KBS1 ‘전국노래자랑’ 방송에서 손담비의 ‘미쳤어’를 열창했던 ‘할담비(할아버지+손담비)’ 지병수(77) 시니어를 만났다. 지병수 시니어는 엇박자로 아슬아슬하게 노래하며 특유의 표정과 손짓으로 감정을 표현했다. 손담비의 ‘미쳤어’를 자신만의 색깔로 맛깔나게 소화한 것이다. 70대 시니어가 능숙하게 가요를 부르며 춤을 추고, 섬세하게 표현하는 모습에 대중들은 열광했다.
 
이후 지병수 시니어는 각종 방송 및 광고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이어 나갔다. 방송 이후 약 5개월이 흐른 지금, ‘할담비’ 지병수 시니어는 여전히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지난 7월 말까지는 하루에 2건씩, 8월부터는 하루에 1건씩 일이 있으니 조금은 한가해진 셈이다.
 
■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어 뿌듯
 
약 4개월을 바삐 다니며 방송, 인터뷰, 광고 등 어디든지 불러주는 곳이라면 달려갔다. 바쁜 스케줄은 힘에 부치기도 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들어요. 하지만 힘들어도 즐거운 마음으로 여기저기 어디든지 다 경험해보려고 해요.”
 
이제는 동네, 지하철, 복지관 등 어디서든 ‘할담비’를 알아보고 반가워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바쁜 일상에 지칠 때도 있지만, 지병수 시니어는 자신을 찾아주는 이들이 있고, 알아 봐주는 이들이 있어 즐겁고 행복하다.
 
“일흔일곱에 이렇게 많은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것도 큰 보람이죠. 저는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달라는 말을 거절하지 않아요. 의식하지 않고 노래하고 춤춥니다. 그러면 젊은 친구들도 웃으면서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건강하세요’ 하는데, 그럴 때가 제일 좋아요”
 
지병수 시니어는 요즘도 원래 다니던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어르신들에게 이것저것 가르쳐 드리기도 하고, 배식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사실은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양아들은 아프면 아무런 소용없다고, 이제 그만하라고 말해요. 하지만 하고 나면 뿌듯하고, 보람차고, 즐거우니 계속하고 있어요.”
 

▲ 지병수 시니어가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배식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 이관준 기자


지병수 시니어만의 봉사활동 노하우도 있다. 바로 상대방에게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인사는 제 마음을 전하는 일이에요. 그렇게 인사하면 다들 ‘안녕하세요, 맛있게 먹겠습니다, 감사해요, 할담비’하고 같이 인사해줘요. 말 한마디에 다들 좋아하는 걸요”라며 웃었다.
 
지병수 시니어는 종로노인복지관과 2년 전 인연을 맺게 됐다. 신당동에 거주할 당시 실버대학에서 어르신들에게 노래와 춤을 알려드리는 봉사활동을 했는데, 이후 신설동으로 이사를 오면서 종로노인종합복지관으로 옮겨왔다.

“이제 3년째네요. 아이들 아침에 학교 갈 준비하듯이, 저도 아침에 일어나서 복지관 갈 준비를 해요. ‘가서 어르신들도 뵙고, 노래, 춤, 일본어도 가르쳐 드려야지’하고 생각해요.”

■ ‘이런 노래를 할 수 있으세요?’
 
지병수 시니어는 ‘전국노래자랑’에 앞서 주민센터 노래자랑에서 평소 좋아하던 노래인 손담비의 ‘미쳤어’를 선보였다. 그의 노래를 들은 지인들은 ‘전국노래자랑’ 참가를 추천했고, 지병수 시니어는 한참을 망설이다 참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담비의 ‘미쳤어’를 선곡한 그를 의아하게 여겼다. 신청접수를 담당하던 주민센터 직원은 ‘저도 잘 모르는 노랜데, 이런 노래를 할 수 있으세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 지병수 시니어가 좋아하는 노래를 설명하고 있다     © 이관준 기자


“옛날 트로트도 좋아하고, 요즘 노래도 좋아해요. 요즘 아이돌보다는 슈퍼주니어, 박진영, 티아라, 카라, 이정현 같은 가수들이요.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카라의 ‘미스터’예요. 요즘에는 ‘쿵짜라’, ‘따르릉’, ‘신미아리고개’를 좋아해요. 가사의 의미를 알고서 마음대로 흔들고, 노래하는 것이 즐거워요. 가만히 노래하는 것보다 살랑살랑 몸을 흔들며 표정도 알맞게 지으면 좋잖아요. 남들이 보기에도 신나고요.”
 
지병수 시니어는 관중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전국노래자랑’에서 인기상을 수상했다. 그가 노래하는 영상은 각종 SNS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튿날부터는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측으로 그를 찾는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다들 ‘노인네가 저런 노래를 하네’ 싶었을 거예요. ‘전국노래자랑’ 심사는 얼마나 노래를 잘하는지, 음을 잘 맞추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미쳤어’를 부르면서 손담비가 하는 춤동작 중에 몇 가지를 따서 따라 했죠. 반응이 좋더라고요. 앙코르도 두 번이나 나왔어요.”
 
미혼인 지병수 시니어의 가족은 형제들과 양아들들인데, 갑자기 얻게 된 인기에 그의 가족들도 아주 놀랐다. “고향에 있는 누나가 가장 놀랐죠. 먼 친척, 친구, 동창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아침저녁으로 연락이 왔어요. ‘내가 종로노인복지관에 와서 이런 일이 다 생겼구나, 노래를 불러서 이런 일이 다 생기는구나’ 했죠.”
 
■ 음악과 춤, 옷을 좋아하는 ‘종로구 멋쟁이’
 
지금은 인기도 얻고 여기저기 그를 찾는 곳이 많지만, 그간 지병수 시니어의 삶이 평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지병수 시니어는 젊은 시절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명동과 청담동에서 옷가게를 했다. 신촌에서는 3년간 호프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전통무용을 좋아하던 그는 약 2년 반 동안 전통무용을 배우기도 했다. 80년대 초반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약 8년간 전통무용 공연을 하며 지냈다. 나고야, 오사카, 요코하마, 고베, 도쿄 등 일본 각지를 다니며 공연을 했다. 돈은 벌었지만, 향수병이 심해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귀국 후에는 아파트를 준비하는 등 한국에서의 여생을 준비했다. “그때가 딱 IMF 시기였어요. 어려운 친척을 도와줬는데, 하루아침에 경제적으로 힘들어졌어요. 아파트도 경매로 날아가 버렸죠. 얼마 전까지 저는 기초생활수급자였어요. ‘할담비’가 되고 나서는 수급자에서 탈락됐어요. 아쉬운 점은 없어요. 그저 병원, 약국 등 어디든 현금을 써야 하는 것이 낯설 뿐이예요.”
 
젊은 시절 옷가게를 했을 정도로 옷을 좋아하는 지병수 시니어는 아직도 패션에 관심이 많다. ‘전국노래자랑’ 출연 당시 스스로를 ‘종로구 멋쟁이’라고 소개했을 정도로 음악과 춤, 옷을 좋아하는 ‘깔롱쟁이(멋쟁이)’다. 신설동으로 이사할 때에는 수많은 옷가지 때문에 5톤짜리 트럭 두 대가 필요하기도 했다.

▲ 지병수 시니어가 취재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관준 기자


“사람들이 연예인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옷이 많아요. 사업을 했으니, 옷도 다 명품 신사복이라 그런 말을 할 만도 했죠. 그저 모으는 것을 좋아해서 그래요. 젊은 시절 모았던 양주도 백몇 병이 있었어요.”
 
요즘도 그는 신발, 양말부터 셔츠와 재킷까지 내일 입을 옷을 고민한다. 활동하며 입는 옷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그의 센스가 담겨있다. “옛날부터 다음 날 입을 옷 생각을 했어요. 오늘 입은 옷도 20년 된 옷인데, 깔끔하죠? 젊은 시절 이후로는 옷을 한 번도 안 사 입었어요. 다 옛날 그대로예요. 제가 이렇게 보관을 잘 해요.”
 
■ ‘할담비’가 전하는 행복 노하우
 
인생의 곡절을 넘어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전국민이 아는 ‘할담비’가 된 지금도 그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인기를 얻은 후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수입이 생기면 기부도 하고 있다.

“제가 지금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저는 일반인이에요. 때문에 큰돈은 못 벌지만 금전적인 부분은 크게 생각 안 해요. 그런 생각 했으면 안 했죠.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 나와서 이런 좋은 일들이 생기나 보다’하는 마음이 항상 있기 때문에 수입이 생기면 복지관에 기부도 했어요. 그런 보람도 있죠.”
 
지병수 시니어는 감사하는 마음과 더불어 여태 지켜온 신조를 그대로 지키며 살고 있다. 한참이나 젊은 사람들에게도 절대 반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도 ‘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 하고 말해요. ‘요’자 하나 붙이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요. 누구든 존댓말로 대해서 손해날 것 하나도 없어요. 오히려 사는 데 도움이 되죠. 나이를 조금 더 먹은 것이 대수인가요.”
 
지병수 시니어의 행복 노하우 중 하나는 스마트폰에 집착하지 않고, 그가 좋아하는 노래와 춤을 즐기는 것이다. “스마트폰 때문에 대화가 없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요즘은 디지털 문해교육이 잘 돼있어서 누구나 배우면 금방 할 수 있지만, 저는 거기에 매이고 싶지 않아요. 노래하고, 봉사하며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시간을 투자하고 싶어요.”
 
또 다른 행복 노하우는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고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사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도 노년을 행복하게 보내는 방법이다. 물론, 즐거운 마음으로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고, 운동도 하면 더욱 좋다.
 

▲ 지병수 시니어가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배식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 이관준 기자


“나이 든 사람이든 젊은 사람이든 베풀고, 배려하고, 비우고 사는 것이 제일 좋아요. 저도 처음에는 욕심부리다가 망했어요. 욕심을 버리고, 남에게 베푸는 보람을 느끼고, 좋은 음악을 향유하고, 즐기고, 웃으면서 살면 좋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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