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초심자도 ‘술술’ 쉽게 읽히는 영상미학 신간 ‘영상은 움직이지 않는다’

동굴벽화에서 메타버스-NFT까지, 인류 예술사와 철학을 영화와 영상에 담아 내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에게 좋은 길라잡이 역할

김이슬 기자 | 기사입력 2022/11/1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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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초심자도 ‘술술’ 쉽게 읽히는 영상미학 신간 ‘영상은 움직이지 않는다’
동굴벽화에서 메타버스-NFT까지, 인류 예술사와 철학을 영화와 영상에 담아 내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에게 좋은 길라잡이 역할
기사입력: 2022/11/1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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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영상은 움직이지 않는다(저자 이훈희)' 표지.     ©사진=김이슬 기자

 

동영상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오늘날, 바야흐로 영상의 시대다. 하루에 생산되는 동영상은 얼마나 될까. 감히 가늠하기도 어렵다면, 살짝 질문을 바꿔보겠다. 당신이 하루에 소비하는 영상은 얼마나 되는가. 스치듯 만나는 짧은 영상까지 셈한다면 수십, 수백 개에 이를 수도 있을 테다. 이에 한 학자는 ‘문해력의 시대’는 가고 ‘뇌해력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한다. 동영상이 문자를 압도하면서 사람들이 동영상 콘텐츠를 보고 창작자의 뇌 즉, 창작자의 의도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어야만 슬기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뇌해력은 어떻게 키워야 할까. 이는 동영상 콘텐츠를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함을 뜻한다. 이런 능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만한 책이 지난달 10일 발간됐다. 영상미학을 세상에서 가장 쉽게 풀어놓은 책 ‘영상은 움직이지 않는다(저자 이훈희)’다. 예술학을 전공한 이훈희 작가는 철학, 미학, 기호학, 미술과 같은 학문에서 다루는 어려운 개념을 초심자도 이해하기 쉽도록 친절히 그리고 세세하게 설명한다. 그의 말을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가 ‘껑충’ 자라났음을 깨달을 수 있다.

 

기존에 출간된 영상미학 서적들은 학술적인 면에 치중돼 대중에겐 다소 거리감이 있었다. 그런데 책 ‘영상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유명한 회화, 조각, 건축, 음악, 영화 등 다채로운 작품들을 예로 들면서 영상미학에 관심 있는 일반인과의 틈새를 확 좁혔다. 책 구성은 1부 ‘비포 시네마(Before Cinema)’, 2부 ‘애프터 시네마(After Cinema)’, 3부 ‘디지털 시네마(Digital Cinema)’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에는 태곳적 예술의 태동과 아름다움의 기준, 아이콘, 사진의 발명, 영화의 등장, 메타버스의 유행 등 인류 예술의 서사가 유려하게 담겨 있다.   

 

▲ 방탄소년단(BTS)의 '피땀 눈물'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사진=하이브 뮤직


각 장에 인상적인 대목 몇몇을 살펴보자면, 먼저 1장 ‘비포 시네마’에서 미학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차이다. 책 '영상은 움직이지 않는다'에 따르면, 인류 예술사에서 아름다움은 그리스에서부터 논하고 미학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이때 동양에서는 미학이라는 분화된 개념이 없는데,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람의 행실과 내면이 하늘을 닮아야 한다는 문인주의여서라고 한다. 이런 차이를 알아두면, 동서양 예술품을 감상할 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또한, 아이콘을 해석하는 학문인 ‘도상학(Iconography)’에 대해 보자. 저자는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의 <피땀 눈물> 뮤직비디오를 예로 들어 흥미를 돋운다. 이훈희 저자는 “도상학을 활용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가려놓은 대중적인 사례”라면서 “소년이 성숙하는 과정을 미혹의 악과 가까워지는 과정으로 표현해 부뤼헬의 그림 <반역 천사의 추락>과 트레이퍼의 <이카루스를 위한 탄식>이라는 그림을 소품으로 설정하고, 모성을 상징하는 피에타, 메두사의 목을 벤 페르세우스로 부친살해라는 코드까지 넣었다”라고 설명했다. 

 

▲ 책 '영상은 움직이지 않는다(저자 이훈희)'의 한 페이지.  © 사진=김이슬 기자

 

사진과 영상이 발명된 2장 '애프터 시네마'를 지나 현재 우리는 디지털 시네마에 살고 있다. 3장 ‘디지털 시네마’에서는 디지털 영상이 현실보다 더 현실 같고, 현실에서 부재한 인류 정신을 환상으로 구현하는 현재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책에서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를 예로 든다. 영화 속 세상이 너무나도 생생해 나비족의 행성인 판도라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관객들이 우울감을 토로한다고 한다.

‘디지털 시네마’에는 밈, 메타버스, NFT 등을 즐기는 우리 모습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3부 내용을 살짝 귀띔해주자면, 밈이란 소위 짤이나 애니메이션 짧은 동영상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예로는 가수 비의 뮤직비디오 <깡> 역주행에서 비롯된 ‘1일 1깡’, 드라마 <야인시대> 김영철이 분한 김두한의 ‘4딸라’, 애니메이션 <이누야샤>의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등이 있다. 이를 단순히 유행이라고 하기엔 SNS 문화를 모르는 이들은 이 맥락을 이해하기조차 어렵다고 한다. 

 

짤막하지만 각 장의 몇 대목을 들여다봤다. 책을 가만히 읽다 보면, 뜬구름 잡는 것처럼만 느껴졌던 영상미학이 품에 쏙 들어오는 경험을 할 수 있을 테다. 아직도 영상미학이 그저 학문을 위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영상미학을 알아둔다는 건 동영상 콘텐츠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동영상 콘텐츠로 스스로 드러내고 싶은 이들에게 더 질 높은 동영상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는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줄 테다. 특히, 책 ‘영상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영상미학을 익히는데 여러분의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 거다. 일단 읽어보자. 초심자도 술술 읽을 수 있을 테니.  

 

[백뉴스=김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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