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인문산책] “인생에는 뻔한 ‘해피엔딩’이 필요해”…‘웰다잉’이 절실한 사회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말하는 품위 있는 죽음

김이슬 기자 | 기사입력 2022/04/2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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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인문산책] “인생에는 뻔한 ‘해피엔딩’이 필요해”…‘웰다잉’이 절실한 사회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말하는 품위 있는 죽음
기사입력: 2022/04/2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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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감독 마크 펠링톤) 스틸.  © 사진=메인타이틀픽쳐스, 키위컴퍼니

 

“내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어디선가 한 번은 마주친 적 있는 낯익은 문구이실 텐데요.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대문호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입니다. 94세까지 장수하며, 극작가, 평론가, 사회운동가로서 폭넓은 활동을 한 그도 후회와 미련이 그득 담긴 한 줄로 인생을 자평했습니다. 이처럼 스스로 인생을 돌아봄도 중요하지만, 사랑하는 이들에게 어떤 존재로 기억되는지도 긴요하죠. 

 

오늘이 생애 마지막 날이라면, 여러분은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으신가요? 상상도 못 할 먼 훗날이라면서 뒷짐만 진 채 허공을 쳐다보는 분도 계실 테고,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기는 분도 계실 겁니다. 여러분은 이런저런 이유를 내밀며, 폭포수처럼 말을 쏟아내지 못하실 테죠.

 

인생을 해피 엔딩으로 끝맺기 위해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감독 마크 펠링톤)’을 통해 잘 죽는 것, 즉 ‘웰다잉(Well-dying)’에 대해 사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영화는 은퇴한 광고 회사 CEO 해리엇(셜리 맥클레인 분)이 자신의 사망 기사를 미리 작성하기 위해 사망 기사 전문기자 앤(아만다 사이프리드 분)을 고용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앤은 해리엇의 사망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그의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하지만, 모두 저주의 말만 퍼붓습니다. 사망 기사조차 통제하고 싶어 하는 강박증이 심한 해리엇이니 두말 다 했죠. 

 

앤은 어쩔 수 없이 해리엇에게 그저 그런 사실들만 나열해 짤막한 사망 기사를 작성해갑니다. 이에 해리엇은 전국에 발행된 사망 기사를 분석해 훌륭한 사망 기사에는 가족들의 사랑, 친구와 동료의 존경, 우연히 누군가의 삶에 영향력 행사, 자신만의 특징을 지을 수 있는 히든카드가 있다면서, 앤에게 그 여정을 함께하길 제안합니다. 

 

앤은 해리엇의 곁에서 마지막 여행을 지켜봅니다. 앤은 가까이 다가간 해리엇의 삶에서 남자들이 공부하는 여자와 결혼하지 않고, 일하는 여자와 결혼하지 않고, 사업하는 여자와 결혼하지 않고, 여자를 상사로 두려 하지 않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그가 독해질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윽고 해리엇과 앤은 진정한 친구가 됩니다.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잘’ 죽는다는 것이 그야말로 무엇인지 몸소 보여줍니다. 살짝 삐뚤게 살았을지라도, 살아있는 한 진정성이 있다면 바로 잡을 수 있다는 걸요. 또한, 인생의 해피엔딩을 위해선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요. (당연히 크나큰 잘못은 절대 되돌릴 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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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람북스 전집 '심쿵' 중 '존 할아버지와 함께한 토요일' 책 표지.  © 사진=김이슬 기자


지난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내•외국인 인구전망 2020~2024년’에 따르면, 내국인 고령 인구(65세 이상)는 2020년 807만 명(16.1%)에서 2040년 1,698만 명(35.3%)으로 20년간 2.1배 증가할 전망입니다. 더불어 통계청은 “고령 인구가 2025년 1,000만 명을 넘고, 2035년에는 1,5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고령화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만큼 지금이 바로 인생의 해피엔딩을 위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활발히 의견을 나눠봐야 할 때입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은 죽음을 공포이자 재앙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죽음은 생명을 지닌 생명체라면 절대 피할 수 없습니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에도 도망가고 싶죠. 죽음학의 대가이자 호스피스 운동의 어머니로 불리는 정신과 의사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도 자신이 암에 걸리자 “지금까지 내가 말한 것은 타인의 죽음이었어. 동물원 철창 속에 있는 호랑이였지. 지금은 아니야. 철창을 나온 호랑이가 나한테 덤벼들어. 바깥에 있던 죽음이 내 살갗을 뚫고 들어오지”라며 죽음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품위 있게 죽고 싶은 이들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진정한 웰다잉이란 의식이 명료하고,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을 때 미리 자기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겁니다. 우연히 필자는 자녀의 잠자리 독서 중 인상 깊은 웰다잉을 만났습니다. 어린이 전문 출판사 아람북스 전집인 ‘심쿵’ 중 ‘존 할아버지와 함께한 토요일’이라는 책입니다. 

 

책은 어느 날 존 할아버지가 유쾌한 파티에 마을 사람들을 초대하면서 시작됩니다. 존 할아버지의 파티에는 마을 사람 누구나 참석할 수 있지만,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흰옷이나 검정 옷은 금지, 존 할아버지와 추억이 담긴 물건 갖고 오기, 울보 퇴장 등입니다. 파티의 이유는 감춘 채 조건들만 주렁주렁 달려있었죠. 마을 사람들은 존 할아버지의 파티에 대해 물음표를 갖고 참석합니다. 

 

이에 존 할아버지는 “미리 장례식을 열어 여러분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었다. 내가 세상을 떠나도 오늘의 유쾌한 파티를 기억해 주면 좋겠다”라면서 “죽는다고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다. 같이 나눈 행복한 추억이 많으니까”라면서 파티의 정체를 밝힙니다. 존 할아버지는 사람들과 지난 추억을 나누며, 노래하고, 춤추고, 자신의 장례식을 즐거운 모임으로 탈바꿈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존 할아버지의 장례식은 너무나도 이상적이었습니다. 종국에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장례 문화가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 죽음을 코앞에 둔 노인 환자가 병원에 응급하게 실려 왔을 경우 병원의 과잉 의료 관행과 무조건 살려달라는 가족들의 죽음에 대한 태도 및 문화를 봤을 때 말이죠. 바람직한 사회적인 분위기 및 장례 문화, 건강보험 및 의료시스템이 반드시 마련돼야 합니다.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해리엇과 그림책 ‘존 할아버지의 마지막 토요일’ 존 할아버지처럼 아름다운 해피 엔딩을 맞이할 날이 제게도 그리고 여러분에게도 오겠죠. 그날이 왔을 때 우물쭈물 살았다는 후회보다 사랑하는 이들과 나눌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었다는 안도감으로 눈을 감기 위해선 오늘도 바지런히 살아야겠습니다.   

 

[백뉴스=김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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