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숨 작가 “귀여운 구딩 노부부요? 노년의 어두움보다 젊은 날 사랑에 초점 맞췄죠”

구사나 할머니-최종춘 할아버지의 일상 그림 에세이 ‘당신과 이렇게 살고 싶어요: 구딩 노부부처럼’ 그려내…MZ 세대에게 큰 사랑 받고 있어

김이슬 기자 | 기사입력 2022/03/0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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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숨 작가 “귀여운 구딩 노부부요? 노년의 어두움보다 젊은 날 사랑에 초점 맞췄죠”
구사나 할머니-최종춘 할아버지의 일상 그림 에세이 ‘당신과 이렇게 살고 싶어요: 구딩 노부부처럼’ 그려내…MZ 세대에게 큰 사랑 받고 있어
기사입력: 2022/03/0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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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숨 작가가 구딩 아트 상점에서 책 '당신과 이렇게 살고 싶어요: 구딩 노부부처럼(저자 긴숨)'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김이슬 기자

 

마법 같은 그림이다. 비혼이 유행인 요즘 같은 때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지고 싶고, 백년가약을 맺고 싶고, 이렇게 늙고 싶어진다. 백발이 성성한 노부부의 애정행각에 가슴이 이리도 설렐 일인가. 귀여운 할머니 ‘구사나’와 그의 다정한 남편 ‘최종춘’, 이른바 좋은 것이 계속됐으면 한다는 바램에서 비롯된 그들의 애칭인 구딩(Gooding) 노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 에세이 ‘당신과 이렇게 살고 싶어요: 구딩 노부부처럼(저자 긴숨)’의 얘기다. 

 

참고로 구딩 노부부는 작가가 만든 창작물이다. 책은 극 중 구사나 할머니가 언젠가 자신이나 남편이 기억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염려에 행복했던 장면들을 기록하고 있다. 구딩 노부부의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를 읽는 내내 궁금했다. ‘싱그러운 젊은 연인을 두고, 켜켜이 쌓인 시간 탓에 퇴색되기에 십상인 노부부를 이토록 예쁘게 그린 이는 누굴까.’ 이 그림의 진짜 주인공 긴숨 작가를 지난달 25일 경기도 양주 그의 작업실이자 구딩 노부부 굿즈 상점인 구딩 아트에서 만났다. 

 

인터뷰하고 생각했다. 사랑스러운 구사나 할머니의 젊은 시절이 있었다면 꼭 이런 모습이었겠다, 싶었다. 그만큼 긴숨과 구사나 할머니는 맞닿아 있었다. 이에 긴숨도 크게 동의했다. “구사나 할머니는 제 분신이에요. 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제가 전면에 나서서 이야기한다는 게 살짝 부끄러웠어요. 아직 제 나이가 많지도 않고, 경험도 풍부하지 않은데 삶과 사랑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한다는 게 아직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래서 구사나 할머니의 입을 빌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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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숨 작가가 초안으로 작업한 구딩 노부부 스케치.  © 사진=김이슬 기자

 

긴숨은 많고 많은 커플 중 왜 하필 노부부를 그리게 됐을까. 이에 대한 답은 그의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긴숨은 대학교 4학년 유럽으로 연수를 떠났다. 처음 간 유럽에는 생경한 장면들이 즐비했다. 특히, 그는 “젊고 멋진 차림에 손을 꼭 붙잡고 다니는 노부부들에게 시선을 자주 뺏겼다”고 고백했다. 긴숨은 유럽 거리에서 만난 멋쟁이 노부부들을 보며 ‘저렇게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노부부 그림을 계속해서 그렸다. 유럽에서 만났던 노부부의 헤어스타일, 입고 있던 옷, 포즈까지 모든 걸 그대로 구현해서 그린 그림이 ‘매일 그대와’라는 작품이다. 

 

긴숨이 구딩 노부부 그림 하나를 완성하는 데는 1주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그는 “아이디어에서부터 동작 및 배경 등을 체크하고 준비하는 기간이 오래 걸리고, 막상 스케치하고 라인 그리고 채색하는 데는 2일 이내로 끝난다”고 설명했다. 보통 디지털로 작업하는데 어떤 그림은 종이에 먼저 그림을 완성해 색감, 구도 등 이것저것을 확인해보고, 디지털 작업에 착수해 완성도를 높인다고 이야기했다.  

 

구딩 노부부를 잘 보면 없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주름살과 축 늘어진 살 그리고 죽음을 바라보는 나이대를 사는 노년의 특유의 쓸쓸함과 우울감이 전무하다. 머리만 백발일 뿐 젊은 에너지가 솟구친다. 이에 긴숨은 “노년의 아프고 어두운 면보다는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면서 “서로 아끼고 사랑했던 젊은 날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끈끈한 부부의 정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구딩 노부부를 즐겁고 밝은 모습으로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무엇보다 이 그림을 보는 누구나 일순간에 행복해질 만큼 기분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구딩 노부부를 그리면서 저부터도 행복하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선과 색감으로 구딩 노부부를 그리다 보면 너무너무 행복해져요. 그 마음이 전달됐으면 해요. 그래서 구딩 노부부 그림을 보는 모두가 그림에서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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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딩 아트 상점 내부의 모습으로, 구딩 노부부 굿즈들이 진열돼 있다.  © 사진=김이슬 기자

 

긴숨의 간절한 바람이 통한 걸까. 구딩 노부부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림 에세이 ‘당신과 이렇게 살고 싶어요: 구딩 노부부처럼’은 3쇄를 찍었으며, 구딩 노부부 개인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으며, 구딩 노부부 굿즈 또한 프로포즈나 신혼부부 결혼 및 집들이 선물로 잘 팔린다. 

 

긴숨은 구딩 노부부가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구딩 노부부처럼 이렇게 살고 싶다는 것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특히 요즘 MZ 세대들이 일부 가부장적인 부모 세대를 보면서 그렇게 늙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커진 것 같다. 또 부부생활을 이미 하고 있거나 오래 한 사람들은 구딩 노부부를 보고 ‘에이, 말도 안 돼~’라고 하지만 이내 ‘사실 이렇게 살고 싶다’라고 말씀하신다”며 웃었다. 

 

“기억에 남고 감사한 분들이 참 많아요. 어떤 분은 결혼을 앞둔 분이셨는데 구딩 노부부 그림으로 꼭 신혼집을 꾸미고 싶다고 하셨어요. 나중에 그분이 집 인테리어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정말 구딩 노부부로 집을 완성하셨더라고요. 감동이었습니다. 또 어떤 분은 만삭의 몸으로 개인 전시회에 오셔서 쪽지를 주고 가신 분이 계셨어요. 지금도 그 쪽지를 잘 간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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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당신과 이렇게 살고 싶어요(저자 긴숨)' 표지.     ©사진=서랍의날씨

 

구딩 노부부의 세계에는 오롯이 부부만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긴숨에게 묻자 그는 “여지를 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구딩 노부부에게 자식이 있는지 없는지는 보는 분들의 상상에 맡기고 싶었어요. 아이들을 다 키우고 독립시켰는지 아니면 딩크족인지는 감상하는 사람들의 몫이에요. 아직은 제가 결혼과 육아를 그리기엔 내공이 부족하지만 언젠가는 아이들도 꼭 그릴 거예요. 구딩이란 세계관 아래에 구딩 노부부, 구딩 가정, 구딩 아이들 등등 다양한 캐릭터를 그리고 싶어요.” 

 

구딩의 세계관 확장 외에도 긴숨에게는 아직 할 일이 많다. 그림 그리기, 굿즈 제작, 상점 및 SNS 관리 운영, 택배 작업까지 모두 혼자 해낸다는 게 녹록지 않지만, 원대한 꿈이 있기에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긴숨의 꿈은 ‘1가구 1 구딩 노부부’다. 

 

“한 가정에 구딩 노부부 그림 한 개가 있는 날까지 열심히 하고 싶어요. 사실 말도 안 될 만큼 큰 꿈이지만, 꿈을 꾸다 보면 언젠가 이뤄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웃음) 가깝게는 구딩 노부부의 여행 편을 구상 중이에요. 또 올해는 꼭 내년에 사용할 수 있는 구딩 노부부 달력을 제작할 예정이에요. 기대 많이 해주세요.”

 

인터뷰 내내 구딩 노부부에 대해 두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긴숨의 모습을 보자니, 어느 집에 가도 구딩 노부부가 환영해주는 미래가 머지않을 것만 같다.  

 

[프로필]

이름: 긴숨(김수민)

학력: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졸업

직업: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출판: ‘당신과 이렇게 살고 싶어요: 구딩 노부부처럼’ 외

작업: ‘매일 아침처럼’ 개인전, ‘삼성생명 캘린더’ 제작, ‘현대오일뱅크’ 사보, ‘서울재즈페스티벌’ 일러스트 작업 외 

 

[백뉴스=김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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